우리가 살아 갈 제주의 미래를 어른들의 손에만 맡기지 않겠습니다.
제주 제2공항은 우리 청소년들에게 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지금 제주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건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신경 쓰지 않으면 제주도를 신경 쓸 이들이 없다는 생각에, 우리가 앞으로 제주에서 살아갈 사람들이란 생각에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마음으로 뭉쳐서 목소리를 냅니다.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지금 제주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있는 걸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이 제주에만 있는 오름을 망가뜨리는 걸, 관광객이 난장판 치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제주에 절대 득이 되지 않고, 빈익빈 부익부를 심화시킬 것이란 걸 알고 있습니다. 제2공항이 들어오면 제주 공동체가 깨진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들어 와 여러 문제들이 생겼는데 사람을 더 들이겠다는 것은, 제주도를 콩나물시루처럼 만들겠다는 말인 걸 알고 있습니다. 비자림로 확장 공사가 제주의 작은 허파를 절개해 아스팔트로 채우는 끔찍한 사업인 걸 알고 있습니다. 제주 곳곳이 개발되면 우리가 기억하는 공간이 사라진다는 것도, 우리가 돈을 벌어서 집을 살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제주의 환경이 미래에 우리의 자원이 될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잘못된 결정을 내릴 때, 미래에 살 사람들이 어떤 피해를 받을지 고민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교육청이나 선생님들이 이 모든 것들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주지 않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는 어른들의 잘못된 결정으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치우는 게 결국 우리의 몫인 걸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모른다고 어린애 취급하며 무시하고 우습게 볼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제주 환경을 지키는 청소년 모임 '우리도제주도(우주모임)' 결성을 선포합니다. ‘우리도제주도’는 오늘부터 제2공항과 비자림로 확장 공사를 거부하고, 제주 전역에 같은 생각을 가지고 숨죽이며 살아가는 청소년들을 모아 아래와 같이 행동에 나설 것입니다.
1. 원희룡 도지사님에게 제2공항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면담을 공개 신청합니다.
만약 면담이 거부되거나 6월 14일까지 성사되지 않을 시, 등교거부를 할 예정입니다.
2. 각자 소속된 학교 안에서 피케팅을 할 것입니다.
선생님들이 공부나 하라고 말씀하시니, 우리가 직접 제주의 현실을 알리겠습니다.
3. 청소년 토크콘서트를 열고 우리의 방식으로 문제의식을 확산하겠습니다.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6월 9일(일) 오후 2시 / 제주시 중앙로 77 지하 ‘관심사’
4. 6월 10일부터 환경 파괴 반대 청소년 서명운동으로 목소리를 모아 나가겠습니다.
우리는 제주도의 여러 문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나섰습니다. 우리는 어른들이 시켜서 하는 것도 아니고, 어른들이 써준 글을 읽는 것도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우리가 오래도록 살아갈 제주를 지키고 싶은 청소년입니다. 어른들은, 부디 우리의 소리를 어린아이 억지로 받아들이지 말고 한번이라도 곱씹어 생각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그리고 우리와 같은 청소년들은, 절대 가만히 앉아서 노예가 되지 말고 행동합시다. 모두들, 우리와 함께 제2공항을 반대하고 제주의 환경을 지켜가기를 바랍니다.
2019년 6월 6일 제주를 지키는 날
‘우리도제주도’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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