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군사재판에 희생 4.3수형인 유족,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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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군사재판에 희생 4.3수형인 유족, 재심 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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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방불명인 유족 10명, 제주지법에 재심 청구서 제출
4.3수형인 관련 두번째..."영문도 모른채 끌려가 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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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3일 4.3당시 희생됐던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헤드라인제주

[종합] 제주4.3 당시 영문도 모른채 형무소로 끌려가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생존 수형인들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 취지의 판결이 내려진 가운데, 이번에는 당시 죽임을 당한 희생자에 대한 재심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돼 귀추가 주목된다.

4.3수형인 관련 재심 청구는 지난 2017년 생존 수형인 18명이 제기했던 것에 이어 두번째다.

지난 1월 17일 제주지방법원에서 선고된 생존수형인에 대한 재심 선고공판에서는 이들에 대해 모두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이 내려지면서 명예회복의 단초를 마련했다.

이번에는 불법 군사재판으로 사형을 받거나 옥살이를 하던 중 희생된 사람들의 유족들이 제기하는 재심 청구다.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회장 김필문)는 3일 오후 2시 제주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후, 법원에 행불인 수형자에 대한 재심청구서를 제출했다.

재심이 청구된 대상자는 고(故) 이학수, 서용호, 문희직, 양두창, 김경행, 오형율, 진창효, 전종식, 이기하, 김원갑 등 10명이다.

97살 아내를 비롯해, 형제 2명, 자녀 7명 등 10명의 유족들이 청구했다.

행방불명인유족회에서 경인위원회, 대전위원회, 영남위원회, 호남위원회, 제주위원회에서 각 2명씩 선정해서 청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구인은 비록 10명이지만, 사실상 행방불명인 유족협의회를 대표하는 성격을 띄고 있다

대부분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죄위반,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형무소로 끌려갔다가 학살된 희생자들이다. 일부는 막바로 사형을 언도받고 총살된 사례도 있다.

지난 생존수형인 재심에서는 1948년과 1949년에 행해진 군법회의는 그 자체가 모두 '불법'으로 규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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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필문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장이 재심청구서를 들고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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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3일 4.3당시 희생됐던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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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심을 청구한 故 오형율의 배우자 현경아 할머니(97)가 재심청구 소감을 밝히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이들은 청구서에서 "4.3 당시 자신의 무고함을 변명조차 못한 채 비명에 쓰러져가야 했던 영문도 모르는 희생자들 대부분은 무고한 민간인들이었다"면서 "4,3 와중에서 아무런 죄가 없음에도 군법회의를 통해 형을 선고 받고 사형집행을 당하거나 형무소에서 복역하다가 희생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제주4.3은 그 과정 동안의 희생과 피해만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비극이었고, 유족들은 물론 지금 현재 살아남아 직, 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은 피해자들 역시 일생동안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시달려 오고 있다"면서 하루속히 재심을 통해 명예회복을 해줄 것을 호소했다.

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의 김필문 회장은 "정말 너무나 그 동안 피 맺히고 아픔으로 살아왔는데 지금까지 살면서 돌아가신 분도 많다"며 "지금이 아니면, 우리는 이제 얼마 없어서 무덤으로 간다. 정말 기다리다 기다리다 오늘 재심 청구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재심청구자를 10명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행방불명인 유족회의 각 지역위원회별로 2명씩 선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심을 청구한 유족에서는 97살 배우자도 있다"며 "죽은 분들은 살아있는 분보다 더 억울함이 있다. 그래도 참고 누르고 오다가 이제는 더 이상은 아니다 라고 뜻을 모아서 재심청구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故 이기하의 동생인 이상하 할아버지(84)는 "당시 저희 형님 나이는 스물 다섯이었는데, 산에 갔다는 이유로 가족들이 다 몰살당했다. 저는 총을 안 맞고 살아났다"면서 "형님은 1949년에 자수해서 내려왔는데, 그 후에 총살로 사형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재심은 10명만 하는데, 앞으로 3000명이 모두 해서 좋은 결과가 났으면 한다"면서 "제가 나이 84인데, 살아있을 때 결정이 났으면 좋겠다"고 피력했다.

故 오형율의 배우자 현경아 할머니(97)는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듯, "홀로 살아오면서, 우리 남편 시신을 어디에 던졌는지, 그것만이라도 알고 싶다"면서 "남편 무덤, 무덤 하나 없는게 원통스럽다.남편 시체라도 찾게 해달라"고 호소하며 통곡했다.

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오늘 재심을 청구한 10명은 짧게는 5년에서 사형에 이르기까지 불법 군사재판에서 선고 받았다"면서 "행불인협의회에서는 3년 전부터 재심준비를 해왔는데, 생존수형인 18명에 대한 공소기각이 나왔기 때문에 이번 재심청구에 대해서도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의 '초사법적 처형'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제주도민 4.3수형인은 약 2530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한 후 상부 명령에 따라 집단처형(총살) 됐거나 행방불명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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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3일 4.3당시 희생됐던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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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희생자유족행방불명인유족협의회가 3일 4.3당시 희생됐던 수형인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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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승문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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