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경찰청 71년만에 제주4.3 '사과'..."깊은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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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경찰청 71년만에 제주4.3 '사과'..."깊은 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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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양민 희생 깊은 유감"...경찰청장, 4.3추념식 참석
제주도 "역사적 큰 의미, 새로운 전환점"...유족들 "환영"
▲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 참석해 참배하고 있다 . ⓒ헤드라인제주

[종합] 국방부와 경찰청장이 3일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만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에 대해 사상 처음으로 공식 유감입장을 밝히며 추념행사에 참석했다.

제주4.3은 그동안 진상규명 과정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첫 공식 사과(2003)와 위령제 참석(2006년), 국가기념일 제정(2014),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참석 및 양민학살에 대한 사과와 위로(2018년) 등 4.3 문제해결에 있어 의미있는 성과가 이어져 왔다.

4.3당시 토벌대로 참여한 군당국과 경찰총수가 추념행사에 참석하며 사과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71주년을 맞은 제주4.3희생자추념일의 역사적 의미를 크게 하고 있다.

◆ 국방부 "진압과정에서 도민들 희생 깊은 유감과 애도"

국방부는 이날 공식 입장문을 통해 "제주4.3특별법의 정신을 존중하며 진압 과정에서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과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짤막한 입장은 검정 넥타이에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국방부 기자실을 방문한 국방부 관계자에 의해 발표됐다.

이어 이날 오후 한미 국방장관회담 관계로 방미 중인 정경두 국방부 장관을 대신해 서석주 차관이 서울 광화문광장에 마련된 4.3추모공간을 방문해 헌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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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 마련된 제주4.3 추모공간에서 방명록을 남기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서 차관은 방명록에 "아픈 역사로 안타갑게 희생되신 분들의 영전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제는 과거의 아픔을 온전히 치유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를 기원합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서 차관은 이어 유족들을 만나 손을 잡으며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사과의 마음을 전합니다"라며 세 번에 걸쳐 고개 숙여 사과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노력에 국방부는 적극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했다.

◆ 민갑룡 청장, 4.3추념식 참석..."머리숙여 애도"

앞서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370+1 추념식'에 직접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경찰총수가 4.3희생자추념일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 청장은 4.3추모공간을 둘러본 후 방명록에 "4.3 당시 무고하게 희생된 모든 분들의 영전에 머리 숙여 애도의 뜻을 표하며, 삼가 명복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 민갑룡 경찰청장이 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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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1주기 추념식' 행사에 참석해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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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이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제주 4·3 71주기 추념식' 행사에 참석해 작성한 방명록.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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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오전 민갑룡 경찰청장(맨 왼쪽)을 비롯한 이용선 시민사회수석, 박원순 서울시장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4370+1 봄이 왐수다' 추념식에 참석해 추모곡을 제창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민 청장은 "하루 빨리 비극적 역사의 상처가 진실에 따라 치유되고, 화해와 상생의 희망이 반성에 따라 돋아나기를 기원한다"며 "이를 위해 헌신하고 계시는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리며, 경찰도 이에 동참하여 지난 역사를 더욱 깊이 성찰하면서 오로지 국민을 위한 민주, 인권, 민생 경찰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날 제주4.3평화공원에서 엄수된 제71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는 이상철 제주지방경찰청장이 참석해 애도를 표해 눈길을 끌었다.

◆ 제주도 "국방부와 경찰청 결단 환영...새로운 전환점 될 것"

이번 군당국과 경찰의 공식적 사과 및 유감 표명에 대해 제주사회에서는 의미있게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날 이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고, "제주도는 4·3 당시 공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희생자와 유족, 도민들께 공식적인 애도를 표명한 국방부와 경찰청의 결단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71년 추념식이 열리는 오늘, 4.3의 직접 관련자인 국방부의 입장발표와 경찰청장의 첫 4·3추념식 참석은 역사적으로 의미가 크다"면서 "이는 제주4.3이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이어 "4.3은 오랫동안 금단의 역사였지만 모두가 기억하고 있었기에 언젠가는 채워야 할 역사의 빈 공간으로 남았고, 40년이 흘러서야 역사의 빈 칸을 하나 둘씩 채워 가고 있다"며 "국방부와 경찰청의 역사적 결단이 4·3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회복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또 "국방부와 경찰청의 발표는 역사를 바로세우고, 이를 기반으로 국민 대통합과 정의로운 나라를 만들어나가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4.3특별법 개정을 비롯해 도민들의 숙원인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유족회 "만사지탄이지만 환영...추가적인 조치 약속 있어야"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성명을 통해 "국방부와 경찰청의 제주4.3에 대한 입장 발표에 대해 만시지탄이지만 환영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족회는 그러면서도,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을 위해 더욱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한다"고 전했다.

유족회는 "제주4.3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역사이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자비하게 자행된 암흑의 역사임이 자명한데, 그 잔인했던 공권력의 중심에는 군경(軍警)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당시의 군경은 국토를 수호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국민의 편이 아니었고, 도리어 갖은 학살과 만행의 주도자였다"며, "제주4.3을 정의롭게 청산해 나가기 위해서는 절대적 가해자였던 국가의 태도가 더없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국가 공권력의 과오를 덮고 진실을 외면하려 했던 과거 정부의 구태의연함을 탈피해 진정성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만 한다"며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국방부의 입장발표와 경찰청장의 참배는 그동안 유족들의 가슴을 옥죄어 왔던 원망과 분노를 다소나마 풀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족회는 그러나 "다만, 군경의 수장으로서 희생자와 유족들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와 이에 수반하는 추가적인 조치 약속 등이 누락된 부분은 크게 아쉬움이 남는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우리 유족들은 70년을 넘게 견뎌 왔고 우리들의 가슴은 항상 열려 있다"며 "그릇된 역사를 바로잡고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어 나감에 있어 과거의 억울함과 분통함을 넘어서 관용과 용서를 기반으로 화해와 상생의 시대를 열어갈 것을 다짐했는데, 바라건대, 제주4.3에 대한 군경의 입장이 오늘 행해진 유감과 애도의 표명보다는 더욱 진정성 있는 사과의 자세로 다가와 주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 "그 과정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화해와 상생의 정신은 그 가치를 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족회는 "아무쪼록 오늘을 계기로 대한민국의 군경이 올바른 역사의식 속에서 국민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길 바라며, 다시는 이 땅위에 제주4.3과 같은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국민을 최우선으로 위하는 군경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유족회의 염원인 4.3특별법 개정에도 적극 협조해 국민과 함께하는 국민의 군대, 국민의 경찰로 우뚝 서길 당부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빼앗겼던 제주의 봄을 되찾는 역사적 소명에 함께 하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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