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활동지원과 '휴게시간'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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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활동지원과 '휴게시간'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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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조미림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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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미림 / 제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헤드라인제주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란 일상생활과 사회활동이 어려운 장애인들에게 활동지원을 제공함으로써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위한 서비스이다. 하지만 실제로 활동보조를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활동지원서비스의 정책방향과 실제 현장에서의 괴리감이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사회참여를 위한 서비스라는 점에서 활동지원서비스는 당연히 장애인당사자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서비스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장애인당사자와 활동지원인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기계적인 제도가 이 당연한 명제조차 어렵게 만들고 있다.

예를 들어보자. 이번에 장애인활동지원인이 사회복지직업이 특례직업에서 제외되면서 활동지원인들도 4시간에 30분, 8시간에 1시간씩 휴게시간을 가져야한다. 하지만 이 휴게시간이란 제도는 활동지원이라는 서비스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무책임하고 비효율적인 제도라는 비판이 많다.

활동지원인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가도 갑자기 휴게시간이 되면 단말기를 작동해 휴게시간을 지켜야한다. 하지만 그 때 장애인당사자가 직장에 출근을 해야 하거나 학교를 등교하거나, 병원에 가야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장애인당사자와 외출동행을 해야 하는데, 결국 그 시간은 휴게시간이란 이름을 단 무급노동시간이 되어버린다. 근로자를 위한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에 맞는 여유를 아무도 누릴 수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활동지원인이 휴게시간에 쉴 만한 공간도 마땅하지 않다. 서비스를 제공하다가 이용자 옆에서 일을 멈추는 것은 활동지원인에게는 쉬는 시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휴게시간을 지키기 위해 이용자 자택에서 이용자를 두고 혼자 외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더욱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 시간에 자리를 비웠다가 문제가 발생한다면 그 책임을 감당하기 어려운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만약 단체근로가 이루어지는 곳이라면 휴기시간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활동지원은 서비스 특성상 재가장애인과 활동지원인 1:1로 매칭되어 장애인당사자의 자택과 이동경로를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장애인당사자들은 더 많은 불편함과 어려움을 느낀다. 자신이 받고 싶은 시간에 정작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불안함과 두려움을 느끼며 휴게시간이 끝나길 기다려야한다.

휴게시간과 관련하여 이렇게 많은 비판과 우려가 제기되자 정부는 휴게시간에 가족들이 와서 대체근무를 하거나, 다른 활동지원인을 보내 그 시간에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활동지원인을 구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30분 혹은 1시간의 짧은 시간동알 일할 다른 대체 활동지원인을 구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안전을 위해, 활동지원인의 진정한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지원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제도는 바뀌어야 한다. 무책임한 행정에 근거해서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모니터링과 서비스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뚜렷한 방안이 나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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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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