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도움 없이는 달릴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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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도움 없이는 달릴 수 없는 것이 마라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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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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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 ⓒ헤드라인제주

마라톤은 42.195km의 거리를 두 시간 이상 쉼 없이 달려야 하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다. 이렇게 긴 코스를 오랜 시간 동안 달리며 완주한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쉬지 않고 꾸준히 가야 하는 것이 그렇고 숱한 좌절과 시련이 들락거리는 것이 그렇다. 주저앉고 싶은 심정과 골인 지점을 향해 처절하게 싸우는 자기와의 싸움 역시 그러하다. 

시간이 지날수록 포기라는 단어가 달리는 주자를 수없이 유혹한다. 참고 또 참아서 인내의 한계를 수십 차례 넘나들어야 하는 것이 마라톤이다. 대회마다 장소와 조건 그리고 30도가 넘는 고온부터 영하의 날씨, 평탄한 길부터 가파른 언덕길까지 지역에 따라 코스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무리 경험이 많은 노련한 마라토너라도 그날의 컨디션과, 코스, 날씨를 대비하지 않고서는 좋은 기록과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것 또한 마라톤이다. 평소에 철저한 자기관리와 사전 준비가 없이 마라톤을 완주하기란 불가능하다. 

치열한 기록을 다투는 전문적인 선수가 아니고 순수한 아마추어 선수라면 앞 선수를 추월하고 기록을 단축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건강을 위해 부상 없이 안전하게 달리는 것이다. 충분한 준비운동과 꾸준한 연습을 통해 달리는 요령을 익힘으로써 자신만의 페이스를 찾고, 초보 마라토너라면 완주가 목표라는 생각으로 여유를 갖고 달리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아마추어 마라토너들의 꿈인 서브스리(풀코스 42.195km를 3시간 이내 완주)에 집착하는 선수가 많아 부상과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 레이스 중에 신체에 이상 증상이 발생하면 달리기를 멈추고 레이스 페트롤을 찾아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도 잊지 말야야 한다. 오늘만의 날은 아니지 않은가. 아쉽지만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용기도 필요하다. 

마라톤은 레이스중에 타인의 도움을 받아 골인하면 실격이 된다. 그러나 결코 타인의 도움 없이는 치를 수 없는 경기가 바로 마라톤 경기다. 자원봉사자, 진행요원, 교통경찰관, 의료진, 관계자, 페이스메이커, 거리에서 응원하는 사람들의 고마운 마음을 참가 선수들이 잊어서는 안 되는 것 또한 마라톤이다. 고독한 싸움이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달린다. 

앞에도 뒤에도 그리고 좌우에도 나와 똑같이 고통을 마다않고 묵묵히 달려간다. 오르막길을 죽을힘을 다해 넘어서면 툭 트인 시야와 함께 내리막길도 눈에 들어온다. 체력은 고갈되어 바닥이지만 정신은 맑아지고 기분도 상쾌해진다. 

30킬로미터 지나서 느껴지는 고통, 그리고 그것을 극복했을 때의 자신감, 결승선을 통과할 때의 쾌감과 성취감, 42.195킬로미터를 달리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 달리고, 아름다운 풍광을 벗 삼아 해변을 따라 달리는 환상의 코스에서 제주의 봄을 즐기며 뜨거운 마라톤의 열기를 느껴보시기 바라며 다가오는 31일 ‘2019제주MBC국제평화마라톤대회’에서 평화를 염원하며 모두가 건강한 모습으로 완주하기를 기대해본다. <김원식 전 올림픽 국가대표 마라토너(제주MBC 스포츠해설가)>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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