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쓰레기' 망신, 그 시작은 '과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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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쓰레기' 망신, 그 시작은 '과부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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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쓰레기 불법수출 파문과 환경수용력
수용력 한계→ 반출, 불법처리→ 총체적 부실행정

제주도에서 반출됐던 막대한 양의 생활쓰레기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됐던 사실이 밝혀져 큰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유네스코 3관왕'의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청정 이미지의 제주섬이 한순간에 국제사회에 환경문제를 야기시키는 지역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제주도 섬에서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발생해 국내 반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낯뜨거운 일인데, 해외로 보내어져 불법으로 처리하려 한 일은 더욱 부끄럽게 한다.

이번 파장의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한 마디로 '무개념' 행정의 전형이자 총체적 부실이 빚어낸 대참사다.

제주도와 제주시에서 발표한 내용을 토대로, 이번 사태가 발생하게 된 경위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제주도 쓰레기가 압축 포장돼 육지부로 반출되기 시작한 것은 2015년부터였다.

제주시 봉개동 회천매립장 북부광역소각장의 시설용량 과부하 문제 때문이었다. 북부소각장의 처리능력이 원래 200t 규모였으나 시설 노후화 및 발열량 증가로 143t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였다.

반면 반입되는 양은 213t에 달했다. 산술적으로도, 매일같이 70여t의 잉여분이 발생했다는 결론에 이른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대응은 결론적으로 모두 실패했다.

최초 대안으로 제시됐던 고형연료 생산이 그 대표적 사례였다.

2015년 8월부터 생활폐기물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파쇄 및 분쇄하고 압축해 포장하는 방식의 고형연료 생산시설을 가동했으나 고형연료 제품생산은 실패로 끝났다.

제품이 생산되려면 수분함량이 25% 미만이어야 하는데, 당시 읍.면 음식물쓰레기 혼합반입으로 수분함량 조건을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제주시의 설명이다.

이에 고형연료 생산은 사실상 중단되고, 민간업체에 맡겨 도외반출을 통해 처리하는 방식으로 전환됐다.

제주시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북부소각장에서 만들어진 압축쓰레기의 총량은 8만9270t.

이중 4만6631t은 현재 회천매립장에 적치돼 있고, 나머지 4만2639t은 중간처리업체에 의해 육지부로 반출됐다. 2015년 3825t, 2016년 3597t, 2017년 1만2162t, 2018년 2만2618t이 보내졌다.

2018년 반출된 분(2만2618t)은 시멘트 제조업체의 소성로 연료 등으로 처리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폐기물 중간처리업체인 H사와 위탁계약을 한 2016년과 2017년 처리분 1만여t에서 발생했다.

제주시는 당시 특정업체에 일감을 몰아준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H사와의 계약을 통해 2016년 3억원, 2017년 11억원 등 총 14억원을 지급했다.

그러나 H사는 이 물량을 또다른 폐기물 처리인 N사로 위탁했는데, 위탁된 물량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처리되지 않았다.

2016년 물량은 제주항에서 선적해 전량 필리핀 세부항으로 보내졌다가 반송됐다. 이후 평택항 입항거부 및 공해상 방치, 평택항 하역 등 표류가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국내 소각처리시설에서 정상적으로 처리된 양은 930t만에 불과했다.

나머지 1782t톤은 다른 7~8개 업체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묶여져 필리핀 민다나오 섬에 보내어져 버려졌다가 이번 '불법 수출' 파장으로 이어지게 된 것이다.

어처구니 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고 걱정스러운 것은 이 업체에 위탁된 2017년분 중 미처리된 9262t에 달한다는 것이다. 이 압축쓰레기는 현재 군산항 물류창고(8637톤)와 광양항 부두(625톤)에 보관되며 사실상 방치상태에 있다.

들녘에 쌓아두면 '쓰레기 산'이 될 정도의 엄청난 양이다. 앞으로 추가적으로 발생할 쓰레기의 처리문제는 고사하고, 육지부로 반출된 후 누적된 이 쓰레기의 처리 문제가 큰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자칫 국내 다른 지자체로부터도 쓰레기 처리명령을 받지 안을까 걱정이다.

제주시당국은 "사업비를 이미 지불한 상황이므로 계약업체로 하여금 처리토록 조치하고, 불이행시 소송 등 법적 대응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책임한 원론적 답변이 아닐 수 없다. 위탁을 한 업체가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으면 법적 조치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1만톤에 가까운 양을 처리할 합법적 소각시설이 과연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미 해외 불법수출로 파문을 일으킨 업체이고, 현재 마땅한 처리방안이 없는데도 무조건적으로 처리를 요구하는 것은 또다른 '불법'을 압박하는 것에 다름 없다.

이 업체를 믿고 알아서 처리하도록 하겠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발상이다.

이제 해당업체의 처리과정에 행정당국이 직접 개입하고 관리 감독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소각이 가능한 곳을 파악해 해당 업체로 하여금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는 형태로 서둘러 일을 진행시키는 것이 사태를 진정시키는 길이다.

이번 쓰레기 파문의 전후 과정을 보면, 민간위탁 행정업무는 계약과정에서부터 업무미숙함이 있었고, 관리감독이 전혀 안되는 총체적 난맥상을 드러냈다.

더욱이, 민간위탁 계약과정에서 사업계획서에는 분명 '수출'이라고 적시돼 있었음에도, 이 부분을 인지하지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알면서도 묵인한 것인지, 많은 의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의문은 이 뿐만이 아니다.

환경단체에서는 지금까지 육지부로 반출된 압축쓰레기 중 2만여t의 행방이 불분명하고, 이 중에서도 8000여t은 제2의 필리핀 등 해외수출로 불법처리 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주도당국은 현재 15개 업체가 어떻게 처리했는지 조사 중이라면서, 현재까지 4712t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물량 규모에서는 차이가 있지만 환경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5000t 가까운 양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것이다. 정상적으로 처리됐다면 다행이지만, 만에 하나 이 물량도 불법 처리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파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부분에 대한 확인조사도 시급하다.

원희룡 지사는 18일 "위탁업체에 대한 관리감독 부실 책임 또한 통감한다"며 이번 쓰레기 해외 불법수출 파문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그러면서 업무처리 과정에 법 위반 여부 또한 자체 조사와 감사위 감사를 통해 규명하고, 관계자의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감사위 조사를 통한 진위 규명은 당연한 것이다. 위탁업무 부실 및 행정 난맥상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왜 H사와 독점적 계약을 하게 된 것인지, 막대한 자금을 지원해주면서도 사업계획서에 명시된 '처리방법'에 대한 내용은 왜 확인이 안됐던 것인지 등 현재 제기되고 있는 의혹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문제가 확인된 전.현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상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번 일련의 사태에 있어 정말 우려스러운 것은 제주도정의 안이한 현실 인식이다.

원 지사는 사과문 발표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에 조성되는 환경자원순환센터의 소각로 시설의 처리용량이 1일 500t 규모이기 때문에, 이 시설이 완공되면 지금과 같은 문제는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과연 그럴까.

동복리 소각로 시설은 서귀포시 지역 발생량까지 아우르게 된다. 제주도 전역을 커버하게 된 것이다.

제주도는 제주시와 서귀포시지역을 모두 합하더라도 예상 발생량은 330t 내외에 불과해 시설용량 초과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제주도의 유입 인구 및 관광객 증가, 대규모 관광개발 사업 등의 상황을 감안할 때 소각 폐기물 발생량이 '500t'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과연 확신할 수 있을까.

당장 2~3년 내는 문제가 없겠지만, 그 이후 시설용량 한계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란 보장은 없다. 더욱이 현재 강행되고 있는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되고 입도 관광객 수가 지금보다 크게 증가한다면 쓰레기 발생량은 현재 우리가 예측한 수준 이상을 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

이번 제주도 쓰레기 불법 수출의 최초 발단은 '과부하'였다. 환경수용력의 한계를 넘어선 것이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쓰레기 사태, 상수도와 하수도 등에서도 이미 전주곡이 있었다. 제주도의 환경수용력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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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차려라 2019-03-19 19:34:03 | 110.***.***.116
사유재산 인정하는 민주국가에서 개인이, 기업이 건축 토목 하는 걸 공산국가처럼 통제할까? 그리하여 재산권에 통제를 둬야 하는가? 그런상황이라면 쓰레기가 이정도 발생하지 않았겠지! 왜 전체적인 걸 보지도 않고 공부하지도 않으며 쓰레기 같은 제목의 기사를 쓰는 것인가! 왜 선제적으로 쓰레기 처리 용량을 늘리지 않았는가 묻고 친환경적인 방법은 없는건가 물을 생각은 안하고 비판적인가! 먹고 살만 해지니까~ 이런 기사도 잘 써지는가? 우린 자원하나 없는 나라이며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인 걸 기억해라! 오늘날 풍족함을 만든 사람들이 당신들 편하게 노트북 앞에서 펜대나 굴리라고 노력한게 아닐 것이다. 비판만 말고 대안을 내놓는 기사를 써봐라. 하루 아침에 베네수엘라처럼 되지 말란법 없으니... 정신차려라. 기자님

서울토박이 2019-03-19 12:04:19 | 58.***.***.23
서울도 쓰레기 인천매립장에 버린다...
서울도 과부하라 지방사람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라...제주도만 과부화 서울은 더 심하다

쓰레기수출도시운 2019-03-19 11:23:41 | 221.***.***.101
제2공항?
오라관광단지?
ㅇㅇㅇ도로확장?
준공영제 교통정책 ?
행정은 쓰레기행정 ! 밑바닥 행정부터이다~~~
왜 환경시설관리 책임자가 수시로 바뀌는지 ?
도백들이 환경시설 현장에서 향수냄새?를 맡으면서 1시간 만이라도 체험을 해보고 종사자들의
고통소리를 들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환경이 우선이 되는 도시가 그립다.

반면교사 2019-03-19 11:06:46 | 221.***.***.101
수용력 한계→ 반출, 불법처리→ 총체적 부실행정
도지가 몰라도 너무몰라
쓰레기문제가 어느기관 소관인지?
만만한 행정시에나 떠맞기고~~
이번 사태는 이미 5~6년전부터 예견된 것!
소각시설의 능력만 충분했다면 이와 같은 일은 없었을 터인데----
일련의 과정에서 당시 책임자들 모두 책임있는 조치가 필요함.
제주도가 광역소각장의 주 책임기관이다.
이번기회에 확실히 책임을 물어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반면교사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임

공감 2019-03-19 07:26:03 | 175.***.***.169
제주도 환경수용력 딱 여기까지가 좋다
관광지 개발 중산간 난개발 제2공항 했다가는 제주도 쓰레기 천지로 바뀌고 상하수도 대란ㅡ불보듯 뻔하다
제발 여기에서 멈춰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