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제주의 수눌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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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제주의 수눌음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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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이성돈 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농촌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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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돈 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농촌지도사 ⓒ헤드라인제주

최근 우리사회의 최대의 화두는 미투운동, 비정규직, 빈부격차 문제 등 사회 구성원 간 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인권에 대한 문제이다.

인권이란 어느 시대, 어느 사회에서 사람으로서 나라의 구성원으로서 누리고 행사해야 할 자유와 권리로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문제로 제기되고 있어 그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현대 사회에서 인권을 침해받는 사람들은 주로 여성, 아동, 장애인 등 힘이 약하거나 권리에 대해 잘 몰라 스스로를 지키기 어려운 사회적 약자들이다. 현대 기술문명, 정보화 및 시장의 세계화의 추세에 인권문제는 우리 사회 깊숙이 더욱 스며들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분야에도 시장 경제가 도입되면서 정치적 소외에 의한 인권침해 이외에 고령화, 장애인층, 빈곤층, 이주여성 등 사회 계급·세력 간의 갈등과 거기서 일어나는 인권침해문제가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어가는 실정이다.

제주의 수눌음은‘수눌어간다’는 말의 명사화된 제주 말이며 수눈다는 것은 육지의 품앗이 같이 품을 교환한다는 뜻으로 예전 제주에서 농사일이나 힘든 일이 있을 때 이웃끼리 서로 도와가면서 살아 왔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하면 마을의 큰일 또는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우며 지내는‘수눌음’이라는 활동을 자발적으로 만들어 마을 공동체를 운영하여 왔다. 예전의 제주사회는 수눌음으로 힘든 일은 서로 함께 하는 공동체를 이루어 왔다. 집을 지을 때, 지붕이엉을 이을 때, 산에서 큰 나무를 내릴 때, 방앗돌을 굴릴 때, 밭을 밟을 때 등 농사일 전반에 수눌음 공동체는 함께 하여 왔던 것이다. 특히, 제주도는 논농사가 어려워 밭농사가 주를 이루는데 마을에 홀로 사시는 여성분들도 수눌음을 통해 어렵지 않게 농사일을 하며 자립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수눌음은 일손을 함께 하는 협동노동을 넘어 마을 공동체가 개인의 안전망을 책임지는 역할도 하였던 것이다.

사회 인권의 문제가 크게 대두되는 요즘 도시화와 고령화, 그리고 빈부격차로 생기는 양극화는 사람간의 정을 점점 희박하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세상살이가 점점 더 각박해져간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제주의 아름다운 문화인 제주의 수눌음 공동체는 요즘 발생하는 각종 사회 인권의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수눌음 정신을 계승한 공동체의 형성 및 유지는 사회구성원 간 소통의 부재로 발생하는 작금의 인권의 문제들을 극복 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에 제주의 수눌음 문화는 지금의 시점에서 오래된 과거가 아니라 미래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성돈 농업기술원 기술지원조정과 농촌지도사>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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