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리병원 사업 '포기' 의사 밝혔는데도 '허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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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사업 '포기' 의사 밝혔는데도 '허가'...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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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측, 10월 '병원 인수' 요청→ 12월 '개설허가'
시민단체 "무슨 거래 있었나?"...道 "공식 논의는 없었다"

원희룡 제주도정이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국내 영리병원 1호로 추진된 중국자본의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를 내준데 대해 큰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사업자측이 병원 사업을 포기할 의사를 밝혔음에도 제주도당국이 병원개설 허가를 내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원 지사가 그동안 밝혀온 허가를 해줄 수밖에 없었던 '사유'의 논리와도 맞지 않는 것이어서, 논란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녹지그룹측은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숙의형 공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인 지난해 10월 12일 제주도에 사업포기 의사를 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내용은 KBS제주가 보도한 제주도와 사업자인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 유한회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확인됐다.

제주도는 당시 녹지측에 보낸 공문을 통해 △채용된 인력에 대해 자체 사업 추진과 연계해 고용승계 가능성 여부 △녹지국제병원 건물 매각 및 타 용도 활용 등을 포함한 재활용 방안 △녹지코리아에서 추산되는 손해배상액(실제투자금액, 유지관리비용 및 이자발생 등) 제시 등 크게 3가지 사항에 대해 질의했다.

이에 대해 녹지그룹 측은 "건물 신설에 투입한 비용과 각종 의료 시설, 인건비 등 경영비용이 계속 발생하고 있어 제주도에서 병원 인수방안을 최대한 빨리 제시해주거나 제3자를 추천해달라"고 답변했다.

병원건물을 제주도에서 인수하거나, 아니면 인수할 제3자를 추천해달라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사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을 제주도정에 공식적으로 통보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녹지그룹은 지난 2월 제주도에 보낸 공문을 통해 "내국인 진료 금지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내국인 환자를 받지 않고는 병원 운영이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녹지측은 '내국인 진료금지'에 대한 수용 불가와 함께, 공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에는 인수요청 등 사업포기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그럼에도 제주도당국은 지난해 12월 '내국인 진료금지'를 조건부로 하는 병원 개설허가를 내줬다. 사업자가 스스로 포기할 뜻을 밝혔음에도, 공론조사 결과까지 뒤집으며 개설허가를 내준 것이다.

이는 그동안 원 지사가 밝혀 온 녹지그룹의 1000억원대 소송 가능성, 투자자 신뢰 등의 병원 개설허가 '사유'의 논리와도 맞지 않는 것이다.

원 지사는 영리병원 개설허가 발표 기자회견에서 "녹지측에 비영리병원으로 자체 전환하는 방안에 대해 여러차례 권유도 했고 논의했지만, 결론적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수용할 수 없다는 결론이었다"면서 "중앙정부나 국가기관이 인수해 비영리병원 또는 관련된 시설로 사용하는 것은 이론상 가능한 방안이었지만 현실적으로는 감당할 방안이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녹지그룹측에서 사업포기 의사를 밝혔다는 부분은 한마디 언급이 없었다.

이 때문에 병원 개설허가를 내주는 과정에서 뭔가 숨기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의료민영화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의 오상원 정책기획국장은 19일 밤 열린 제주도청 앞 촛불집회에서 "사업자가 병원을 인수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을 제주도에 전달했으나, 제주도는 도민들에게 이런 사실을 속이고 마치 녹지그룹이 사업을 해야 되는 것처럼, 또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말하며 도민들을 기만했다"고 규탄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영리병원 철회와 원희룡 퇴진 위한 제주도민운동본부'는 20일 논평을 내고 "원 지사는 녹지와 도대체 무슨 거래가 있던 것인가"라며 "진짜 진실을 밝혀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번 녹지측의 '병원인수' 요청을 통해, 영리병원 허가와 관련된 그 동안의 원 지사의 발언들이 거짓말이거나 무엇인가 은폐하고 있다는 의혹만 커지게 하고 있다"면서 "원 도정은 요설로 도민들을 현혹하지 말고 사업계획서 원본 공개와 함께 명명백백하게 녹지와 그동안 오고갔던 협상의 그 실체적 진실을 도민들에게 고백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道 "공식적 인수관련 논의 없어...개원 안하면 자동취소"

이에 대해 임태봉 제주특별자치도 보건복지여성국장은 20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녹지측의 인수요청과 관련해, "정확한 내용은 다시 확인해봐야겠지만, 당시 녹지측과 공식적 인수 관련 내용은 오간 것이 없다"고 밝혔다.

녹지측에서 병원 인수를 해 달라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식적인 인수 관련 논의는 진행한 바 없다는 주장이다.

임 국장은 앞으로 인수관련 논의 가능성과 관련해, "이미 조건부 허가 나갔기 때문에 인수관련 논의할 단계는 지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조건부 허가가 나갔으니 (녹지그룹측은) 바로 운영을 하면 된다. 개원식 하고 손님(환자)을 받으면 된다"면서 "(만약) 개원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취소된다"고 원칙적 입장을 거듭 밝혔다.

◆ 녹지측 병원개원 불투명...허가취소냐, 법적대응이냐

한편, 그동안 녹지그룹측에서 밝힌 '내국인진료 금지' 및 '병원건물 인수' 등의 내용을 감안할 때, 제주도정의 병원 개설허가에 불구하고 녹지측에서 기간 내 병원 개설을 할지 여부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녹지국제병원은 현행 의료법 규정에 따라 허가를 받은 후 3개월(90일) 이내인 오는 3월 4일까지 개원하고 진료를 개시해야 한다.

이때까지 병원을 개원하지 않을 경우 제주도는 청문회 절차를 거쳐 의료사업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녹지측이 병원 개원 의사를 표명하지 않고 있는 것은, 또다른 대응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내국인 진료 금지 등을 이유로 한 소송제기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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