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상버스도, 정류장 환경도...대중교통 이용 정말 힘듭니다
상태바
저상버스도, 정류장 환경도...대중교통 이용 정말 힘듭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인권 이야기] 고혜원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고혜원.jpg
▲ 고혜원 / 제주장애인인권포럼ⓒ헤드라인제주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한다. 출퇴근 시간과 늘 잘맞는 버스는 마침 300번으로, 번대동과 하귀를 오가는 이 버스에는 제주시내에 유일한 저상버스가 포함되었다.

저상버스 300번이 매번 같은 시간에 다니는 것은 아니지만 종종 버스정보 안내기기에 ‘저상버스’ 신호를 달고 들어오는 것을 이용한 적이 있다.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서 장애인정책과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담당하고 있어 이렇게 버스를 이용할 때마다 정류장접근부터 버스에서 내리기까지의 과정을 이전보다 유심히 지켜보게 되었다. 

과연 제주시내 저상버스는 그 도입취지에 맞게 교통약자들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해봤을 때 나온 답은 ‘아니다’였다.

얼마 전 제주장애인인권포럼에서는 도시환경 모니터링의 일환으로 제주시내 버스정류장 현황을 점검하였다. 약 2,000개의 버스정류장을 모두 조사한 것은 아니고 그 중 제주시 유일한 저상버스노선인 300번 버스 구간과 현재 시행중인 대중교통 우선차로제 노선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대해서만 행해졌다. 버스정류장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이었지만 크게는 교통약자의 이동권과 관련된 것이고, 모니터링 대상도 저상버스 운행노선에 대해 이루어졌으므로 제주시내 교통약자의 저상버스 접근권 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모니터링 단원들과, 또 여러 활동가들과 의견을 주고받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은 ‘이야기할 만큼의 내용조차 없다’였다.

전국에서 저상버스 운행율이 최하위인 제주도. 저상버스 이용환경에 대해 논하기 전에 우선 절대적으로 그 수가 부족하다. 제주도에는 2018년을 기준으로 68대의 저상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그나마도 그중 65대가 서귀포시에서 운행 중이며, 제주시에는 단 3대밖에 다니지 않는다. 제주도는 대중교통체계개편 이후에도 교통약자를 배려한 대중교통체계를 마련하지 못한 점을 여러 차례 지적받았다. 

관계당국은 저상버스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연료문제나 버스업체의 운영기피 등을 언급하고 있지만 이 문제에 대해 지적받은 기간이 오래된 것에 비해 문제해결에 적극적이지 못한 태도를 보였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번 대중교통체계개편과 향후 개선방향 발표를 지켜보며 앞으로는 다른 행보를 보여줄 것을 기대한다. 최근에는 저상버스 도입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며 2021년까지 전체 시내버스 중 32%를 저상버스로 보급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고 한다. 이제까지 저상버스를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고 꼽았던 버스연료에 대한 문제를 애월항 LNG기지 건설을 통해 해결하고 저상버스 도입문제에 대해 차근차근 검토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저상버스가 다니더라도 그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휠체어 장애인을 비롯한 교통약자가 이용할 수 없다. 인권포럼에서 버스정류장 모니터링을 통해 지적한 버스정류장 구조문제와 점자블록 미비 등이 그 예이다.

승객의 모든 승하차 과정은 인도에서 이루어져야 하고 동시에 여러 대의 버스가 도착하면 순차적으로 승하차 구간에서 멈춰 버스 승하차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버스탑승객들의 급한 일정과 승강장의 구조적인 문제로 현실적으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승하차 구간이 아닌 곳에서도 문을 열어 사람들이 오간다. 그나마 인도와 차도 사이에 방해물이 없는 곳이면 다행이다. 버스를 타고 내릴 때의 시간을 조금이라도 아끼려고, 환승하려는 버스를 놓칠 까봐서 등 바쁜 일정 때문에 버스 운전자나 이용자 모두 안전상 이유를 고려하기 어렵다.

휠체어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라면 상황은 더욱 어렵다. 버스정류장 규모가 작고 정류장 옆으로 펜스나 큰 화분과 같은 장애물이 있어서 교통약자가 버스 승강장을 통해 각각 승하차하는 것이 구조적으로 어렵다. 저상버스의 경우 도로와 보도 사이에 높이차이가 커서 경사대 리프트가 수평하게 내리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다.

또 저상버스 운행노선에 위치한 버스정류장 중 절반이상은 점자블록이 적절하게 갖춰지지 않았다. 제주한라병원 버스정류장은 주변에 큰 병원이 있고 교통량이 많지만, 점자블록이 아예 설치되지 않아 교통약자가 대중교통을 통해 접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향후 저상버스가 확충되더라도 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부족하면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지 않는다. 저상버스의 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에 함께 교통약자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전반적인 도로환경을 조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 

또 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승객들과 운전자들도 교통약자를 배려할 수 있는 태도를 갖추고, 지자체에서도 끊임없이 그에 대한 교육을 통해 함께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를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고혜원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

장애인.jpg
장애인 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수정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