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된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독선'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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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화된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독선'이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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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계획 백지화의 책임
시민들에게 묻지도 않고 '독단적 결정'이 자초
논란 촉발도 도정이, 포기도 도정이...'북치고 장구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20일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계획을 전면 백지화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수순이다.

가장 기본적인 공론화 과정마저 거치지 않은채 밀어붙이기를 한 독선적 결정이 부른 참담한 결말이다.

제주도정은 계획을 전격 철회한 이유로, 사업 추진에는 문제가 없었으나 찬반이 팽팽한 상황을 고려해 미래세대를 위한 공공용지로 남겨두자는 도민 일부 의견을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참으로 비겁한 변명이 아닐 수 없다. '찬반이 팽팽한 상황'과 '도민 일부의 의견 반영'을 이유로 들고 있으니 말이다.

도정의 진솔한 사과는 마지막까지 단 한 마디 없었다. 이 모든 상황의 근본적 원인이 행정의 잘못된 절차, 즉 '독선'에서 비롯된 것임에도 마치 도민들을 위해 대단한 결단을 내리는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계획을 뜬금없이 발표해 논란을 촉발시킨 것도 시작한 것도 원희룡 도정이었고, 밀어붙이기를 선언했던 것도 원 도정이었다. 이번에 '포기'를 선언한 것도 원 도정이었다.

처음부터 원 도정이 '북치고 장구치고' 하며 도민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갈등을 부추기고, 사회적 역량을 손실시킨 주역이었던 것이다.

오늘 발표한 '철회 이유'의 내용을 냉철히 따져보자. 찬반 의견이 팽팽한 갈등문제가 이제서야 나타난 상황이었나. 시민복지타운 부지를 미래세대를 위해 공공용지로 남겨둬야 한다는 의견은 이제서야 제시된 것인가.

귀 막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밀어붙이기를 해 오다가, 이제와서 빠져나갈 구실을 만든 것 아닌가.

시민복지타운 행복주택 건립계획의 전후 과정을 보자. 시민들이 정책결정에 참여할 기회는 단 한번이라도 있었는가.

이미 세팅된 판에 '들러리 의견수렴'만 있었을 뿐이었다.

당초 제주시청사 건립예정지 4만4000㎡에 행복주택 건설계획이 발표된 것은 2016년 9월이었다. 당시 원 도정은 어떠한 의견수렴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국토교통부의 지자체 행복주택 공모에 응모했다.

뒤늦게 문제가 커지자 공모 일정 때문에 불가피했다고 어줍은 변명으로 일관했다. 일방적 정책결정이 도마에 오르자, 원 지사는 뒤늦게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겠다고 했다. '선(先) 정책결정, 후(後) 의견수렴' 수순을 밟겠다는 것이었다.

정책결정 후 '의견수렴 공론화'는 그 자체가 명백한 모순(矛盾)이었다. 의견수렴과 시민공감대 형성은 정책결정의 사전절차로 진행돼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이미 정책결정이 이뤄진 후 공론에 부치는 것은 '형식적 절차'의 명분을 쌓겠다는 것이고, 의견수렴도 사실상 강요에 가까운 '설득'에 다름없는 것이었다.

실제 그랬다. 도정은 시민사회 찬반논쟁으로 몰고 갔다.

절차적 문제를 제기하는 시민들을 통 틀어 '행복주택 반대론자'인 것처럼 하며, 시민사회 갈등을 부추겼다.

"왜 하필 시민복지타운이어야 하는가?"라고 물었음에도, 원 도정은 행복주택 당위성 설파로 일관했다.

당시 시민복지타운은 시민 모두가 향유할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놔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 가 라는 의견도 쏟아졌고, 아무리 주택공간이 없다고 하더라도 여의도공원에 아파트를 지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그럼에도 도정의 피드백은 모르쇠였고, 행복주택 당위성 반박 뿐이었다. 대학생들과 저소득층들을 위한 행복주택인데 왜 그렇게 '매정'하느냐는 논리였다.

영리병원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이의 본질적 문제를 감추기 위해 찬반 프레임의 여론몰이를 시도하는 지금의 작태와 거의 흡사했다. 제2공항 입지선정 절차도 그랬고, 대규모 탑동매립을 통한 신항만 개발계획 발표 때도 그랬다.

원 도정은 툭 하면 이런 식이었다. '소통'을 내세우면서도 '불통' 일변이었다.

그런데, 이번 원 도정의 결단에서도 왜 1년 전에는 이러한 결정을 못내렸을까 하는 의문이 남는다.

제주자치도는 지난해 6월 시청사부지 4만 4700㎡ 가운데 30%인 1만 3000㎡에 700세대 규모의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전국에 걸쳐 설계공모를 하고, 올해 상반기에 착공하고, 2020년 상반기 입주를 목표로 완공하겠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행복주택 건립을 그대로 강행하겠다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설문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높게 나온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다. '시민의 뜻'이란 것이다. 물론 설문조사 1, 2차 결과를 보면, 제주도의 해석과 달랐다. 시민복지타운에 행복주택 건립 보다는 녹지공간 등이 바람직 하다는 의견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원 도정은 '입맛대로' 해석하며 행복주택 건립 강행의지를 밝혔다.

그런 '확고한 입장'을 보인 원 도정이 다시 1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는 이런 저런 이유로 백지화를 선언했다.

정말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원 도정의 '진심'이 무엇인지, 발표할 때마다 그 입장이 달라지니 신뢰는 여지없이 무너진다. 오락가락 행보의 극치다.

어쨌든, 결과론적으로 계획 철회는 인과응보의 당연한 결과다.

자기 혼자만이 옳다고 생각하며 행동한 '독선'이 초래한 참담한 정책실패의 결말이다. 이 막대한 사회적 손실의 책임은 당연히 원 도정이 져야 할 부분이다. 시민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는, 솔직하게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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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보자 2018-12-21 13:41:09 | 221.***.***.99
첫단추를 잘못끼웠음
그땅이 도청땅인가?
시민복지타운 조성역사를 모르는 간신배들 작품이 낳은 결과임
이제라도 행복주택 추진 않겠다니 다행인데----
그렇다면 그간 행복주택 진행과정에 쏟아부은 행정비용은 누가 변상할 것인가?
의원님들 ! 확실히 따져주시기 바랍니다. 도민혈세 반드시 관련자로부터 받아내야함.
지켜보아야겠네요!!!

지나가다 2018-12-20 19:22:23 | 110.***.***.94
원지사 말은 최소 2년은 지켜봐야 혀.
무슨 말을 해도 언제 바뀔지 모르니 그대로 믿다간 큰일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