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4.3수형인 재심 '공소기각 판결' 구형...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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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4.3수형인 재심 '공소기각 판결' 구형...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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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사실 특정 노력했으나 어려워 '공소기각' 구형"
변호사 "무죄, 공소기각 판결해야"...1월17일 '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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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당시 행해졌던 불법적이고 반인권적인 계엄 군사재판(군법회의)이 70년만에 역사의 심판대에 오른 가운데, 검찰이 17일 열린 4.3수형인 재심 재판에서 절차적 불법성을 강조하는 무죄취지의 '공소기각 판결'을 구형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 부장판사)는 17일 오후 4시 제주지법 201호 법정에서 제주4.3수형인 재심재판의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재심 피고인 18명에 대해 전원 '공소기각 판결'을 구형했다.

당초 '무죄'나, 법원의 적절한 판단을 바란다는 취지의 '적의 판단'이 구형될 것이란 전망이 나왓으나, 검찰은 공소사실 기각 판결을 요청했다. 공소사실의 내용보다는, 4.3당시 행해진 군법회의 자체의 절차적 불법성에 둔 판결을 요청한 것이다.  

즉, 공소기각 판결을 함으로써 4.3당시 불법적인 군사재판에 의한 모든 판결을 무효화 하겠다는 의미다.

형사소송법에서 '공소기각의 판결'은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을 위반해 무효일 경우 등에서 선고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에 따라 공소기각 판결이 이뤄질 경우 4.3수형인데 대한 명예회복은 물론, 4.3당시 군사재판의 불법성이 공식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은 구형 논고에서 "이번 재심 재판은 4.3사건에 대한 첫 번째 재판일 뿐만 아니라, 공소장, 판결문 등 소송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은 사건에 대한 첫 재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어 "사실, 소송기록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재심개시 결정이 가능한지도 의문이 없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검찰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은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전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 하에 법원의 재심개시 결정을 수용하고, 본안 재판에 이르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기록이 없는 상황에서 본안 재판을 하는 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여러 고민 끝에 피고인들의 체험과 기억 외에 공소사실을 특정할 방법이 없다고 판단하고, 전례없이 피고인들이 당시 조사받았던 내용에 대한 법정 신문을 통해 공소사실을 특정하고 재판을 진행하고자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는 고령인 피고인들을 아무 이유없이 힘들게 하고자 했던 것이 결코 아니다"면서 "평생 무슨 이유인지도 모른 채 적법절차에 따른 재판을 받지 못한 것을 한으로 간직한 피고인들에게 헌법상 재판받을 권리를 충실하게 보장하고, 그들의 체험과 기억을 역사에 남기기 위한 의미있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검찰은 "그동안 기록을 보관하고 있을만한 10여개 기관에 기록 보관여부를 확인했고, 수 일간 전국 여러 기관들의 협조를 얻어 재판기록을 직접 찾아보기도 했다"면서 "각종 서적, 논문, 사료 등을 수집해 재심재판과 관련이 있는 부분들을 검토, 분석했는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원래 공소사실을 알 수 있을만한 유의미한 기록을 찾지는 못했으며, 결국 피고인들에게 대한 진술을 기초로 하여 공소사실을 특정하게 된 것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런 이유로 검찰은 공소사실 특정을 위해 노력했지만, 재판부 입장에서는 이를 선뜻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재판부의 '공소장 변경'을 불허한 것에 대한 입장을 말했다.

검찰은 "공소사실은 피고인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충분할 정도로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하며, 검찰로서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은 어려운 여건에서 그간 모든 자료를 종합해 피고인들에 대한 공소사실을 최대한 특정해 보려고 노력해왔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그러나, "재판부에서 공소장 변경신청을 불허한 이상 원공소사실이 본 재심재판의 심판의 대상이라 할 것"이라며 "그런데 원공소사실을 알 수 없는 현 상황에서는 공소사실이 특정되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아니하였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27조 제2호에 따라 '공소제기의 절차가 법률의 규정에 위반하여 무효일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들에게 공소기각 판결이 선고되어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고인 전원에 대한 공소기각 판결을 구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번 재심재판의 최종 선고는 '무죄' 또는 '공소기각'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이날 법정에서 임재성 변호사는 "검찰의 구형 취지와 피고인들의 진술 잘 들었다"면서 재판부를 향해 "공소기각, 무죄의 판결을 내려달라"고 요청했다.

임 변호사는 "피고들은 대부분 중산간에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폭도로 몰렸다. 재판은 재판이라고 부를 수 없을 정도로 미흡했다. 이름도 부르지 않은 채 유죄를 선고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 어떤 증거도 없이 고문 등을 통해 재판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1948년과 1949년의 군법회의는 다르지 않았다"면서 "당시는 민간인을 적으로 몰아 처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재판을 활용한 것으로, (불법군사재판은) 반드시 무효로 판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재판에 회부된 분들에 대해서는 당연히 무죄, 또는 공소기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재심의 선고공판은 내년 1월 17일 오후 1시30분 열린다.

한편 이번에 재심을 청구한 18명의 4.3수형 생존자들은 1948년 12월 제주도계엄지구 고등군법회의에서 구형법의 내란죄위반, 1949년 7월 고등군법회의에서 국방경비법의 적에 대한 구원통신연락죄, 이적죄 등으로 1년~20년 사이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4.3 당시 영문도 모른채 군.경으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하고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에 의해 투옥돼 우여곡절 끝에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사회의 냉대와 무관심속에서 평생의 한을 가슴에 묻고 살아오다, 이번에 제주4.3도민연대의 적극적 도움을 받아 구순을 넘긴 고령으로 '재심'을 청구해 70년만에 정식 재판을 받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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