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퍼주기 나선 의원들, '적폐'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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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퍼주기 나선 의원들, '적폐'에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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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 넘은 '예산 농단'의 사회적 해악성
실종된 원칙, 소중한 예산 탕진...'반칙' '로비' 난무
도의회 전경2.jpg
지난 14일 열린 제366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정례회 본회의에서 총 5조 3524억원 규모로 편성된 제주도의 새해 예산안은 일사천리로 통과했지만, 매우 씁쓸한 뒤끝을 남겼다.

2015년 '예산 파동' 사태를 겪으면서 한때 무르익었던 예산심사의 '혁신' 기조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과거 잘못된 폐단의 구태가 그대로 재연됐기 때문이다.

계수조정의 결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삭감이나 증액 규모 모두 '역대급'이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최종 계수조정에서 삭감된 총액은 1161억9953만원.

이중 특별회계로 편성된 것을 일반회계로 변경한 '버스 준공영제 시행에 따른 운수업계 재정지원' 673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일반회계의 삭감규모는 488억원에 이른다.

삭감된 금액 중 120억원은 내부유보금으로 돌리고, 30억원은 예비비로 편성했으나 나머지 338억원은 의원들간 '배분 잔치'를 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의회 사상 최대 규모다.

최근 5년간 제주도의회 예결위에서 의결한 새해 예산안 계수조정의 삭감규모를 보면 △2015년 예산안 1차 408억(부동의), 2차 1682억원(전액 내부유보금) △2016년 예산안 264억원 △2017년 예산안 274억원 △2018년 예산안 312억원이었다.

이번 삭감액은 예산부결 사태가 빚어졌던 2014년 말 1차 계수조정 때보다도 더 많은 규모이다. 새로운 기록을 남긴 것이다.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 총 삭감액의 90%가 넘는 452억원의 감액이 이뤄졌다. 예결위는 총 600억원대 삭감안을 제주도에 제시했다가 최종적으로는 30억원 정도를 추가 감액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예결위의 대폭 삭감방침 철회는 비판여론을 의식해 '자제'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비판과 책임을 면하기는 어렵게 됐다.

상임위의 도를 넘은 증액 배분을 바로 잡지 않고 그대로 용인해줬고, 예결위 차원에서도 추가적인 배분잔치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번 새해 예산안 계수조정의 결과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갖게 한다.

첫째, 2015년 예산파동의 홍역을 거치면서 일궈낸 작은 결실마저 무위로 만들어 버렸다는 점이다.

제10대 의회 출범 첫해인 2014년 말 이뤄진 2015년도 예산안 계수조정에서는 400억원대이 삭감과 증액이 행해져 큰 논란이 있었다. 당시 원희룡 지사가 사유가 타당하지 않은 증액편성은 인정할 수 없다며 '부동의'를 하면서, 예산안이 부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기야 도정과 의회가 감정적으로 정면 충돌했고, 다시 이뤄진 도의회 계수조정에서는 무려 1682억원을 삭감해 이를 전액 내부유보금으로 돌리는 '보복 의결'이 행해졌다.

이 때문에 2015년 상반기 경상비들이 줄줄이 집행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대혼란 사태가 빚어졌다. 이의 피해는 고스란히 도민들에게 돌아갔다.

뒤늦게 도정과 의회간 '예산 혁신' 논의가 진행됐고, 도의회는 본예산에서 묶어뒀던 내부유보금을 일반 세출예산에 재편성한 제1회 추경안 계수조정에서 처음으로 증액을 전혀 하지 않고 의결하는 이례적 결단을 내렸다.

당시 '혁신 예산'을 요구하는 시민사회의 거센 압박 속에 도정과 의회는 삭감과 증액을 할 때에는 타당한 사유를 명시하는 것으로 묵시적 합의도 합의도 이뤄졌다.

이 때부터 도의회 계수조정 삭감규모는 확연히 줄었다.

2016년과 2017년은 200억원대 수준으로 조정됐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진 2018년 예산안은 312억원이 손질되는 선에서 의결됐다.

사유가 타당하지 않거나 명분 없는 증액이 눈에 띄게 줄어든 점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번 제11대 의회 계수조정에서는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 듯 하다. 막대한 사회적 손실을 감내하면서 일궈낸 4년 전 혁신 합의는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둘째, 이번 계수조정의 결과는 예산편성의 원칙과 기준을 무력화시키고, 회계질서를 문란시키는 행위라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산심사 때 도의회는 지적들을 쏟아냈다. 초긴축 편성이 제대로 됐는지를 따졌고, 각 사업의 타당성 및 실효성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나 말 뿐이었다.

계수조정에서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느냐는 듯, '무원칙'의 삭감과 증액 배분이 이뤄졌다.

대부분 자신의 지역구 읍.면.동 행사 및 지역사업 등에 새롭게 증액 편성됐고, 심지어 선진지 시찰 경비로 증액한 사례도 있었다.

장기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사업추진을 위해 편성된 1500억원의 지방채 발행에 따른 세입예산의 경우 결국 '쪼개어 나눠갖기'로 전락됐다.

예산 심사 때는 지방채 발행에 대해 '사전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실컷 비판한 후, 계수조정에서는 삭감된 예산을 갖고 의원들이 서로 앞다퉈 자신의 지역구 도시계획시설 사업예산을 대거 증액 편성하는 촌극을 벌였다.

문제는 한번 증액 편성되면 그것이 기준점이 되어 다시 원점으로 감액 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소요 재정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날 수 밖에 없어, 결국 지방재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긴축재정 기조에 맞지 않은 불요불급한 예산에 대해서도 철저한 심사를 하겠다고 했으나, 이러한 원칙은 스스로 무너뜨렸다.

제주도정이 편성한 민간 보조금 등의 예산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비판하면서도, 도의회는 선심 쓰고 퍼주고, 지역구 챙기기를 하는 '증액 잔치'를 벌인 셈이다. 속된 말로,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전체적으로 270여개 항목의 예산을 삭감하고, 이를 '쪼개고 쪼개어' 560여개 항목에 퍼주기식 증액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회계질서를 극도로 문란시킨, '배분 잔치'의 실체이다.

셋째, 묻지마식 증액편성은 도민의 소중한 혈세를 탕진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해악성이 크다.

이번에 증액한 예산 중 상당수가 당초 계획에 없던 '급조'한 신규 편성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증액편성은 그 타당성 여부를 떠나 사전에 해당부서 검토과정도 없이 급조됐다는 점에서 많은 우려를 갖게 한다.

일반 사업 예산의 경우 읍.면.동 또는 행정시, 도청 담당부서를 통한 사업계획서 제출 및 검토를 통해 예산 반영여부가 최종 결정되는데 반해, 도의회 증액 예산은 이러한 과정이 모두 생략됐다.

타당성 등이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사업이라는 점이다.

도의회 일각에서는 국회의원들도 증액을 편성하고 있지 않느냐, 도의원으로서 지역구 활동을 하면서 지역에서 필요한 사업들의 예산을 증액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는 등의 항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일부 동의는 한다. 그러나 예산의 편성은 분명한 원칙이 바로 서야 한다. 그 중에서 중요한 원칙적 요소가 '타당성'과 '우선 순위'이다.

이 타당성과 우선 순위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검토과정의 절차가 필요하다.

지역의 생활민원 사업예산을 반영하기 위해, 읍.면.동에서 행정시로, 제주도를 거치는 '주민참여예산'의 편성과정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지 않은가.

무차별적인 신규 증액편성이 그대로 용인된다면, 자칫 '주민참여예산'의 무용론이 나올 수도 있다. 지역주민들이 도의원에게 부탁하는 '쉬운 방법'이 있는데, 깐깐한 심사절차의 '어려운 방법'을 선택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사회적 해악성'이 지적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정상적 절차를 밟는 시민을 '바보'로 만들고, '반칙'과 '편법', '로비'를 조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해악성은 크다고 하겠다.

앞으로 누가 정상적 절차를 거치려 하겠는가.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지나치면 모자람만 못한 것이다. 도를 넘어선 증액편성은 공정하지도 못하고, 정의롭지도 못한 사회적 악에 다름 없다.

이러한 가운데, 아이러니 한 것은 이러한 증액편성의 해악성은 2014년 원희룡 지사가 주창한 논리였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원 지사는 이번 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증액예산에 대해 아무런 이의도 제기하지 않고 흔쾌히 동의했다.

예산안이 통과되자 "예산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심혈을 기울여 의결해주신 데 깊이 감사드린다"는 인사말까지 전했다. 도의회의 폐단을 묵인하고 오히려 힘을 보탠 것이다.

물론 이유는 있어 보인다. 원 지사는 공론조사를 통해 '불허' 결정이 난 국내 1호 영리병원인 중국자본의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허가 결정을 내리면서 시민사회로부터 퇴진 압박을 받는 상황에 처해 있다.

이번 '흔쾌한 동의'는 소신을 저버린 눈치보기이자,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의회와의 갈등을 피하려는 전략적 술수로 풀이된다.

결국 도정과 도의회가 작당해 막대한 혈세 탕진을 모의한 셈이다. 과거의 잘못된 폐단을 과감히 척결하기는 커녕, 오히려 한술 더 떠서 사상 최대 규모의 '증액 잔치'를 벌였다. 몰상식, 몰염치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 예산을 증액시킨 것을 '능력'으로 포장하는 이도 있으나 이는 '궤변'에 불과하다. 그것이 정당화 되려면, 타당성과 우선순위의 원칙에 대한 사전검토가 전제돼야 한다.

그렇지 않고, 도를 넘어선 '증액 잔치'는 능력이 아니라 질서를 어지럽히는 사회악이자, '예산 농단'의 적폐와 다를 바 없다.

정말 실망이 크다. 그것도 '촛불민심'의 압도적 지지로 탄생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는 11대 도의회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졌다니, 더욱 그렇다.

이제 올해 마지막 추경예산 심의가 시작된다. 이번엔 도의회가 또 어떤 날선 비판을 가할지가 궁금해진다. 스스로 폐기한 예산심사 원칙을 다시 꺼내들자면, 부끄럽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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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wer 2018-12-17 11:41:12 | 122.***.***.195
자한당이나 더불당이나 다 그게 그거
되고나면 내로남불
여야가 바뀌면 내로남불
신분이 바뀌면 내로남불

당선이 되는 순간부터 큰 감투하나 얻어 그냥 권세만 부리려 하니 맨날 그모양
으스대고 해외 유람가고 퍼질나게 먹고
집행부에 기부스해서 소리치고
행사장에 가서 우대받아 우쭐해지고
때로는 대우 잘 안해준다고 달달복고

참 언론 2018-12-17 09:23:15 | 121.***.***.28
참 잘 지적했다.
냉철하게 비판하고 바로 보는 언론이다.
누가 어느 언론이 어느 누가 이렇게 들여다 보고 관심을 갖는가.
내가 낸 세금이 아니니까?
도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가찹니다.
도의회 의원님들 국회가 하는 것은 왜 안나무라고 도의회에서 증액하는건 뭐라곤다요?
아! 이 제주도가 누가 언제되면 희망을 가질 수 있을까요?
보는 사람이 임자? 우리들 정말 잘 해봅시다요.
도정감시?

보는눈 2018-12-17 09:09:29 | 39.***.***.161
버스준공영제 접으시길 바라고요 338억 의원수로 나눠서 지역에 집행되나요 ㅋ, 도정을 제대로 견제 감시 못하고 도혈세 챙기며 목에힘줘 나다니는 의원들 세비를 공무원 근무경력10년 7급수준으로 하세요 그리고 의원들 의회 사무실9시전 출근후 지역 둘러보구 지역 읍면동 사무소가 현안을 구상하고 의회들어와서 퇴근하는 규칙적인 조직생활을요 그리고 낮술금지등 품위를 최우선으로 해야한다

희망 2018-12-16 20:14:08 | 49.***.***.18
윤철수기자!
백번 옳은 지적이다. 당신 같은 기자가 있어 그나마 희망이다.

시민 2018-12-16 20:13:08 | 223.***.***.188
공무원들이 시민들과 논의 없이 자의적으로 판단하여 시민들이 바라는것을 차단하는것에도 문제가 있다. 도정 방침과 도의 정책을 비판하는 단체에게는 예산으로 관리해 버린다. 행정력과 예산을 집행하는데 이렇게 도정이 못하는것을 도의회를 통해 할 수 밖에 없다. 기사가 다소 편파적이다.

젠장 2018-12-16 18:42:53 | 175.***.***.247
잘못 뽑났제. 깃발만 꽂으면 그냥 찍었으니 이 사단이 난거지
민주당 도의회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가9893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