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차 한국-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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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차 한국-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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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발표 입장

군축과 비확산이 과두 정치에 의해 가능한가?:

제 17차 한-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에 묻는다.

12월 5일과 12월 6일에 걸쳐 제주 중문 신라 호텔에서 대한민국 외교부와 유엔 군축실이 공동 주관하는 제17차 한-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The 17th Republic of Korea-UN Joint Conference on Disarmament and Nonproliferation Issues) 가 개최되었다. 회의의 주제는 “인류를 구하는 군축-핵 위협으로부터 자유로운 세상을 향해” 였다. 중요한 주제이고 우리 모두의 관심사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중요한 주제에 대한 논의에서 처음부터 소외, 배제된 것은 회의가 열리는 제주도의 당사자 도민들이고 특히 군사기지에 의해 삶이 계속 파괴되고 있는 강정주민들 이다. 이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이 회의가 시작된 이래 이 회의가 진정으로 도민들에게 다가간 기억이 없다. 국제 회의 인데도 언론에 알려지는 것은 하루 전이고 프로그램은 물론 장소조차 비공개 되는 것을 보아왔다. ‘’제주 프로세스”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는데 정작 제주도민은 초대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12월 5일 오전 회의가 열리기 전인 9시경, 시민들 몇 사람이 이 회의에 관심을 갖고 참석할 수 있길 바라며 회의 장소에 갔다. 그 중의 다수가 강정에서 온 여성 주민/지킴이들이자 ‘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회원들이다.

그런데 작년 미 핵 잠수함에 이어 올 해 핵항공모함이 오는 등 핵 위협에 직면해 있고 군사기지로 인한 피해를 직접적으로 겪고 있는 강정 여성들은 사전 등록이 필요하다는 말에 명함을 보이자 정작 ‘강정은 안되요’ 라는 회의 안내담당자의 말에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군축과 비확산 회의라면서 정작 지역의 주민들, 논의의 당사자들을 배제하는 이 회의는 누구를 위한 회의인가? 과두 정치, 또는 소수의 독점이 군축과 비확산에 대한 절박한 논의들을 막고 주민의 자기 결정권을 파괴하는 결과를 낳지 않는가 묻고 싶다.

폐쇄적인 회의에 뜻을 전달하기 위해 강정에서 온 여성들이 할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직접행동밖에 없었다. 그러나 회담 관계자들은 회의장에 들어가려 하는 여성들을 막았고 이 과정에서 50대 초반 여성을 비롯해 한 두 여성은 남성들에 의해 질질 끌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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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회의장에 들어간 여성들이 든 깃발과 피켓에는 ‘Is this an Island of Peace? (여기가 평화의 섬인가? 올 해 10월 관함식 때 들어온 미핵항공모함 사진과 함께), ’ ‘No Naval Base,’ (해군기지 반대), ‘No US Nuclear Warships (미핵전함 반대) ‘No to the 2nd airport(제 2 공항 반대),’ Denuclearize Jeju! Demilitarize Jeju! (제주를 비핵화 하라! 제주를 비무장화하라’) ‘Stop the introduction of SM 3 (SM 3 도입을 반대한다),’ ‘Stop the Missile Defense' (미사일 방어망(공격망) 중단하라)’ ‘Stop the militarization of Space(우주의 군사화 중단하라)’ 등이 쓰여져 있었다.

회의 참석자들 중에는 많은 국제 참가자들이 있었다. 여성들 중 몇 사람들이 피켓을 침묵으로 들고 있는 동안 한 여성이 영어로 ‘당신들을 방해하고 싶지 않으나 우리가 이러한 방식으로 말할 수 밖에 없는 것에 이해를 구한다. 군축과 비확산 회의에 온 당신들을 환영한다. 그러나 군축과 비확산을 다루는 이 회의에서 정작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도록 해달라. 우리가 바로 당신들 논의의 당사자들이다. 우리는 제주의 비핵화와 비무장화를 원한다. 강정주민들은 미 핵전함과 SM 3 도입을 반대한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들이 10분도 안 걸리는 강정에 오는 것을 환영한다,’ 등의 이야기를 하였다. 회의 관계자들은 우리에게 ‘5 분이 지났다’ 라고 하며 나갈 것을 종용하였다. 참석자들 중에는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있었지만 회의의 진행에 방해가 된다고 분노하며 자리를 나가는 사람들도 보였다. 이들 중 얼마나 군축과 비확산 관련, 현지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와중에 회담 안내자들은 여성들을 회의 방해꾼 그 이상으로 보지 않았다. 강정과 제주가 처하고 있는 절박함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한시라도 빨리 이들을 내쫒기에 바빴다.

올 해는 4.3 70년이다. 국가의 폭력을 사과했던 문재인 정부는 공식적으로 관함식을 반대했던 주민들의 결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회유하며 국제 관함식을 강행하였다. 여기에는 후쿠시마에서 피폭받은 로날드 레이건 미 핵항공모함도 참여하였다. 이것은 국가의 폭력이 아니고 무엇인가.

외교부 보도 자료에 의하면 참석자들은 ‘△현재의 핵 비확산 체제가 겪고 있는 위기를 진단하고, △NPT를 비롯한 여타 국제기구 및 메커니즘의 역할 등을 중심으로 핵군축 이슈에 대해 심도 있게 토의할 계획’이다 라고 되어있다. 그러나 NPT(Non-Proliferation Treaty 핵확산방지조약 )는 핵을 보유한 강대국가들이 기득권을 갖고 핵을 보유하게 된 북한과 이란등 약소국가들을 수직적 관계에서 통제하는 체계이다. 과거의 한-유엔 군축 비확산 회의에 대한 내용들을 보면 이 군축-비확산 회의는 북한에 대한 일방적 재제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여성들이 결국 회의실에서 쫒겨 나오자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경찰과 외교 관계자들이었다. 여성들은 경찰들에게 그들의 행동이 종료되었음을 이해시켰다. 외교 관계자들 중의 한 사람이었던 박준병 외교부 군축비확산 담당관은 여성들과 이야기를 하며 차기 한-유엔 군축-비확산 회의에 당사자인 제주도민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란다. 지켜볼 것이다.

유엔은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증진시키고자 하는 모든 개인, 단체, 사회조직의 권리와 더불어 해당 국가들이 그것을 보장할 책임과 의무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진정한 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한 도민들의 노력은 권리이자 책임이기도 하다. 한-유엔 군축-비확산 회의는 진정한 군축과 비확산 회의에서 어떻게 시민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할 것인지 숙고해야 한다. 회의가 열린 17년 동안, 도민들이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동안 이 회의는 그들만의 밀실에서 진행되었고 제주의 군사화는 심화되었다. 다시 묻지만 이 회의는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회의인가?  <글/사진=비무장평화의 섬 제주를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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