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밟힌 '숙의 민주주의'..."이럴려고 공론조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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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밟힌 '숙의 민주주의'..."이럴려고 공론조사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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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도정, 공론조사 결과 뒤집고 영리병원 허가 결정
3월 "공론조사 결과 따라 결정"→ 12월 "불가피한 선택"
元 "정치적 책임 피하지 않을 것"...시민사회 "도지사 사퇴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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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5일 숙의 민주주의 공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녹지국제병원 개설신청에 대해 허가 결정을 내려 거센 후폭풍이 일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5일 중국자본의 녹지국제병원 개설허가 신청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결정하면서, 숙의 민주주의 공론조사 결과는 결국 없었던 일로 허무한 막을 내렸다.

원 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녹지국제병원과 관련해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하는 조건부 개설허가를 했다고 공식 밝혔다.

원 지사는 중국 자본에 의한 제1호 국내 영리병원의 개설을 전격 허용한 이유에 대해,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와 '고심 끝에'란 표현을 했지만, 이번 결정은 도정 권력의 '독선'과 '횡포'에 다름없어 시민사회 반발과 항거는 매우 거세게 일고 있다.

이번 영리병원 허용 결정은 지난 7개월 간 막대한 공을 들여 진행한 숙의 민주주의 프로그램인 공론조사를 정면 부정하며 무위로 만든 것이자, 민의를 배반하는 것에 다름 없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갖게 한다.

당초 영리병원 공론조사는 지역단위에서는 처음 시도된 숙의형 민주주의의 실행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국내에서 공론조사를 통한 정책결정은 신고리 5, 6호기 건설관련 공론조사에 이어 두번째이나, 지역단위에서는 첫 사례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정된 '숙의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주민참여 기본 조례'가 제정된 후 처음 적용됐다는 점도 주목됐다.

원 지사는 6.13 지방선거를 3개월 앞둔 지난 3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녹지국제병원 관련 숙의형 정책개발 청구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아 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면서 공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명확히 밝힌 바 있다.

또 제주도 영리병원 공론조사의 의미와 관련해서도, "정부차원의 신고리원전에 대한 공론조사는 있었지만 지역 차원에서 중요 현안에 대한 공론조사는 첫 사례"라며 "이번 결정을 계기로 도민사회의 건강한 공론 형성과 숙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데 앞선 모범 사례를 만들어 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권고안이 발표된 후에는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고 했고, 지난 10월 도정질문에서는 대안을 마련후 수용할 뜻까지 밝혔었다.

그러나 3월 공론조사 방침 발표시점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원 지사의 발언은 모두 '허언'으로 귀결됐다.

공론조사 결과에서 도민사회 다수 의견으로 '불허'가 권고안으로 결정됐음에도, 이를 배척하고 독선적 결단을 강행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 '조건부 허용'은 이미 내부적으로 방침을 굳혔음에도 지난 3일 언론 브리핑 자료를 통해 내용을 슬쩍 흘리고, 녹지국제병원 시설점검, 지역주민 간담회 등 형식적 절차를 거치면서 '짜맞추기 행보'를 해 왔다는 점에서 분노가 들끓고 있다.

교묘한 '언론 플레이'를 통해 도민들과 도의회를 기만한 것에 다름 없다는 지적도 쏟아지고 있다.

지역갈등 이슈에서는 전국에서 처음 시도됐던 숙의 민주주의 공론조사는 결국 전국적 '망신살' 속에 무위로 끝나게 됐다.

원 지사는 "대도민 사과는 드렸고, 어떤 비난도 기꺼히 달게 받겠다"면서 "정치적 책임 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치적 책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원 지사의 기자회견을 할 즈음 도청 앞에서는 민선 7기 도정 출범 후 처음으로 "원희룡 도지사 퇴진하라"는 구호가 울려퍼졌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앞으로 도지사 퇴진투쟁을 전개하겠다고 천명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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