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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동원' 선포식 이벤트, 공감받지 못하는 이유

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8.11.30 00:05:00     

[데스크논단] 기초질서 캠페인의 '관(官) 스타일'
'동원행정' 구태 재연...새로움 없고 식상한 의제

제주시가 29일 기초질서 지키기 캠페인의 시작을 알리는 대규모 이벤트를 개최한 것을 두고 말들이 많다.

이날 오후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기초질서 지키기 시민운동 추진 '시민 아젠다 선포식' 행사에는 제주시청 및 읍.면.동 공무원, 자생단체 회원 등 2000여명이 참석해 '대성황(?)'을 이뤘다.

얼핏 보기에도 체육관 내부 빈자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몰렸다. 제주시 관계자는 언론 브리핑에서 "올해 가장 큰 규모의 행사"라고 소개했다.

환경.교통.도로 3대 기초질서 지키기를 범시민운동을 전개하기 위해 캠페인의 본격적 시작을 선언하기 위해 개최된 이날 행사에서는 결의문 채택과, 시민들의 실천과 다짐을 약속하는 의미로 '약속의 손' 연출 퍼포먼스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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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한라체육관에서 개최된 '기초질서 지키기 시민 아젠다 선포식'.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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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후 한라체육관에서 개최된 '기초질서 지키기 시민 아젠다 선포식'. ⓒ헤드라인제주
제주시는 앞으로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직장인, 주부, 학생 등 1000명이 참여하는 '기초질서 지킴이'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번 아젠다 선포식 행사는 캠페인 운동의 취지에 대한 타당성과는 별개로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고 시장이 왜 '3대 기초질서' 문제를 꺼내들었는지는 모르는 바가 아니다. 시민사회에서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던 문제이고, 뾰족한 해결방법이 없어 골머리를 앓아 온 난제이기도 하다.

고 시장은 환경과 교통, 도로 3대 분야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민참여 운동으로 풀어보겠다는 계산이다. 충분히 일리가 있고, 캠페인 운동의 전개 필요성 내지 목적에는 일정부분 공감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선포식 행사'는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왜 그토록 서둘러 '선포'를 해야 했는지, 꼭 대규모 이벤트로 치러야 했는지, 공감하기 어렵다. 전체적인 캠페인 기획도 실망스럽다.

첫째,  캠페인의 주체가 과연 누구인지, 헛갈림도 크다. '시민 중심'의 캠페인이 정말 맞다면, 선포식은 왜 그렇게 한 것인가.

제주시는 이 캠페인의 주체를 '시민'이라고 밝히고 있다. 홍보자료에도 '시민의 힘으로', '시민 주도형 운동', '시민이 중심이 되는' 등 미사여구가 나열돼 있다.

그러나 그 진정성은 여전히 의심받고 있다. 선포식 행사는 관선시대 때부터 수없이 보아온, '관(官) 스타일' 그 자체였다. 비단 시청 어울림마당이나 거리가 아닌 '체육관'이란 장소가 주는 느낌 때문만이 아니다.

수많은 참석자들이 획일적으로 어깨띠를 매고, 예정된 수순의 결의문 낭독 등 일사불란한 행사진행이 그랬다. 그동안 '촛불' 등과 함께 보아 온 '시민 행동'의 시작을 알리는 문화제와는 차원이 달랐다. 사실상 '선포'의 주체는 행정기관에 다름 없었다.

둘째, 꼭 '동원 행정'의 구태를 재연했어야 했나.

예산서에도 없던 2000여만원을 들여 개최한 이날 행사에는 제주시청 및 읍.면.동 공직자 및 자생단체 등에서 대거 동원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식적으로 2000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이는 선포식이 전형적인 '관 행사'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담당부서 관계자는 "기초질서 지키기 운동의 시작을 확실히 알리기 위해 동원행정이라는 말을 듣더라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어불성설이다. 정말 그럴 수밖에 없었다면, 차라리 '시민 주도형'이라는 말을 뺏어야 했다.

셋째, 선포식에서 발표된 '시민 아젠다'의 목록도 새로움이 약하고, 기존 분야별 의제의 '집합' 수준에 그치면서 식상함을 주고 있다.

이날 3개 분야의 6개 아젠다가 발표됐다.

환경분야에서 △일회용품 안 쓰기 △올바른 분리배출 하기 △쓰레기 불법투기 안하기, 교통분야에서는 △주변 주차장 이용 및 걸어서 이동하기 △인도.횡단보도 주.정차 안하기, 도로분야에서는 △상가 및 내 집 앞 물건적치 안하기 등이다.

제주시는 시민 선정위원회 논의를 통해 선정됐다고 하지만, 기존 분야별 업무에서 '규제해 온 내용'을 '안하기'로 바꿔 놓은 수준이다.

일례로 일회용품 안 쓰기는 이미 제도적 규제 속에 행해지고 있는 시민실천 의제이다. '올바른 분리배출'이나 '불법투기 안하기'도 새로운 것이 아니라, 2년 전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면서 대규모 선포식을 갖고 발표됐던 의제이다.

인도나 횡단보도 주정차나, 도로상 물건적치는 시민들이 선택적으로 실천할 사항이 아니라 법적 문제이다. 이를 이행하지 않는 것은 엄연한 '불법'으로, 범칙금 또는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그동안 노상 적치물 문제 등이 불거졌던 것은 행정당국이 원칙과 기준에 따라 강력한 단속을 하지 않고, '눈치 보기'와 무기력한 대응으로 일관한 이유가 크다. '시민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는 문제인 것이다.

사실상 이번 캠페인 의제는 '목표점'과 '실천과제'가 동일한 특징을 보이고 있다.

몇년 전 공직내부에서 회식문화 폐단 없애기 캠페인에서 '119 운동'이 큰 공감대 속에 펼쳐졌던 적이 있다. '회식은 1차만, 술은 1가지만, 9시까지만'의 의미이다. 목표점은 회식문화 폐단을 없애는 것이고 실천과제로 '119'가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기초질서 지키기에서는 캠페인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도, 캠페인의 목표나 실천과제 의제설정, 추진 방법 등이 체계적으로 제시되지 못하는 점이 있다.

'기획력 한계'라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포식 행사에 급급한 나머지 의제가 시민들과의 충분한 공감대 없이 급조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선포식 행사에 대해, 도의원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했다. "한라체육관에서 (대규모 시민동원) 행사를 하는게 과연 옳은가?"(강성민 의원), "행사만 하면 잘 될 것으로 보인. 시민들에게 내용만 강조하는게 참 아쉽다."(안창남 의원) 등 자조 섞인 말들이 이어졌다.

결국 이번 선포식의 구설수는 캠페인 추진계획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시민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에서 성급하게 '관 중심'으로 추진하면서 자초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규모 인원동원으로 행사는 성대하게 치러졌지만, 시민사회 공감이나 설득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이번 캠페인은 보여주기식 전시행정으로 전락하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더 늦기 전에 진정한 '시민 주도형' 캠페인이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추진방법의 재검토가 필요하다. 선포식 행사 때와 같이 '관의 개입' 내지 '관 주도'가 되면, 이 캠페인은 실패할 수도 있다. 이는 사회적 손실이다.

선포식 행사 전날 고희범 시장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외부인의 시선으로 볼 때는 몰랐는데..."라며 외부에서 바라볼 때와 공직 내부에 들어온 후 시각의 차이가 있음을 피력한 바 있다.

지금 이 시점에서는, '공직내부 시각'이 아니라 '외부인의 시선'으로 이 문제를 체크해 볼 필요성이 있지 않을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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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수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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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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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생각은 2018-12-01 09:47:09    
깊이 고민하고 치열한 논의와 검토하는 열정 부족합니다
시민을 설득하는 일인데 그게 얼마나 힘들고 어려운 일인데 공무원 사고는 너무 안이합니다
너무 일을 쉽게 하려 합니다
기획 고민도 쉽게쉅게 끝내려 합니다 시민들 의견이라는 이유 붙이며
시민들이 그렇게 쉽게 설득됭까요?
선포식 했다고 효과가 클까요?
누구 생각인지. 착각도 유분수
고희범 시장님은 이런 행사 싫어하는 줄 알았는데 시장이 된 후 생각도 관치로 바뀌었나 봅니다
175.***.***.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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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2018-11-30 23:37:27    
참 잘 지적했네요. 역시 헤드
이제는 어런 식의 행사를 정말 탈피해야죠.
그래도 이 방법이라구요?
좀 행정도 우리도 나아집시다.
1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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