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직전 깜짝 발행 '濟州新報', 이 신문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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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직전 깜짝 발행 '濟州新報', 이 신문의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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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 세미나
고영철 교수, '1945년 일본어 제주신보' 주제발표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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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 세미나 ⓒ헤드라인제주
우리나라가 해방되기 직전인 1945년 7월 제주도에서 발간됐던 '濟州新報'(제주신보)의 실체에 대한 학술적 접근이 다시 시도되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올해로 개과 20주년을 맞은 제주대학교 언론홍보학과는 21일 오후 2시 제주대 사회과학대학 행정대학원 세미나실에서 제주언론학회와 공동으로 '제14회 지역언론연구 2018'을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고영철 교수(언론홍보학과)는 '濟州新報 관련 몇 가지 의문점에 대한 소고'란 제목으로, 언론계에서도 다소 생소하게 전해 오는 해방직전의 '濟州新報' 실체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이 '濟州新報'는 해방직전인 1945년 7월 초순쯤부터 해방후 미군의 제주도 상륙시점인 9월28일까지 발간된 일본어 신문으로 알려져 있다. 그해 10월1일 창간한 해방후 최초의 제주지역 신문(제주신보)과는 창간취지나 성격이 다르다.

제주주둔 일본군 제58군 사령부의 주도로 창간된 일본어 '濟州新報'는 일본군의 사기진작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발간됐고 미군의 제주도 상륙 시점에 폐간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약 2500부에서 3000부 가량이 발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이 신문의 사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아 정확히 규명된 내용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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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 세미나에서 고영철 교수가 발제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고 교수의 이번 연구는 발간 주체는 누구인지, 총독부인지, 58군사령부가 맞는지, '진중신문(陣中新聞)'이라고 부르는 근거는 무엇인지, 당시 군부대의 보도부 역할은 무엇인지, 주요 보도내용은 무엇인지, 창간일과 종간일은 정확히 언제인지, 이 신문이 제주사회에 미친 영향은 무엇인지 등의 의문 내지 궁금함에서 출발했다.

고 교수는 "이 일본어 신문은 제주지역에서 첫번째 탄생한 신문이다"면서 "하지만 이 신문의 실체를 살펴볼 수 있는 1차 자료인 신문이 호외판을 제외하고는 단호도 남아있지 않아, 몇몇의 주장은 정확한 근거도 없이 정설로 굳어지고 있는 실정"이라고 피력했다.

이에 따라 이번 그의 연구에서는 '大河實錄 濟州百年'(강용삼.이경수 편저, 1984)와 '제주언론사'(이문교 저, 1997), '제주신문 50년사'(제주신문사, 1995)에 기술된 내용을 바탕으로 역으로 신문의 실체에 대한 논의를 펴 나갔다.

고 교수는 "이들 사료의 기록을 종합해 보면, 발간 주체를 58군 사령부의 주도 아래 창간된 것으로 기술하고 있으나, 이를 입증할 수 있는 공식적인 근거나 사료는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나 제주신보의 발행목적 및 취지, 창간배경, 이 신문의 제작자, 배포대상 등을 유기적으로 종합해 보면, 당시 조선통치를 책임지고 있는 총독부와 군당국 입장에서 볼 때 이를 대신해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전시상황을 전하며 전쟁참여를 독려하고 협조를 이끌어내기 위한 선무공작용 신문이 필요했을 것으로 추측된다"면서 "이러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 창간된 신문이 바로 제주신보이고, 이 신문의 창간을 위해 제58군 사령부가 적극 후원 협조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즉, 제주신보는 군인들의 사기진작이라는 특수한 목적을 수행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제주지역 주민들을 전쟁에 적극 협조.동참하도록 선무선동을 하기 위한 심리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한 창간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이의 근거로, 1945년 5월에 들어서면서 제주와 목포, 부산 그리고 일본의 대판 등을 연결하는 해상교통이 두절되고, 그로인해 육지부서 발간되어 제주도내의 각종 행정관청과 여론주도층에 배포되던 전시(戰時) 신문들의 보급이 중단됐던 당시 급박한 상황을 들었다.

이어 '진중신문'이라고 불리는 것에 대해서도 다른 견해를 밝혔다.

'진중'이란 말은 보통 군대 진영안 또는 전쟁터라는 의미로 사용되는데, 진중신문이라고 할 경우 군부대내에서 군의 사기진작을 위해 군부대 보도요원들이 자체적으로 발간한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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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 세미나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고 교수는 "사료들을 살펴보면, 일본군 제58군 사령부에 발행했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진중신문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그 이상의 근거는 찾을 수 없었다"면서 "이 신문이 진중신문이 되려면 일단 신문제작 주체가 군인이어야 하고, 주요 배포대상이 군인이 돼야 하는데, 이 기준을 놓고 보면 제주신보는 진중신문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신문은 제주도에 취재를 위해 파견되어 있던 일본신문의 특파원들이 중심이 되어 발간되고 제주도내 일원에 무료 배부된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면서 "또한 이 신문이 진중신문이었다고 한다면, 타 진중신문들처럼 군부대 명칭을 따서 이름을 붙이거나 아니면 ‘진중신문’ 이라고 명명을 하지, 일반 지방지 제호처럼 제주신보라고 명명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 교수는 "따라서 이 신문을 제58군 사령부에서 발간한 진중신문이 아니고, 제주도민들을 대상으로 전쟁참여 및 협조를 독려하기위한 선무선동 심리전 무기로 활용하기 위해 임시로 발간했던 조선총독부의 기관지로 불러야 옳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58군 사령부보다는 조선총독부의 지휘로 만들어진 신문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고 교수는 이어 "자료의 출처를 확인할 수 없지만, 이 신문의 발행주기는 일간 형식이었으나 거의 격일간으로 발행되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이 주장과 달리 당시의 제주도 상황과 신문발간 용지난을 고려할 때 이 신문은 필요에 따라 부정기적으로 발행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신문이 창간되던 시기는 1940년 태평양전쟁의 발발이후 전쟁물자난으로 매일신보를 비롯한 전국 각 신문사에서 용지공급이 원활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감면 발행에 들어가던 시기였고, 제주도의 경우 제주와 육지를 연결하는 해상교통수단의 두절로 신문발간 용지공급이 매우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 교수는 이 신문의 실체를 확인하기 위해 일본 도서관 등에 기록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확인해 줄 것을 요청한 결과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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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 세미나 ⓒ헤드라인제주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는 해방 후 창간된 최초의 제주지역 신문인 '제주신보'(1945년 10월 1일)를 통해 당시 사회상 및 언론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발표와 토론이 이어졌다.

두번째로, 김희정 교수(언론홍보학과)의 '1947년 濟州新報 광고를 통해 바라본 제주 사회'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김 교수는 1947년 1월부터 12월까지 <제주신보>에 게재됐던 광고 전체 615건을 대상으로 내용분석을 했다. 당시 창간일 축하, 삼일절 축하, 해방 2주년 기념 등의 축하광고를 비롯해 서비스, 생활용품, 제약.의료 광고 등이 게재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번째 주제는 최낙진 교수(언론홍보학과)의 '제주도서관 보관 제주신보 아카이빙과 그 활용 가능성 모색' 주제발표를 한다.

최 교수는 1950년대 제주신보에 실렸던 '독자투고란'의 기고 글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3편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에는 박경숙 교수(언론홍보학과)가 좌장을 맡고, 부영주 제주일보 부사장, 이문교 전 제주 4.3평화재단 이사장, 이용길 제주언론인클럽 회장, 문윤택 제주국제대 스마트미디어과 교수, 김경호 제주대 언론홍보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가운데 토론이 진행된다.

앞서 개회식에서 고영철 언론홍보학과 학과장은 "제주 언론은 다종다양의 그 수는 많으나, 언론의 정체성과 관련해서는 극도의 혼란기를 맞고 있다"면서 "혼란할수록 처음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의미에서 언론홍보학과 개과 20주년을 맞아 지역 최초 언론을 다시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주신보'는 해방과 4.3 그리고 6.25 등 제주의 근현대를 담아 온 신문이다"면서 "이 과정에서 '제주신보'가 보여준 모습은 제주 언론의 원형으로 지금 이 순간에도 작동하고 있을 것인데, 제주 최초의 언론 '제주신보' 다시 읽기를 통해 제주 언론에 대해 성찰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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