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취업성공 고교생, 그의 '최고의 선택' 블루오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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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업 취업성공 고교생, 그의 '최고의 선택' 블루오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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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성화고 청소년드림 시즌2] (4) 제주중앙고 김건우 학생의 성공 비결
"고민 없는 대학 진학도 리스크, 특성화고가 좋은 선택될 수 있어"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특성화고 진학을 통한 취업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어요. 두 가지 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굳이 한 가지 길만을 고집할 이유는 없잖아요."

고등학교 졸업도 하기 전에 공무원연금공단에 당당히 취업을 해 화제를 모은 제주중앙고등학교 김건우 학생(금융비지니스과)의 얘기다.

김군은 올해 1학기 전국에서 7명을 선발하는 공무원연금공단 7급 공채에 합격했다. 지난 8월부터 첫 출근을 시작한 그는 이제 어엿한 사회인이다.

취업을 위한 진로 선택에 있어선 특성화고가 '블루오션'이라는 김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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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우 학생. ⓒ헤드라인제주

"중고등학교 동안 다 똑같이 '국수사과영(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만 배우면서 자신이 어떤 학과에 맞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대학 진학만을 목표로 하는게 더 큰 리스크로 느껴졌어요. 대학을 나와도 취업난이 심각하다는 많은 기사들을 봤어요. 대학 학과와 무관하게 취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됐어요. 차라리 처음부터 취업을 위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특성화고가 더 확실하다고 판단했어요."

김군의 특성화과 진학 계기는 조그마한 '의구심'이었다.

그는 많은 친구들이 성적만 된다면 별 고민 없이 선뜻 인문계고등학교를 택하는 모습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고 한다.

김군 역시 인문계고에 진학할 수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그저 무난하게 대학을 나와서 자신이 원하는 곳에 취업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일반고등학교이지만 특성화과가 있는 제주중앙고였다. 김군은 이 중에서도 금융비지니스과를 선택했다. 사무직으로 취업하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특성화고 진학의 계기가 됐던 김군의 '불확신'은 고등학교 입학 이후 '확신'으로 바뀌게 됐다. 특성화고 진학 선택에 걱정을 했던 김군의 부모님도 그가 착실히 학교생활을 해나가는 모습에 응원을 해주셨다고.

"특성화과에 들어와서 인생이 180도 바뀐거 같아요. 제가 선택한 길이어서 그런지 학교 공부에도 더 흥미가 생겨서 열심히 하게 됐어요. 성적도 좋게 나왔구요. 이런 것들 덕분에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붙었던 거 같아요. 그러다 보니 여러 가지 일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고 2학년 때는 전교 학생회장도 맡게 됐어요. 중학교 때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그때는 평범하고 조용한 학생이었거든요."

김군은 중학생 시절 수학을 싫어했다. 흔히 말하는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였다. 암기 과목은 곧잘 하겠는데 유독 숫자에 정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고등학교 회계수업에서 재회한 숫자는 전과는 달리 흥미로웠다. 스스로 선택한 분야라서 더욱 즐거웠다고 한다.

"회계에서 차변과 대변 오차 없이 맞아 떨어지는게 너무 재미있었어요"

회계에 재미를 느낀 김군은 더욱 그 분야에 파고 들었다. 전산회계 1급, 전산회계운용사 2급, FTA(Financial Accounting Technician) 1급 등 회계 관련 자격증만 5개를 취득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회계 수업 시간에 배운 내용이 도움이 됐고, 자격증 준비를 하며 공부한 내용을 학교 시험에 적용할 수 있게 됐다. 나중에는 따로 시험 공부를 하지 않아도 회계과목 시험은 걱정이 없었다고.

금융일반, 상업경제, 기업과 경영, 사무일반 등 회계 외의 특성화 과목들도 적성에 맞고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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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건우 학생. ⓒ헤드라인제주

그렇지만 김군이 마냥 하고 싶은 공부만을 했기 때문에 공기업 취업이라는 성과를 이루게 된 것은 아니다.

사실 김군은 1학년 때부터 일찌감치 공무원연금공단 취업을 목표로 장단기 계획을 짜고 이를 하나 하나 실행에 옮겼다. 회계 관련 자격증 취득도 이 계획의 일환이었다.

"계획을 세웠죠. 공무원연금공단 공고 내용을 찾아보니 매년 3월달에 공고가 났더라고요. 그래서 늦어도 3학년 3월까지는 모든 준비를 마쳐야 공고에 응시할 수 있겠구나라고 생각했어요. 1학년과 2학년 시기에 따야할 자격증도 정리하고 공부가 필요한 과목에 대해서도 미리 알아뒀죠."

계획을 세우기 위해 얻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끌어모았다. 역대 공무원연금공단 신규 직원 채용 공고 정보를 수집하고, 공단에서 매해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학과목이나 추가 점수를 받을 수 있는 자격증들을 정리했다. 이 과정에서 학교 취업동아리 활동이 큰 도움이 됐다.

장기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만큼 중간에 지치지 않으려면 자격증 취득처럼 성취감이 있는 단기 목표 설정도 중요했다.

특히, 자격증 시험이 수시로 열리는게 아니기 때문에 취득시기는 물론, 중간.기말고사 등 바쁜 시기를 피해 수험 공부 기간을 설정하는 것도 필요했다.

김군은 이렇게 세운 계획대로 차근차근 학교생활을 해나갔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흘러갔다. 2학년 때는 전교회장에 당선돼 학생들을 대표하는 값진 경험을 했다.

그러다 얘기치 못한 곳에서 난관이 발생했다. 지난해까지 있었던 공무원연금공단 신입직원 모집 제주지역 특채가 없어진 것.

하지만 이제까지 해온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제주지역 특채 대신 고졸 신입직원 공채가 시행됐고, 이 분야의 요구 조건은 김군이 준비해 왔던 분야와 다르지 않았던 것.

김군은 공채에 응시해 서류전형과 필기시험, 면접 절차를 겨쳐 전국에서 7명만을 선발하는 합격자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제주에서는 김군이 유일한 합격자였다.

김군은 특성화고 학생들의 고졸 취업과 관련해 '정보탐색'과 '동기부여'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제 주위에도 취업을 위해 열심히 노력한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처음부터 뚜렷한 목표 설정 없이 막연하게 준비를 하다보니 나중에 들어가고 싶은 업체가 생겨도 그 업체에서 요구하는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지원조차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졸업과 동시에 취업을 목표로 한다면 1학년 때부터 취업을 희망하는 업체를 찾아보는게 계획을 세우기에 유리할 것 같다"라며 "굳이 특정 업체가 아니더라도 지망하는 분야를 미리 정해 관련 업체들의 공고 내용을 모아보면 그 부분에서 공통되는 요건들이 있을텐데 그것들을 정리해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편, 김군은 1학년 때부터 특성화 교육의 장점들을 알리고 다니는 전도사역할을 해왔다고 한다. 3학년 때에는 중학생 후배들에게 학교를 홍보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학교를 다니며 진로 고민 문제로 힘들어 하는 친구들에게 특성화과 학생이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들을 설명해주다보니 어느새 특성화고 관련 지식들을 수집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됐다고.

김군은 인터뷰 중간중간 제주고, 제주여상, 한림공고, 뷰티고, 중문고 등 제주지역 특성화고는 물론, 서울여상 등 육지부 특성화고에 대한 커리큘럼이나 취업 사례 등을 들며 특성화고의 장점을 설명했다.

그리고 기회가 닿는다면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중학생들을 위해 특성화고에 대해 알리는 뜻 깊은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찾아보면 특성화고에 다니면서 가질 수 있는 이점들이 많은데, 많은 학생들이 잘 활용을 하지 못하는 거 같아요.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아쉽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했어요."

김군은 또 제주에서의 특성화고에 대한 인식도 조금 더 개선돼 많은 학생들이 꿈을 이룰 수 있는 배경으로 특성화고를 택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주에서는 아직도 특성화고에 대해 잘 모르거나 실업계라는 편견이 많은 것 같아요. 서울여상만 하더라도 성적이 정말 좋아야 갈 수 학교고, 그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의 성공사례가 많은데, 제주는 아직 그렇게까지는 아닌거 같아요. 대학 진학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알고 있는 후배들에게 특성화고라는 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어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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