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그리고 어머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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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 그리고 어머니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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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김영아 / 제주특별자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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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아 / 제주특별자치도ⓒ헤드라인제주
며칠 전부터 소설가 김영하의 ‘책 읽는 시간’을 유튜브를 통해 듣고 있다.

차분히 소설가가 읽는 소리를 듣자면 나도 모르게 책 내용 속으로 몰입하게 되고, 실제로 한 권을 다 읽은 듯 마음의 포만감을 느낀다.

내 몸속 어딘가 소설가적 기질이 아주 조금은 있어서 그건가? 그랬으면 좋겠다.

가만 생각해보자, 울 아버지가 조금은 낭만파였던가? 삶에 찌들어 겨를이 없었다지만, 단연코 아니다.

이런 것은 하나의 풍류기질(?) 이랄까,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내적 발로랄까... 뭐 이런 것이라 생각이 든다. 결코 아버지한테서 나온 기질은 아닌 것 같다.

그럼 울 어머니는 어땠을까. 아, 어머니는 분명 위트 있었다. 가만 생각해 보면 역설의 대가라고 할 정도이다. 어머니가 들려주는 어느 상황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분명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던 것 같다. 지금은 연락조차 안하지만 사회 초년 때 한동안 친했던 희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니네 어머니 정말 재밌게 이야기 하신다”였다. 내가 생각해봐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위트와 역설로 항상 머리회전을 해야 했던 느낌은 있다. 이게 나한테로 전달되었을까?

어머니의 이야기에는 본인 시점의 이야기이면서도 해설이 들어가는 전지적시점의 이야기 구성이 있었던 듯하다. 아, 그래서 이해하기가 쉬웠던 걸까? 지금은 기억을 자꾸 잃으셔서 대화법을 잊으셨지만, 그래도 억지로 대화를 유도할 때에는 그런 위트가 가끔씩 보인다. 제주어의 힘인지는 모르지만 한 단어로 축약은 기가 막히게 하신다. 오늘 아침 병문안에서도 “영옥. 영미언니 와나수가?”라고 하니 예스 노의 대답은 없고, 뚫어지게 쳐다보시며 “첨~” 이라는 강한 역설적 부정어와 함께 고개를 돌린다.

여기서 ‘첨~’이란 뜻은 “당최, 택도 없는, never, (어머니식)창아리없게시리”란 뜻으로 해석된다. ‘오늘 안 왔을 뿐더러, 최근에도 절대 온 적이 없으며,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도 안 올 것이다’라는 의미의 어머니식 표현이다.

내가 웃으며 답한다 “참~”.

아는가? 여기서 ‘참~’이란 뜻은, ‘어머니가 또 잊어버리셨구나’이다.

어머니의 기억은 가끔씩 현재만 존재한다.

군더더기 없는 해설과 강요 없이 그냥 믿고 귀를 쫑긋하게 하는 김영하작가의 말하기가 청산유수가 아님에도, 글쓰기 능력과 말하기 능력, 아니 정확히는 글쓰기 능력과 말 전달력과는 비례하는지 새삼 의문이 든다. 울 어머니도 현대 글쓰기 기법만 배웠어도 훌륭한 단편은 나왔을것인디... 쩝! < 김영아 / 제주특별자치도 >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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