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비양도에서도 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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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자들과 함께 '아름다운 동행'..."비양도에서도 해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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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공동주최 '장애인-비장애인 아름다운 동행'
비양도 탐방 첫 도전...'잊지못할 가을추억 만들었어요"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8년째 '아름다운 동행'의 소중한 인연을 이어나가고 있는 제주 공직자들과 장애인 가족들이 처음으로 섬 속의 섬 비양도 탐방 도전을 통해 새로운 가을 추억을 남겼다.

<헤드라인제주>와 제주특별자치도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오태권)이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회장 강인철)가 공동주관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가을 현장탐방 행사가 주말인 13일 열렸다.

'아름다운 동행'은 장애인 이동권 확보와 권익 옹호, 그리고 소통을 통해 사회적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2011년부터 매해 상, 하반기 2회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제주도공무원노조와 공동주최 행사로는 이번이 8회째이다.

'차이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되, 차별은 없어야 한다'는 작은 바람으로 시작된 동행팀의 탐방행사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걸으며 이동수단의 문제, 장애인통행권 제약 등의 현실적 문제를 공유하고 개선방안을 모색하는데 의의가 있다.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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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이러한 가운데 8회째 행사는 특별함이 있었다.

그동안 제주도내 관광지 위주로 이뤄져 온 기행 탐방지를 섬 속의 섬, 그것도 작은 섬인 비양도로 정하고 '도전'에 나선 것.

비장애인들의 경우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갈 수 있지만,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는 배편을 이용해 섬 지역을 탐방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두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한림 선착장에서 비양도까지 운항하는 도항선이 작은 규모여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의 승선은 어려운 문제가 있다.

선내 승객 좌석 양옆의 통행로를 통해 휠체어가 지나다니기에는 공간이 너무 비좁다. 따라서 휠체어를 놔두고 동행자의 도움을 받으며 배에 오르고 내려야 하는 문제가 있다.

두번째는 비양도 자체가 자동차 운행을 찾아볼 수 없는 '청정 섬'이어서, 탐방 도중 도보이동이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마땅한 대처 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문제가 있지만, 동행팀은 비양도 탐방에 도전하기로 했다.

행사를 총괄 기획한 원성심 헤드라인제 편집이사는 "오늘 탐방은 사실 '도전'이다"면서 "비장애인들은 비양도 탐방이 어렵지 않은 일이나, 지체장애인들에게 비양도 탐방은 쉽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원 이사는 "그러나 '열 사람의 한 걸음'의 의미처럼, 함께 하면 가능할 것"이라며 "혼자서는 힘들지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서로 도우며 함께 한다면 충분히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해서 첫 도전은 시작됐다. 이날 장애인 참가자 중 대부분은 비양도 방문이 처음이었다.

아침 8시, 제주종합경기장 야구장 앞에서 동행팀의 출발 미팅이 이뤄졌다.

윤철수 헤드라인제주 대표이사는 인사말을 통해 "장애인 이동권 사회적 환경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불편한 점이 여전히 많고, 제약 요소도 많다"면서 "오늘은 섬속의 섬 비양도 동행을 통해 특별한 체험을 하고자 한다. 배편을 이용해 섬을 방문하는 것은 첫 시도이자 도전으로, 이를 통해 비양도와 같은 작은 도서지역의 이동경로에서도 장애인 이동권에 대한 문제가 공유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오태권 공무원노조 위원장은 "어느 덧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하나가 되어 걸으며 아름다운 동행을 해온지 올해로 8년째다"면서 "그동안 서로 손을 잡고 걸으면서 보폭만 맞춘 것이 아니라 마음도 맞추며 희망과 행복의 가치를 키워왔는데, 오늘도 함께 동행할 수 있는 시간이 마련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변종호 부장은 "오늘 기행은 새로운 도전으로, 아직까지 선박쪽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잘 돼 있지 않을텐데 잘 지적해 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가끔 보면 식당 등에 경사로가 잘 없고 계단만 있는데 사장님들은 '여긴 장애인들이 오지 않는다'고 말하신다"면서 "그건 턱이 있어서 장애인들이 못가는 것인데 그분들은 안온다고 하신다. 역지사지로 생각하면 해결 방안이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영진 제주특별자치도 총무과장 등도 출발지로 나와 동행팀을 격려했다.

이날 제주도전세버스운전자협회 강정필씨(직전회장)는 한림 선착장까지 오고 갈 대형 버스 2대를 무료로 지원하고, 직접 운전하며 여행안내 재능기부에 나섰다. 그는 2011년부터 매해 2회씩, 16회에 걸쳐 이같은 버스 지원 및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버스 2대에 나눠타고, 한림 선착장으로 향했다. 버스에서는 재미있는 퀴즈게임을 하며 소통의 시간이 진행됐다.

오전 9시30분쯤, 한림선착장에 도착하자 작은 긴장감이 흘렀다. 도항선이 생각했던 것 보다 작아 배에 오르고 내리기에 불편함이 많아 보였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 강일두 봉사국장의 제안으로, 현장에서 바로 장애인과 비장애인 2명이 1조로 한 짝이 정해졌다. 그리고 조심조심 배 승선이 시작됐다. 손을 꼭 잡고 함께 배 선미에 올라서고 그리고 선내 좌석까지 좁은 통로를 지나며 무사히 승선을 마쳤다.

잠시후, 도항선이 기적을 울리며 운항을 시작하자 동행팀의 얼굴에서는 환한 웃음꽃이 피었다.

출발후 15분쯤 후인 오전 10시쯤, 도항선은 비양도 선착장에 도착했다.

모두들 웃음이 많아졌다. 선착장 인근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한 후 바로 비양도 둘레길 걷기가 시작됐다.

그리고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된 걷기, 일부는 비양봉 도전에 나서기도 했다.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 13일 열린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2018 아름다운 동행 - 열 사람의 한걸음'. ⓒ헤드라인제주
점심식사는 비양도의 특색음식으로 알려진 보말죽과 식당 주인의 인심으로 놓아진 방어회.

식사를 마친 후에는 비양분교 교정에서 서로 탐방 소감 등을 공유하는 소통의 시간이 마련됐다.

오후 2시쯤, 어느 덧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자 아쉬움도 묻어나왔다.

공직자 변미선씨와 함께 비양도 둘레길 걷기에 나선 84살인 전덕자 할머니는 "정말 꼭 한번 와보고 싶었다. 오늘 이렇게 비양도에 처음 오게 되어 얼마나 좋은 지 모른다. 날씨도 좋고, 시원한 바다를 보니 너무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김민자씨(61)는 "오늘 비양도를 제주에 살면서 처음 와봤는데 경치도 너무나 좋았다"면서 "옆에 같이 동행한 분과 대화를 나누면서 걸으니까 시간 가는줄 모르고 금방 목적지에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기회가 저에게 주어졌다는게 너무 기쁘다. 바다에 갈 기회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바다를 봐서 너무 흐뭇하다"면서 "다음에 동생이 제주도에 오면 같이 다시 비양도를 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피력했다.

나종례씨(78)는 "비양도에 처음 와봤다. 오늘 섬을 도는데 경치가 너무 좋았다. 물도 잔잔하니 좋고 억새풀도 좋았다"면서 "특히 점심에 먹은 보말죽이 맛있었다. 이제 비양도 하면 가장 먼저 보말죽이 떠오를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일씨(77) "2002년에 교통사고를 당한 후로 여행을 다녀본 적이 거의 없다. 비양도에는 처음 와봤다"면서 "배도 타고 해서 왔는데 날씨도 좋고, 이런 날을 잡기도 힘든데 운이 좋다"고 말했다.

그는 "같이 다니는 봉사자들이 너무 친절해서 좋았다. 오랜만에 바다도 보고 기분이 참 좋다. 해안가에 바위들이 멋있었다"면서 "휴대폰으로 사진도 찍었는데 친구들한테 자랑을 잔뜩 해야겠다"고 말했다.

나문자씨(75)는 "비양도에는 처음이다. 저번에 태풍 때문에 오늘 비양도에 오게 됐다고 하는데 날을 잘 받았다. 억새풀이 사락사락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게 너무 좋았다. 이런 기회가 있으면 아프다고 해도(참여하고 싶다)"면서 "장애인들은 걸음이 빠르지 않다. 오늘 행사가 비장애인들만 가는 행사였으면 오지 못 했을 것이다. 오늘은 공무원분들하고 쉬면서 쉬면서 걸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송성순씨(74)는 "비양도를 돌아보면서 너무 좋았다. 안내해주는 제 파트너가 너무 좋았다. (제가)늦게 걸어도 '천천히 갑시다, 천천히 갑시다'하면서 시간이 많이 늘었다고 말해줬다. 천천히 와줘서 너무 고마웠다"고 했다.

현정옥씨(70)는 "집 바깥으로 나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기분이 좋았는데 이렇게 좋은 구경도 하고 배도 타고 좋은 사람들과 같이 어울리니까 좋았다. 저랑 같이 동행해준 공무원 분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공직자 박선영씨와 함께 비양봉 중반부까지 오르고 내려왔다는 원윤희씨(60)는 "(비양봉)저 위에 올라가면 뭐가 있을까 궁금해서 이번에 비양봉을 올랐다"면서 "근데 코스를 너무 난코스를 잡아서, 진짜 오늘은 동행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노조 자원봉사자와) 둘이 손잡고 앞서거니 뒷서거니 걸었다. 우리 파트너 아니었으면 못 올랐을 것이다. 오늘은 여행다운 여행을 했다"고 말했다.

이엄전씨(65)는 "30년 전에 왔다가 이번에 다시 오게 됐는데 옛날 모습이 많이 남아있어서 좋았다. 자동차나 오토바이 소리도 나지 않으니까 이렇게 파도 소리도 듣고 갈대 소리도 듣고 너무 좋다. 여기는 아직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아쉬운 점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도항선 승선 문제 등으로 인해 휠체어 장애인은 참여가 어려운 부분이 지적됐다.

전덕자 할머니는 "휠체어 장애인들이 함께 많이 오지 못 한게 너무 아쉽다. 다음 행사에서는 꼭 다 같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휠체어 장애인의 접근성이 제약돼 있는 상황 때문인지, 비양도 보건소 옆 공중화장실의 장애인 화장실은 출입문이 고장 난채 방치돼 사용할 수 없는 문제도 확인됐다.

함께 동행에 나섰던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이경훈 대리는 "출입문이 고장나 문이 닫히지 않고 있는데, 이러면 전혀 사용할 수 없다"면서 "비장애인용 화장실은 장애인들이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아 사실상 장애인들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출입문이 고장이 난채 방치돼 사용이 불가능한 비양도 공중화장실의 장애인 화장실.ⓒ헤드라인제주
아쉬움도 있었고, 도서지역 등에서는 장애인 이동권을 제약하는 현실적 벽이 여전히 높다는 점이 확인돼 시급한 제도적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그러면서도, 이날 비양도 동행은 공무원노조와 장애인들이 마음으로 소통하며 '열 걸음의 한걸음'을 이어가면서 탐방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욱 크게 했다.

비양도를 출발한 배가 한림항에 도착하자, 그 일대에서는 '수산물 대축제'가 펼쳐지고 있었다. 동행팀의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축제장으로 향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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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양도 동행 2018-10-14 17:42:47 | 14.***.***.171
모처럼 완연한 가을 날씨를 보인 주말, 비양도에서 한적한 여유로움을 만끽 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동행팀에 함께한 자원봉사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