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 파열음 속 마무리...'축포' 쏘고, '분통'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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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함식 파열음 속 마무리...'축포' 쏘고, '분통' 터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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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받지 못한 관함식, '반쪽행사'로 그쳐
'평화.화합 축제' 취지 무색...갈등.분열만 악화
문대통령 강정주민 간담회도 '반쪽'...후유증 심각할 듯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觀艦式)'은 결국 강정마을의 큰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파열음 속에 '반쪽 행사'로 마무리됐다.

해군기지 내에서는 '축포'가 쏘아올려졌으나,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분통'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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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의 장이라는 거센 비판 여론 속에 강행된 '해상사열'은 오후 2시 시작됐다.

국제관함식 행사를 마친 문 대통령은 항의 시위가 계속되자 우회로를 이용해 간담회 행사장으로 이동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해상사열에는 외국함 17척을 포함해 총 40척이 참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좌승함인 일출봉함(LST-Ⅱ, 4900톤)에서 함상연설을 하고 참가 함정들의 사열을 받았다.

문 대통령은 관함식 기념사를 통해 "저는 이곳 해군기지를 전쟁의 거점이 아니라 평화의 거점으로 만들 것"이라며 "제주 평화정신이 군과 하나될 때 국제관함식은 세계 해군의 화합의 축제를 넘어 인류 평화 기반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제주는 평화의 섬으로, 갈등으로 오랜시간 고통 겪었지만, 강인한 정신으로 원한을 화해로 승화했다"면서 "제주에 해군기지 건설되면서 겪게된 제주도민 아픔 위로한다. 강정 주민 고통.상처 치유 최선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관함식 계기로 국민과 함께하는 해군이 되길 당부한다"면서 "주민과 해군 상생 계기가 돼 새로운 관함식 이정표로 남길 기대한다"고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국제관함식을 '평화의 거점'을 만들기 위한 취지임을 강조하고, '화합의 축제'라고 표현했으나, 강정마을에서 이 행사는 환영받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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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들이 관함식 개최에 거세게 항의하며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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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평화센터 앞에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는 주민들.ⓒ헤드라인제주
이날 국제관함식 행사장으로 들어가는 주 출입구인 강정마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분위기 역행 관함식 반대"라는 피켓과 함께 성난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 평화활동가들의 거센 항의시위가 이어졌다.

주민들과 평화활동가 등은 오전 7시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는 생명평화 백배를 진행한 후, '한반도 평화분위기 역행 관함식 반대', '당신을 환영하지 않는다' 등의 피켓을 들고 항의시위를 전개했다.

이들은 이번 관함식이 한반도 평화시대에 역행하는 '군사력 과시의 장'이자 강정주민들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다며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오전 11시에는 전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국제 관함식 반대와 평화의 섬 제주 지키기 공동행동'과 민주노총 주관으로 관함식 반대 공동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해군기지 관련 갈등이 처음 시작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간 강정마을회장을 역임하며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이끌어 온 강동균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울분을 터뜨렸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사과하고 보듬기 위해 온다고요? 그것도 한국군함 부족해 외국 군함 데리고 와서 사과한다고? 개가 웃을 일이다"고 비판했다.

경찰이 기자회견과 피켓시위를 하는 주민들을 둘러싸고 고착시키면서 산발적으로 고성이 이는 약한 충돌상황이 계속됐다.

낮 12시부터는 참가자들이 길게 늘어서 국제관함식을 규탄하는 '인간띠잇기'가 펼쳐졌다.

강정 앞바다에서는 관함식 해상사열에 항의하는 해상시위가 벌어졌다.

미국, 독일, 제주, 서울, 금산 등에서 온 평화활동가들이 참여한 강정마을 카약팀은 이날 강정 앞바다에서 각 카약에 '해군기지 반대', '국제관함식 반대'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국제관함식 강행을 규탄했다.

해상사열이 진행되는 오후시간에는 해군기지 정문앞에서 피켓시위,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강정마을 평화센터까지 이어지는 거리행진 등이 진행됐다.

거리행진이 펼쳐지자, 경찰은 이를 가로막고 통제하면서 정면충돌 일보직전의 대치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은 해군기지 정문에서 마을 방면으로 향하는 진입로에 차벽을 설치해 저지에 나섰고, 주민들은 "정당한 집회를 보장하라"며 요구하며 격하게 항의했다.

실랑이 끝에 20여분만에 다시 행진이 재개돼 목적지인 강정 평화센터에 도착했는데, 이 때 경찰은 경찰력 수백명을 투입해 반대주민들을 고립시켰다.

문 대통령이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강정 커뮤니티센터에서 주민 간담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반대주민 고립과 대치상황은 오후 5시까지 지속됐다.

이 즈음 긴장상황은 최고조에 달했다.

일부 반대 주민들은 문 대통령과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담회가 열리는 강정 커뮤니티센터 주 입구 2곳을 막아섰고, 문 대통령 일행은 우회로를 이용해 커뮤니티센터에 진입했다.

문 대통령이 센터에 들어서자 강동균 해군기지 반대주민회장은 주진입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박근혜 국정농단을 거쳐 촛불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는데, 그 보답이 이런 것인가"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강 회장은 또 "북핵폐기와 정전선언이 이야기 되고 있는데, 해군기지를 만들어 군사적인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면서 "11년간의 아픔을 관함식을 통해 치유하는게 아니라 100년 갈등으로 키우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조경철 전 강정마을회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최종적으로 건들지 말아야 할, 주민끼리의 이간질은 하지 않았다"면서 "최소한 지켜야 할 양심과 정의를 문재인 대통령이 짓밟았다"고 맹비난했다.

조 전 회장은 "지난 11년간 해군과 경찰, 정권에 시달렸는데, 그 고통보다 올해 3월30일 총회 결정(관함식 반대)이후 청와대에서 강정 주민들을 이간질해 이렇게 만들어 놨다"면서 "지금 6~7개월 지났는데, 지난 11년보다 고통이 심하고 삶이 힘들다"며 정부의 관함식 강행을 규탄했다.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주민회 부회장은 "이번 관함식은 해군이 축제의 장으로 하는 행사로 군사행사가 아니기 때문에 축하를 해줘도 모자라지 반대 되겠냐고 한다"면서 "(강정)해군기지는 주민 땅을 강제수용하고, 주민들을 물리적으로 탄압하고 난 다음 지은 기지인데 해군은 '집 뺏어놓고 집들이 하겠다고 우리를 축하해 달라'고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 부회장은 "얼마나 비통한지 그 심정을 짐작하실지 모르겠다"면서 "또 다시 갈등을 일으킨 정권에 책임을 물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쯤 간담회를 마치고 강정마을을 빠져나갔다.

문 대통령이 다녀 간 강정마을은 심각한 후유증이 우려된다. 청와대가 강정마을회로 하여금 기존의 '국제관함식 유치반대' 결의를 철화하고 찬성하도록 집요하게 설득하면서 총회 결의사항이 번복된데다, 주민들 내부에서 또다시 관함식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져 갈등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논란과 비판 속에 국제관함식은 마무리됐지만, 정부와 해군은 주민들을 또다시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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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사회단체와 평화활동가들이 국제관함식 해상사열이 열린 11일 강정 앞바다에서 관함식을 규탄하는 해상시위를 벌이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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