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련 잠수함 '가짜 뉴스'에 제주4.3 학살 당위성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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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소련 잠수함 '가짜 뉴스'에 제주4.3 학살 당위성 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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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 70주년 기념사업회, 70주년 국제학술대회 개최
허호준 부국장 "美, '공산주의제거' 명분 민간인 학살 격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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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헤드라인제주
지난 1940년대 후반 미국이 제주에 소련 잠수함이 출몰한다는 가짜뉴스 등을 근거로 제주4.3 학살의 당위성을 부여했고, 군에 의한 민간인 학살을 알고도 우려를 표하기 보다는 공산주의자 제거를 명분으로 진압을 격려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오후 2시 열린 '제주4.3, 진실과 정의-지속가능한 정의를 향해'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토론자로 참석한 한겨레신문 허호준 부국장은 '제주4.3의 전개와 미국의 역할'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밝혔다.

허 부국장은 "남로당 제주도위원회가 일으킨 1948년 4월3일 무장봉기 발발의 직접 원인은 경찰과 극우 서북청년단의 탄압에 대한 항거와 5월10일 치러진 제헌국회선거, 이른바 '5.10선거'의 반대였다"면서 "미군정은 5.10선거의 성공적인 실시를 한반도 점령기간에 수행하게 될 핵심사안으로 인식하고, 제주도 사태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47년 3.1사건 이후 제주도 출신 박경훈 지사가 사임하자 유해진이 제주도지사로 부임했고, 이후 경찰과 극우단체의 제주도민에 대한 체포와 테러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면서 "특별감찰관 넬슨 중령은 제주도의 상황의 엄중함을 알리는 보고서들을 제출하고, 유해진의 교체를 건의했지만 미군정의 군정장관 딘은 거부했다"며 넬슨의 건의가 이뤄졌다면 당시 제주도의 상황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발표자가 만나거나 서신을 교환했던 4.3당시 제주도 근무 미군 고문관과 서울 고문단사령부 근무 미군은 제주도 대량학살을 목격하거나 보고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지만, 2연대 미군 고문관은 1949년1월 제주읍 오라리에서 97명에 이르는 남녀 및 어린이 시체를 목격했고, 한달 뒤에는 도두리에서 76명이 민보단에 의해 죽창으로 학살되는 현장을 목격 했다"면서 "그럼에도 이 정보보고서 외에는 후속 보고 또는 처형 중단 요구나 군경의 행위를 문제 삼았다는 기록은 아직까지 찾을 수 없다"며 미국이 당시 관련 자료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있음을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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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서 한겨레신문 허호준 부국장이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허 부국장은 제주4.3의 전개과정에서 소련 연계설로 등장하는 것이 소련 잠수한 '출현설'로, 잠수함이 제주도 연안에 나타났다는 보고가 나올때 마다 외신에 대대적으로 보도됐다"면서 "이러한 정보보고나 언론보도는 모두 가짜로 판명됐고, 이런 '가짜뉴스'들은 제주도를 소련의 전초기지이자 미국의 대소봉쇄를 위한 전진기지로 간주하도록 하는데 기여했다"며 이 '가짜뉴스'가 당시 미 당국 관계자들에게 제주도 토벌의 당위성을 부여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에 일어난 초토화 시기에도 미국의 개입은 지속됐고, 제주도에서 이뤄진 작전에 대해 일관된 것은 제주도민에 대한 학살에 대한 우려보다는 공산주의자 제거를 명분으로 한 군.경의 진압을 격려하고 고무한 것"이라며 "주한미군사령부는 (한국군)9연대가 민간인 대량학살계획을 채택했다고 평가하지만, 주한미군사고문단은 이를 저지하기는 커녕 초토화 작전을 감행한 지휘관을 높게 평가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제주4.3시기 국내에 있던 미 당국의 제주도 관련 보고서에 등장하는 '대량 처형'(mass execution), '대량 학살'(mass slaughter), '대량 집단학살'(mass massacre) 등의 표현은 그만큼 제주도에서 이뤄지는 대량 학살을 미국이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며 미국이 민간인 학살을 알고도 방조했음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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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헤드라인제주

한편 3개 세션으로 이뤄진 이번 학술대회에서 4일 열리는 제1세션 '냉전 학살 미국의 책임'은 냉전 체제 하에서 일어난 과거사의 비극과 미국의 개입을 살펴본다. 1960년대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1940년대 후반 그리스에서 일어난 그리스내전, 그리고 같은 시기 일어난 제주4.3의 전개과정과 그 속에서 있었던 미국의 역할을 집중 조명했다.

5일 열리는 제2세션 '저항, 학살, 국가의 책임'에서는 정나이웨이(대만2‧28기금회)연구원이 '대만 2‧28사건의 재조명 과정'을, 박구병(아주대)교수가 '과테말라의 '열띤 냉전'과 제노사이드: 1980년대 초 원주민 학살'을, 박찬식 제주학연구센터장이 '4.3, 공동체 저항의 역사'를 발표한다. 토론은 김윤경 서울대 강사와 양정심 이화여대 연구교수가 맡는다.

제3세션 '진실, 정의, 연대'에서는 올해 아시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막사이사이상 수상자 캄보디아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 육창 대표가 '세계적 맥락에서의 캄보디아 제노사이드 성찰- 전략적 계획'을 주제로 기조강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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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일 열린 제주4.3 제7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 ⓒ헤드라인제주

이어 △인도네시아 20년간의 '개혁' 이후에도 계속되는 정치 실현의 격변(니스리나 나디타 라만‧인도네시아 콘트라스) △차별과 억압 속 오키나와의 저항의 역사(다카자토 스즈요‧일본 오키나와여성행동모임) △5‧18민중항쟁의 전개와 명예회복 과정(송한용‧전남대 5‧18연구소 소장) △진실과 정의의 역사를 위한 여정(허영선‧제주4.3연구소 소장) △함께 연대한 4.3 70주년, 이제 시대와 연대해야(강호진‧제주4.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의 발표와 자유토론이 진행된다. 6일에는 4.3평화공원 및 4.3유적지 기행이 예정됐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국내외 민주연구단체들이 참여해 연대와 교류활동의 장도 이어진다. 이를 위해 5‧18연구소 등 학술연구단체, 제주4.3 70주년 제주기념사업위원회와 범국민위원회 소속 단체 관계자들이 참가하고, 외국에서는 일본 4.3오사카 실행위원회, 제주4.3을 생각하는 모임‧도쿄, 캄보디아의 슬레우크 리트 연구소, 인도네시아 콘트라스, 오키나와여성행동모임 등이 참여한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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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말고 2024-04-18 07:30:37 | 1.***.***.18
당시 언론들의 기사 미국 보고서 국회기록은 모두 조작?
아니면 우기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