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군사재판 70년만의 재심, "이렇게 고마울수가"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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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군사재판 70년만의 재심, "이렇게 고마울수가"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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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수형인 "70년 세월 고통의 무게만큼 절실하게 환영"
"다시 심판받을 기회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개무량 고마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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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수형생존자들이 4일 법원의 불법 군사재판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제주4.3 당시 최소한의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법적으로 행해졌던 계엄 군사재판에 대해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내리자, 재심 청구인인 제주4.3수형 생존자들은 4일 눈시울을 붉히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부를 상대로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던 제주4.3도민연대와, 4.3수형희생자 18명은 이날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제갈창)의 재심개시 결정에 따른 입장을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재심 청구인 중 양근방, 박동수, 양일화, 조병태, 오영종, 오희춘, 김평국 등 4.3 수형 생존자들이 참석했다.

또 거동이 힘든 정기성 할아버지(96), 박춘옥 할머니(90), 임창의 할머니(97)를 대신해 가족들이 자리를 함께 해 눈길을 끌었다.

이번 재판의 법정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인과, 재심 청구를 주도적으로 진행했던 제주4.3도민연대 양동윤 대표 등도 참석했다.

이들은 박동수 할아버지가 대표로 낭독한 기자회견문을 통해 "70년 세월 고통의 무게만큼 절실하게 환영한다"면서 "4.3당시 불법 군사재판에 의해 찢기고 망가진 세월의 억울함을 이제서라도 풀 수 있는 길이 열린다니 떨리는 감격을 멈출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법은 죄인을 처벌하는 것만 아니라 국가권력에 의해 무고하게 희생당한 사람들을 지켜내기도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기본 이념을 들어 우리들의 재심청구를 받아들이는 역사적 판결을 내렸다"고 평했다.

이어 "70년 세월이 흘러 재판기록도 판결문도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자료 부족으로 재심 결정은 어려울 것이라는 걱정도 많았다"면서 "그러나 엄연히 수형인 명부라는 국가기록이 존재하고, 모진 고초 속에 실제로 형을 살다 온 우리들이 아직 살아 있기에 법의 정의와 양심을 기대하고 재심을 청구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이런 우리들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고 재심 개시라는 지혜로운 결정을 한 재판부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면서 "우리들의 억울한 일생을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외면하지 않고 다시 심판받을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재심의 결과와는 상관없이 감개무량한 고마움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법원의 결정은 앞으로 4.3해결 과정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며 "2530명 수형인명부에 등재된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린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우리는 앞으로 재심과정을 통해서 70년 세월의 통한을 푸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4.3수형인들의 명예회복과 4.3 진상규명을 위해서도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우리 청구인들은 너무 많은 나이이다. 1년 5개월에 이르는 재심 청구 재판 기간동안에 거동조차 못할 분들이 늘어가고 있다"면서 "우리들이 살아생전에 기대하는 결말을 볼 수 있도록 빠른 진행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판결이 있기까지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신 제주도민 여러분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4.3수형 생존자 및 가족들도 한마디씩 했다.

박순석 할머니의 아들인 임용훈씨는 "저희 어머님이 수형인이라고 고백한게 7~8년 됐다. 처음 알았다. 어머니가 마음 고생했다는 것을..."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그래서 지금 어머니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리고 싶다. 어머니가 지금 병원에 계신데, 돌아가시기 전까지 한을 풀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양근방 할아버지는 "우리들은 70년을 고통 속에서 악몽 같은 세월을 살아왔다. 그래서 재심청구 결과가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제주도민들이 우리를 많이 성원해서 이런 결정이 내려진 것"이라며 "기쁜 마음이 한이 없다"고 피력했다.

양일화 할아버지는 "돌이켜 생각해보면 70년 넘고 몇개월이 지났다. 우리들이 무고한 역사 속에서 이런 고통과 아픔을 누구 한 사람이 깨우쳐 주지 못하고 지금까지 살아 왔는데, 이번에 재심을 통해서 밝혀졌으면 하는 마음이야 이루 말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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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4.3 수형생존자들이 4일 법원의 불법 군사재판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헤드라인제주
◆임재성 변호사 "연내 무죄 판결 이뤄지길...'특별법 개정' 시급"

청구인들의 법정대리인인 임재성 변호사는 "1948년과 1949년 군법회의라는 불법적인 군사재판이 민간인에게 이뤄졌는데, 국가가 수형인 명부라는 것을 통해서 2530여명 정도가 이 기간 동안 민간인 신분으로 군사재판에서 불법적인 재판을 받은 것이 확인이 됐다"고 밝혔다.

임 변호사는 "그때 재판을 받은 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사형을 언도받고 돌아가셨다"면서 "또 육지에 있는 형무소에 갔다가 한국전쟁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도 있다. 구사일생으로 다시 제주도로 오셔서 지금까지 생존해 계신 분들은 한 30여분 전후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분들 중에서 소송에 참여할 의지와 건강이 되시는 18명이 수형희생자 2530여분을 대표해서 이번 재심 소송에 참여했다"면서 "재심 청구를 했던 18분이 모두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1948년에 언도를 받으신 분도 있고 1949년에 언도를 받으신 분들도 있는데, 이번 재판부가 이러한 작은 차이에 대해 연연하지 않고 큰 틀에서 이분들이 모두 억울하게 모두 불법 구금과 고문을 받으신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고 판단을 해서 모두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임 변호사는 "재심 개시가 됐지만, 청구인 분들의 나이가 구십이 넘으셨다. 이분들이 원하는 것은 무죄다"라며 "다시 한번 재판을 받는 것이 아니다. 빨리 그런 좋은 판결을 받을 수 있도록 제주지방검찰청에서 즉시 항고를 하지 않고 3일 이뤄진 재심개시 결정이 확정이 돼서 이분들이 재판을 받으시고 연내에 무죄 판단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나머지 수형인분들도 같은 방식으로 재심 청구를 할지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해봐야 할 것"이라며 "실제로 생존해 계신 분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당사자의 유족분들이 대신 재신 청구를 하는 방식이 될 것 같다"고 피력했다.

임 변호사는 이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불법 군사재판에 대해 일체 무효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점을 들며, "올해 4.3 70주년을 즈음해서 이 법이 개정되는 동력이 있다. 이 특별법 내에 중요한 조항 중 하나가 1948년과 1949년 군법회의를 일체 무효화하는 것이 있는데, 만약에 그런 무효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이렇게 개별적인 권리 구제의 방식보다는 훨씬 더 진전된 방식으로 문제 해결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래서 1948년과 1949년 당시 군법회의가 불법적이었다는 이번 사법부의 첫 판단이 중요하다"고 피력한 후, "입법부(국회)에서도 무겁게 받아들여서 수형인들이 계속 힘든 소송을 통해서 다투는 것 보다는 입법부의 전향적인 입법을 통해서 무효화시키는 것이 이번 재심 결정을 계기로 조금 더 공론화되도록 했으면 한다"면서 제주4.3특별법의 조속한 개정 처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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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윤 제주4.3도민연대 대표.
◆양동윤 대표 "억울한 누명 씻는게 4.3문제 해결의 시작"

마지막으로 양동윤 대표는 "4.3특별법 제정돼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변함이 없다. 그러나 법 제개정은 하세월이다"면서 4.3특별법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함을 피력했다.

양 대표는 이어 "저희들은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 없이 할 수 있는 것 다하자는 입장인데, 4.3문제의 최우선 과제는 거창한 기념식이나 전국 알리기나 이런 것들이 아니라 진상규명"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억울한 누명을 씻는게 곧 4.3문제 해결의 근본이다"면서 "이런 생각을 계속적으로 관철해서 2013년부터 진행한 전국 형무소 순례를 진행해 재판을 통해 법적 해결을 모색해야 겠다고 해서 고민과 실천사업을 통해서 오늘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소회했다.

양 대표는 "4.3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과정에서 (4.3과 관련한)유일한 기록인 4.3수형인 명부에 대해 진상을 규명하지 않고, 어떻게 4.3을 해결한 것인가 하는 강한 생각이 있었다"면서 "2010년부터 이 일에 매달려 왔고, 2013년부터 전국 형무소 수형인 실태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양 대표는 "그 결과 확신을 가졌다. 이번 재판을 통해서 반드시 이겨야만 한다"면서 "수형생존자 18명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도민 전체에 덧씌워진 덫을 벗겨야 되겠다. 4.3운동의 나름의 방향과 의미를 부여하고 노력해 온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4.3 70주년 범국민위원회, 제주4.3평화재단, 제주4.3연구소, 정치권 등에서는 일제히 법원의 4.3수형인 재심개시 결정을 환영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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