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119 긴급출동 상황속, 제주시 '팔짱' 구설수
주민들 거센 항의, "시청 공무원들은 왜 안와?"
그러나 이날 냄새를 유발시킨 공업용 물질을 주택가 이면도로에 적치한 1차적 책임이 있는 제주시 당국은 실무직원 1명에게만 맡겨둔채 현장 출동조차 하지 않아 '무책임' 행정이라는 비판을 자초했다.
이날 공업용 물질의 유독가스 냄새 소동이 빚어진 것은 오후 8시쯤.
처음 제주제일중 후문 일대 주택가 일대를 뒤덮은 냄새는 제주제일중 동쪽 아파트 단지 일대까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깜짝 놀란 주민들이 집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곧이어 주민들의 신고를 받고 경찰과 119 소방차 등이 현장으로 긴급 출동했다.
냄새의 진원지는 제주제일중 체육관 북쪽 주택가 이면도로에 길다랗게 쌓여져 있는 도로 도색용 공업용 물질로 추정되는 노란색 통과 하얀색 통이었다.
이 적치물이 쌓여져 있는 인근 다세대주택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처음에는 냄새가 조금씩 나다가 하얀색 통에서 '통통' 거리며 뜨거운 열기로 폭발할 것 같은 소리가 들리며 역한 냄새가 진동했다"고 말했다.
이 골목길에 쌓여 있는 도로 도색용 물질이 들어있는 통은 하얀색이 약 40여개, 노란색은 수백개가 쌓여져 있었다.
주민들은 지난 주부터 이곳에 이 물질을 담은 통들이 적치돼 있었고, 이날 하얀색 통에서 화학작용이 일어나듯 폭발적으로 냄새가 뿜어져 나왔다고 했다.
정모씨(51)는 "갑자기 역한 냄새가 진동하는데, 숨을 못쉴 정도로 심했다"면서 "이 냄새로 사람들이 머리가 아프다고 하는데, 유독가스나 유해가스는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은 적치물이 쌓여있는 이면도로 양쪽에 출입통제선을 치고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현장에 도착한 관계기관은 주민들이 두통을 호소하며 즉각적인 조치를 요구하자, 냄새가 심하게 뿜어져 나오는 하얀색 통과 노란색 통 40여개를 차량에 실어 다른 곳으로 이동시켰다.
그러나 주민들의 노란색 통이 적치된 이후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면서, 노란색 통들도 모두 철거할 것을 요청했다.
이 공업용 물질 통들은 제주시가 최근 법원을 중심으로 이 일대 일방통행로 공사를 시행하면서, 지난 31일쯤 공사업체에서 제주시와 협의해 이곳에 쌓아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럼에도 제주시 당국은 경찰과 119 소방당국이 긴급히 출동하는 상황 속에서, 안이한 현장대응으로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유해가스 상황이 발생한 후 2시간이 훨씬 지난 밤 11시가 다 될때까지, 현장에는 제주시청 교통부서 실무직원 1명이 나온 것이 전부였다.
주민들의 크게 격분한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애꿎은 실무직원만 쏟아지는 주민들의 질문세례에 곤욕을 치렀다.
한 주민은 "요 며칠동안 냄새가 계속 났는데, 우리는 주택가 도로에 버젓이 적치된 이 공업용 물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아야 하겠다"면서 "통들에서 뿜어져 나온 이 냄새가 유독가스인지, 인체에는 해로운 것인지 아닌지 정확히 설명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는 "경찰도 오고, 소방차도 오고 다 했는데, 일방통행로를 만드는 공사 책임기관인 시청에서는 공무원 한명만 현장에 두고 다 어디에 있는 것인지, 정말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공업용 물질의 통들이 쌓여있는 지점에서 불과 몇십 미터 떨어져 있는 곳에 위치한 사설체육관을 운영하는 한 주민은 "며칠전부터 냄새가 났다. 오늘은 냄새가 더 심했다. 낮에 체육관에 온 아이들 중 머리가 아프다고들 했다. 저도 오늘은 두통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냄새를 유발시킨 물질이 무엇인지, 인체 유해성 여부를 공식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제주시 관계자는 "이 공업용 물질은 노면 작업을 하는 '도막'용"이라면서도 정확한 성분이나 유해성 여부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주민은 "며칠째 주택가 바로 옆에 공업용 물질을 쌓아뒀고, 지독한 냄새의 가스가 배출되는 상황이 만들어졌다"면서 "이 냄새에 계속 노출되어도 아이들 건강에는 문제가 없는 것인지, 최소한 이 정도는 정확히 말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부들도 "이 물질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데 불안해서 살겠나"라며 "오늘 밤 안에 이 통들을 모두 치울 때까지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며 분개해 했다.
늦은 밤까지 계속된 주민들의 항의소동 속에서, 교통부서 담당급 공무원은 상황 발생 3시간만인 밤 11시가 넘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마지막까지 현장에 남아 상황을 지켜봤던 시민 정모씨는 "경찰과 소방차도 모두 출동했는데, 제주시청 공무원의 현장대응은 정말 무기력하게 느껴진다. 만약 이 냄새 상황이 유독가스로 밝혀진다면 어떻게 책임질 생각인가"라며 "오늘 밤 중으로 통들을 모두 철거하겠다고 약속해서 모두들 귀가하기로는 했지만, 이 물질이 무엇인지, 가스의 유해성은 반드시 주민들에게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유독가스 냄새 소동을 벌인 하얀색 통에 들어있던 물질은 위험물질로 분류되는 '시너'와 비슷한 성질의 연화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일 오후부터 강한 햇살이 내리쬐면서 기온이 상승해 뜨겁게 달궈졌고, 여기에 저녁에 약한 빗방울이 통 속에 스며들면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듯이 하면서 폭발할 것 같이 냄새가 뿜어져 나오는 화학작용이 일어났던 것으로 추정됐다.
노란색 통에 들어있던 것은 도로포장 등을 할 때 냄새를 저감시키는 용도의 페인트와 같은 재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시너는 15통, 노란색 통은 어림잡아 수백개가 길가에 빼곡히 쌓여있었다.
화학작용으로 끓어 올랐던 시너에서 불꽃이 피어 올랐다면, 자칫 대형 사고로 이어질 뻔했던 아찔한 상황이었다.
또 이 냄새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두통, 현기증, 마취상태 유발 등 인체에 유해한 것으로 확인됐다.
위험물로 특별 관리돼야 할 이러한 화학물질들이 아무런 보호 덮개 등도 없이 어떻게 학교 체육관과 주택가 사이 이면도로에 4일간 버젓이 방치될 수 있었던 것인지, 이번 일은 제주시 당국의 현장 대응력 상실과 '안전불감증'의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헤드라인제주>
핑계대는줄 알고 혼냈는데...
저희집은 한블럭 뒷쪽인데 이상한 냄새 계속 났었어요.
길가에 위험한 약품... 너무 심한듯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