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일단 '중지'...대안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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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로 확.포장공사 일단 '중지'...대안이 나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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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뭇매에 공사 중단하고 조정방안 검토
환경단체 "백지화해야"...道 "현실적 방안 찾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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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포장 공사로 삼나무들이 베어내지고 있는 비자림로 대천동~송당 구간.ⓒ헤드라인제주
제주시 구좌읍 비자림로의 삼나무 숲길 구간(대천동~송당)의 도로 확.포장 공사를 둘러싼 논란이 전국적 이슈로 등장한 가운데, 제주특별자치도가 일단 공사를 중단하고 추가 의견수렴에 나섰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 공사와 관련해 제기되는 내용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공사를 일시 중단시킨 상태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주도가 삼나무 숲길 훼손과 관련해 어떤 대안적 내용을 제시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논란은 제주도가 사업비 207억원을 투자해 삼나무 숲길 가로가 있는 비자림로 중 대천~송당 2.94km 구간을 왕복 4차로(폭 21m)로 확장하는 공사를 본격 시작하면서 촉발됐다.

이 도로 공사를 위해 이달 2일부터 하루 150여 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내고 있고, 앞으로 6개월 간 총 2160그루의 삼나무를 벌목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은 일순간에 확산됐다. 벌써 900여 그루의 나무가 벌목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논란은 이 공사의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이 진행 중이던 2015년 9월에 처음 분출됐다. 이후 지역주민 의견수렴 및 도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는 송당리나 성산읍 지역에서 필요성에 동의 입장을 표하면서 쟁점이슈로 부상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울창한 숲을 이루던 삼나무들이 대거 베어내어지는 현장 모습이 공개되자 다시 논란이 분출됐고, 전국적으로 비판여론이 들끓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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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포장 공사로 삼나무들이 베어내지고 있는 비자림로 대천동~송당 구간.ⓒ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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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포장 공사로 삼나무들이 베어내지고 있는 비자림로 대천동~송당 구간.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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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로 확.포장 공사로 삼나무들이 베어내지고 있는 비자림로 대천동~송당 구간. <사진=제주환경운동연합>
논란의 초점은 크게 두가지 차원이다.

하나는 제주자치도가 도로확장의 목적인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밝히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교통체증이 정말 심각한 수준인지, 또 도로를 확장했다고 해서 교통량 분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지에 대한 '목적성' 내지 '실효성' 논란이다.

두번째는 2.9km 구간의 도로를 확장하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삼나무 숲길이 훼손됨과 동시에 2160그루의 삼나무를 베어내는데 따른 환경훼손 문제이다.

◆ 제주도 입장..."주민 숙원사업, 교통량 증가 따라 불가피"

이에 대해 제주특별자치도는 기본적으로 공사의 '불가피성'과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공사가 송당리와 성산지역 주민들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요청해 온 숙원사업으로 이뤄지는 것이고, 이 일대 교통량이 크게 증가해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송당리, 성산지역에서 비자림로를 경유해 번영로를 이용하는 차량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출퇴근 시간대에는 정체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왕복 4차로로 넓히게 되면 차량 흐름이 원활해져 번영로의 교통분산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환경 훼손 부분에 대해서는 '피해 최소화'를 감안했다고 주장했다.

제주자치도는 이 공사를 위해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과 문화재지표조사 용역,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거쳤다고 밝혔다.

영산강유역환경청에서 제시된 의견에 따라 오름 훼손 발생과 도로 양측 삼나무림의 훼손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일부 도로 노선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즉, 일정구역의 삼나무를 잘라 내더라도 도로가 확장된 후에는 양쪽 노견에 삼나무 가로숲 형태가 그대로 존치될 수 있도록 설계에 반영했다는 것이다.

불가피하게 도로변 삼나무를 모두 잘라내야 하는 이승만별장 입구 도로 쪽의 경우 편백나무 등을 식재해 도로 경관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되도록 했다고 밝혔다.

◆ 시민사회단체..."삼나무 숲길 무차별 훼손, 도로확장 필요성 의문"

그러나 환경단체나 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제주환경운동연합은 "이 길은 제주도민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에게도 아름다운 가로수 숲길로 잘 알려진 곳인데, 무차별 훼손되고 있다"면서 "과연 이 지역 도로공사 확장이 당장 필요한지, 그리고 공사 후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또 이 구간이 다른 곳에 비해 교통이 크게 정체되는 도로라고 보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제주도가 밝힌 '목적성'과 '실효성'에 동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공사구간이 금백조로 입구에서 끝나게 되어 있어 다랑쉬오름 쪽 송당리 방향은 물론 성산 방향으로도 병목현상 발생우려가 커 교통량이 많을 경우 오히려 혼잡 구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 완료'라는 제주도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론도 이어졌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이 도로공사 계획은 경관보전지구 1등급 지역인 선족이오름을 통과함에 따라 오름의 훼손이 발생하고, 계획노선의 대부분 구간이 경관보전지구 2등급 지역을 통과함에 따라 도로노선 확장 필요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문한 것에 대해 제주도가 자의적 해석을 했다는 것이다.

즉, 영산강유역환경청은 도로확장에 대해 '재검토'를 하라고 주문했는데, 제주도는 협의 완료된 것으로 간주하고 공사를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가운데 제주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9일 성명을 내고, "비자림로 확.포장공사와 관련해 전국이 떠들썩하다"면서 "제주도는 비자림로 공사계획을 전면 백지화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제주도의 입장대로라면 교통량이 많고 민원이 있으면 모든 도로를 다 확·포장 할 것인가"라며, "5.16도로도 교통량이 많으니 대규모 확.포장을 진행하고 아름다운 숲터널도 밀어 버릴 것인가. 전농로도 교통량이 많고 불편하니 수십년 그 자리를 지켜온 아름다운 벚나무를 뽑고 도로를 넓힐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 제주도 "현실적 방안 있는지 찾는 중"

이러한 가운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제기된 내용 전반에 대한 검토하고 있는 제주도가 최종적으로 어떤 판단을 내릴지가 주목된다.

제주도 관계자는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오래전에 계획이 입안되어 지역주민들의 의견수렴이나 도의회 예산심의를 거친 사항인데, 공사가 착공된 후에 논란이 생겨 난감하다"면서 "일단 제기되는 내용들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지역주민들 의견들을 들으며 대안 또는 현실적 방안이 있는지 찾는 중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삼나무 숲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도로가 확장되더라도 현재와 같이 도로 양쪽에 삼나무 가로숲길이 형성되도록 하는 방향으로 공사설계가 된 상태"라면서 "삼나무 훼손을 보다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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