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해군기지 '날치기 통과', 10년만에 사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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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해군기지 '날치기 통과', 10년만에 사과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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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의회 '2009년 해군기지 의결' 사과 배경과 전망
절차적 정당성 상실 확인...국제관함식 대통령 '사과수위' 압박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2일 오후 열린 제36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2009년 제주해군기지 관련 의안 '날치기 통과'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10년만의 사과다.

김태석 의장은 이날 폐회사를 통해 2009년 12월17일 열린 제267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때 있었던 파행사태의 일을 언급하며 머리를 숙였다.

이 파행사태는 2009년 12월 17일 본회의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항의농성을 하던 야당 의원들을 밀어내고 기습적으로 단상을 점거해 해군기지 관련 쟁점 의안들을 날치기 처리했던 일을 말한다.

처리된 의안은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과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환경영향평가서 협의내용 동의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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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12월17일 제주도의회 본회의장에서 해군기지 관련 의안 날치기 처리 당시의 모습. <헤드라인제주 DB>
당시 도의회가 날치기 처리를 한 것은, 그해 1월 21일 국방부장관이 '국방군사시설 실시계획 승인'을 고시했으나 절차적으로 문제가 확인돼 '무효' 논란이 확산된데 따른 것이었다.

법적하자 논란이 제기된 것은 국방부가 승인 고시한 실시계획이 환경영향평가 없이 처분이 이뤄졌고, 사전환경성 검토도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강정마을 구럼비 일대는 제주특별법상 '절대보전지역'으로 지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그해 국방군사시설사업 실시계획 승인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및 취소처분 소송이 제기됐다.

따라서 해군에서는 최소 절대보전지역 해제와 환경영향평가 절차이행 두 가지의 미비점 보완은 절실했다. 이러한 이유로 그해 12월 한나라당 의원들이 2개 의안을 기습 상정해 처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 일은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의 강행 명분을 만들어준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방부는 이 의안이 처리되자 황급히 미비점을 보완해 이듬해인 2010년 3월 '실시계획 변경안'을 고시한다.

그러자 그해 7월 서울행정법원은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청구소송'에서 실시계획에 대해 '적법' 판결을 내렸다.

적법 판결의 결정적 이유는 '날치기 통과' 때문이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최초의 실시계획은 절차적 문제가 명확해 '무효'이지만, 이후 변경계획은 최초 계획의 미비점이 보완됐기 때문에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즉, 도의회의 날치기 통과가 없었더라면 '무효'였다는 것이다.

결국 최초 입지선정의 문제에서부터 환경영향평가나 절대보전지역 해제 등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는 도의회의 '날치기 통과' 한방으로 모두 상쇄시킨 셈이다.

김태석 의장의 이날 '사과' 입장도 이 2건의 동의안 처리가 강정마을에 큰 고통과 아픔을 준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는 점을 인정함 속에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는 "평화의 섬 제주에 해군기지라는 시작점을 만들며, 평화로운 강정에 형언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을 만들게 된 2건의 동의안 처리와 그 이후 연계된 여러 사안에 대해 의회를 대표하여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2009년 당시의 결정이 현재 제주의 아픔으로, 갈등으로 그리고 인간 존엄성에 대한 도전으로 강정 주민들과 도민 여러분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표결 상황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김 의장은 "당시 상정된 '절대보전지역 변경 동의안'은 재석의원 27명중 18명이 찬성했고,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은 재석의원 24명중 21명이 동의해 의회를 통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당시 단상에 몰린 상황에서 정족수 확인도 없었고, 동의안 가부 확인도 없이 '날림처리' 하면서 이 표결 집계결과 역시 정확하지 않은 것이었다. 당시 표결의 적법성 논란이 크게 일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김 의장이 전체의원 41명 중 재석의원 수를 언급한 것은 당시 원내 다수당이었던 한나라당 의원들 중심으로 이뤄졌음을 강조하고자 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날 김 의장의 '사과'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적법성이 상당부분 결여됐음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때문에 이날 김 의장의 '사과' 발언은 강정마을회가 청와대의 집요한 설득으로 인해 문재인 대통령의 공식사과를 전제로 해 '국제관함식' 제주해군기지 개최를 수용키로 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이 발언이 43명 전체의원의 서명으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던 '국제관함식 제주개최 반대 결의안'을 상정보류한 것에 대해 사과한 후 이어져 나왔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10년 전의 의안처리 과오를 먼저 사과한 것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해군기지가 절차적 정당성을 상실한 채 추진됐다는 점을 강조한 셈이 됐고, 이는 문 대통령의 '사과 수위'를 압박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다시 강정마을을 갈등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집요한 설득으로 국제관함식 제주개최를 관철시킨 청와대는 머쓱해지게 됐다.

국책사업이라는 미명하에 국가공권력을 앞세워 피눈물로 절규하는 강정 주민들을 짓밟고, '날치기 통과'의 위법한 절차 속에 건설된 제주해군기지에서 '국제관함식'의 팡파르를 울리게 됐기 때문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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