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관함식' 반대 도의회 결의안 채택 보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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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함식' 반대 도의회 결의안 채택 보류...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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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수석 회동 후, 의회 내 '반대 목소리' 쏙↓
강정마을도 20일 재논의 추진...왜 바뀌었을까

강하게 분출되던 '2018 국제관함식(觀艦式)' 제주 개최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반대 목소리가 갑자기 수그러들었다.

19일 열린 제362회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는 당초 예상됐던 의안 중 '제주해군기지 국제관함식 개최 반대 촉구 결의안'이 슬그머니 빠졌다.

이 결의안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17일 여야 의원들의 서명으로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상정돼 만장일치로 통과됐는데, 정작 본회의에는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김태석 의장(더불어민주당)이 직권으로 상정보류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적 이유는 이 문제에 대한 청와대 의견이 있었고, 강정마을에서 입장을 어떻게 정리하는지 지켜본 후 결정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하루 만에 뭔가 상황 변화가 있었다는 것이다. 왜 갑자기 입장이 바뀐 것일까.

당초 국제관함식 문제에 대해서는 강정마을 주민과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도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크게 분출됐다.

해군이 당초 주민들이 반대하면 원래대로 부산에서 개최하겠다고 밝히면서 강정마을 주민들이 지난 3월 임시총회를 열어 반대를 결의했다.

그러나 해군은 반대결의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을 개별적으로 만나며 회유하고 다닌 사실이 드러나 '거짓말' 논란과 함께 비난을 자초했다.

특히 현재까지 결정된 바는 없다고 하면서도, 최근 해군의 대행사 공모에는 개최지를 제주로 확정 기재한 사실이 들통나 주민들을 기만하는 '이중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받고 있다.

해군기지 건설로 강정마을 공동체를 파괴한 정부의 관함식 강행은 주민들을 두번 죽이는 것이 대못을 박는 것이라는 비판도 들끓었다.

강정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7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 개최 취소를 요구했다.

주민들과 시민사회단체는 "주민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 관함식을 강행하려는 모습은 11년 전 해군기지 유치 과정과 다르지 않다"면서 주민들을 기만하며 행사개최를 강행하려는 행태를 강력 규탄했다.

또 "시대착오적인 군함 사열 행사인 국제 관함식은 평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같은날 제주도의회도 결의안을 통해 "정부는 강정마을과 제주도민사회의 갈등과 혼란을 부추기는 국제관함식 행사의 제주해군기지 유치 강행을 중단하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고통과 아픔을 보듬을 수 있는 상생과 화합의 장을 만들어 가야한다"면서 제주개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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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김태석 제주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의장단과 면담을 갖고 있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헤드라인제주
그러나 청와대 앞 기자회견과 도의회 상임위 차원의 결의안 채택이 있은 바로 다음날인 18일, 상황 변화의 계기가 있었다.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제주에 내려와 원희룡 제주도지사를 면담한 후, 도의회에 들러 김태석 의장과 부의장단 등을 면담한 것.

이 수석의 제주방문은 '의견 조율'이라고 했지만, 비공개적 면담을 통해 제주사회 여론 반전을 위한 설득 차원이 컸다.

강정주민이나 시민사회단체, 심지어 도의회에서도 반대한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 의견 조율을 한다는 것은 올해 관함식을 제주에서 개최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요인'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원래대로 부산에서 개최할 것이라면, 제주에 내려와 설득할 필요 없이 바로 '부산 개최'를 확정 발표해도 무방하기 때문이다.

아닌게 아니라, 이 수석이 도의회 의장단을 회동하고 강정주민들을 만난 후 분위기는 갑자기 바뀌었다.

19일 열린 본회의에서 반대결의안이 상정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본회의가 끝날 때까지 상정보류 사실을 모르는 의원들도 다수 있었다.

의회는 공식적으로 강정마을에서 입장을 정리하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청와대 수석이 왔다간후 하루 만에 결의안 상정을 보류한 것은 또다른 의구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석권한 제11대 의회에서 청와대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개원 초장부터 '눈치 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그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이 수석의 강정마을 방문이 있은 후 강정마을회에서는  조만간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기로 잠정 계획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강희봉 강정마을회장은 19일 "이용선 수석이 2~3일 안에 (유치여부를) 결정해 달라고 했지만, 일단 논의를 해 보려고 한다"면서 "내일(20일) 잠정적으로 토론회를 계획해 놓고 있지만 성사될지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제관함식 제주개최에 대해 주민들의 의견을 묻기 위해 토론장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강 회장은 "(반대 결정이)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어서 다시 총회를 열어 결정해야 하지만, 총회 개최 공고하고 소요되는 기간만 1주일이어서..."라며 총회 개최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용선 수석이 도의회와 강정주민 비공개 회동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제안을 하며 의견조율을 시도했는지, 그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편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군사기지 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는 19일 성명을 내고, "이용선 청와대 수석은 갈등조장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했나"라며 "마을 총회를 다시 열도록 강요한 청와대 수석의 회유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범대위는 "이 수석은 제주도와 도의회를 잇따라 방문해 이번 갈등문제에 대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여주는 듯 했으나 ‘국제행사이기 때문에 결론을 내려야 하는 단계’라며 사실상 청와대가 국방부의 국제관함식 강행입장을 용인하고 통보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범대위는 또 "이 수석은 강정마을회와 반대주민회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만약 국제관함식이 제주에서 열리게 된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해 주민의 갈등과 고통에 대해서 유감과 위로의 말을 전할 수 있다면서 국가차원의 공동체회복사업을 약속하는 발언이 있을 것이라는 회유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이 수석의 행태는 지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정에서 해군과 이를 뒷받침한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저질러 온 과오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힐난하며, 국제관함식의 제주개최 반대입장을 재천명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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