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숲에 주차장' 한심한 행정...폐기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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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숲에 주차장' 한심한 행정...폐기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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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주먹구구식 공영주차장 계획의 민낯
누구의 발상인가?...완충지역 변경배경, 감사 실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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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시가 일도지구 아파트 밀집지역의 주차난을 해결하기 위해 완충녹지지역인 숲지대의 용도를 폐기해 대규모 주차장을 조성키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일도지구 완충녹지지역의 도시숲.ⓒ헤드라인제주
제주시가 도심지 지역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파트 밀집지역의 완충녹지지역의 숲지대를 허물어 공영주차장을 조성하는 사업을 발주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단순한 찬반 논란 차원이 아니다. 그나마 남아있는 도시숲을 허물겠다는 발상 자체가 놀랍고, 한심스럽기 짝이 없다.

이번 일은 제주시의 주차정책, 그 중에서도 공영주차장 조성 계획과 행정이 얼마나 주먹구구식이고, 무개념으로 추진되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도대체 누가 이런 한심한 계획을 입안했는가. 또 이 계획의 입안을 지시한 사람은 누구인가.

최초 이 문제를 보도한 <헤드라인제주>가 확인한 결과, 숲지대의 용도를 바꿔 주차장을 조성한다는 계획은 1년여 전부터 추진됐음이 확인됐다.

지난해 4월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제주시 일도2동 46-2번지 일대 완충녹지지역(숲지대)에 주차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곳 완충녹지지역 전체를 도시계획시설로 변경하는 안을 심의해 의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올해 예산으로 7억8400만원을 편성해, 이 일대 숲지대 8600㎡ 중 혜성대유아파트를 기준으로 남북 방향으로 3600㎡ 부지에 주차대수 129대 규모의 공영주차장을 건설하는 내용의 공사를 발주했다.

이미 공사업체까지 모두 선정돼 이달 2일 착공해, 10월 완공하기로 계획이 짜여져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내용을 자세히 알고 있는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제대로운 공청회 한번 열지 않고 '밀실'에서 추진됐기 때문이다.

제주시 당국은 주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완충녹지지역을 도시계획시설로 바꿔달라는 민원이 있어 추진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 또한 이해하기 힘들다.

'민원'이라는 것이 도대체 누구의 민원을 말하는 것인지, 제대로 공개도 못하고 있다.

다수 시민들의 '민원'은 분명 아니었을 것이다.

최근의 주차장 건설계획도 시민 대다수가 모르는 상황에서 추진되다가 논란을 빚고 있는데, 1년 전 완충녹지지역 변경 추진이 다수 시민들의 동의로 이뤄졌을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실제 주차장 건설계획이 확정되고 공사발주가 이뤄진 시점에서도 제주시는 이 문제가 마치 특정 아파트 주민들만 이해당사자인 것처럼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완충지역 조성은 최초 대규모 LPG 저유소 시설에 따라 저장탱크를 차폐함으로서 지역 주민들에게 주거환경의 안정감을 주기 위해 설정된 것이다.

또한 이 숲지대는 일도지구 시민들의 '힐링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산책로인 숲속 올레길이 조성돼 있는 이 숲지대는 인근 체육시설인 근린공원까지 연결돼 있다.

그렇다면, 숲지대인 완충지역을 도시계획시설로 변경하고자 할 경우 일도지구 시민들의 절대적 다수의 동의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그러나 설명회와 같은 정상적 공론화 절차는 진행되지 않았다.

이번 공사를 앞두고 이뤄진 사업계획 공람 기간에 200여명이 찬성의견을 냈고, 20여명은 반대를 했고, 이 아파트 단지에서 가장 남쪽에 위치한 204동의 일부 주민들만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러한 찬성과 반대 의견 제출자 수를 슬그머니 흘리는 것은 마치 이 완충녹지지역 해제와 주차장 건설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찬성하고 있는 것처럼 설파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는 여론을 호도하는 것이자, 시민을 기망하는 것에 다름없다.

일도지구 시민들의 성난 목소리가 들끓고 있고, 환경단체의 강력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체증과 주차난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가 아니다.

혜성대유아파트와 신천지1차아파트 사이 왕복 2차선 도로가 밤만 되면 양쪽 도로변에 차량이 가득 주차되면서 차량 통행 자체가 어렵다는 것은 이 일대 시민들이 느끼고 있는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주차난이 심각하다고 해서 숲지대인 완충녹지지역을 허무는 공사가 정당성을 부여받을 수 없다.

이곳의 숲지대는 아파트 밀집지역에서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전체 숲지대 중 절반만 주차장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하지만, 전체에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주차장에 차량들로 가득 들어서면 절반 남은 도시숲 마저 자동차 매연 등에 의해 시름시름 앓을 수 밖에 없다.

이미 완충녹지지역을 해제한 상황이기 때문에 주차공간이 부족하면, 추가로 숲지대를 파괴하며 주차장을 넓히지 않는다는 보장 또한 없다.

주차장을 짓는 것 만큼이나 도시숲을 잘 유지하는 것 또한 중요한 일이다. 요즘같이 미세먼지 문제로 고통받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주차난을 해결할 마땅한 방법을 찾을 수 없다고, 도시숲을 밀어버리겠다는 발상은 환경단체에서 지적한 것처럼 '행정 편의주의적 발상'이자 '막장행정'에 다름없다.

이번에 공사안내판이 설치되고 포클레인 공사가 시작되기 직전, 이 일이 뒤늦게 공개된 것도 천만 다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돌이킬 수 없는 숲지대 파괴로 이어질 뻔 했다.

이제 제주도정과 제주시 당국이 결자해지의 차원에서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숲지대 주차장 조성계획을 전면 폐기하고 없었던 일로 돌려놓는 것이, 늦었지만 '비상식 행정'의 실책을 만회하는 길이다.

제주도정에서 해야 할 일은 하나 더 남아있다. 이 숲지대가 다시 완충녹지지역으로 설정될 수 있도록 도시계획위원회의 변경절차를 추진하는 일이다.

감사위원회에서도 나서야 한다. 특정감사를 실시해서라도 2017년 4월 도시계획위원회에 도시계획시설 변경 의안 제출한 배경에 대한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

어떤 '민원'이 있었길래, 주민 동의가 없이도 일방적으로 완충녹지지역을 도시계획시설로의 변경이 가능했던 것인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설명회 한번 없이 도시숲의 용도를 폐기시키고 주차장을 건설하려 했던 이번 일은 예전 제주시의 대표적 '행정실책'으로 꼽히는 곽지해수욕장 해수풀장이나 올레길 데크 등과 묘하게 오버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일도지구 완충녹지지역의 도시숲.ⓒ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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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2018-07-11 14:38:43 | 222.***.***.30
제주가 자연을 끼고 있어서 중요성을 모르는가? 밭에 덤불로 생각하는 듯 이렇게 쉽게 밀어 제낀다는거 보면^^ 제주는 풀, 나무, 돌, 물 이런 자연 즉 청정이 아니면 죽은 섬입니다 우리 아니들이 먹거리입니다

시민 2018-07-10 09:33:12 | 222.***.***.30
당연 폐기해야지요 그 숲 형성에 반세기가 소요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