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격성 논란 촉발...野 "도지사 자격없어, 후보 사퇴해야"
[종합] 6.13 지방선거 본선레이스가 중반전을 향해 가는 시점에서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의 '부동산개발회사'에 취업해 부회장으로 활동했던 사실이 확인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야권 등에서는 즉각적으로 도지사 후보의 적격성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직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잠시 수그러드는듯 했던 후보자 의혹검증 논란은 다시 재점화된 가운데, 이 '부동산개발업체' 활동경력 논란은 이번 선거의 중대 변수로 부상했다.
공개된 명함은 공무원 명함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정도로 제주도청 공직자의 명함 디자인과 비슷한데, 문 후보가 '00제주개발(주)/(주)00건설'의 부회장으로 직책이 기재돼 있었다.
문 후보가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후인 2013년 즈음 이 부동산개발업체에서 활동한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도지사 후보가 불과 몇년전에 부동산 개발업체에서 고위 임원으로 활동했다는데 있다. 제주에서는 중국자본 문제 및 난개발 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데, 부동산개발업체에서 활동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후보자 적격성 논란으로 이어지게 하고 있다.
◆ 문대림 "부동산회사 취업 사실...6개월간 급여받아"
논란과 의혹이 커지자 9일 오후 1시 민주당 제주도당에서 열린 '정권교체 1주년 기념 및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 지방선거 필승 결의대회'에 참가했던 문대림 후보는 해당 업체 취업사실을 공식 시인하며 진화에 나섰다.
문 후보는 "부동산개발 회사에 취업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사실상 인정했다.
그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떨어지고 잠시 모든 공직을 떠나있을때, 제가 알고 있는 지인 중 유통전문가인 분의 부탁을 받아 공식적인 형태로 취업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이어 "당시 그 지인이 제주도에서 쇼핑아웃렛을 추진하고자 했는데, 지역정서를 모르니 지역상생 방안에 대해 도움을 달라는 요구가 있었다"면서 "당시 (선거에서 떨어져)시간도 있었고 해서 취업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사업이 부지입지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시간이 길어지고, 그 과정에서 제가 역할이 없다 싶어서 6개월간 있다가 그만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 과정에서(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인허가 과정에 제가 개입한 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문 후보는 또 "지역 상생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었는데,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그만둔 것"이라며 "직업선택의 자유라고 이야기를 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부동산 관련된 부분에 대해 도민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부분이 있다면 그런 부분에 대해 조심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를 받았고, 정상적으로 4대보험료를 냈다"면서도 구체적 급여액에 대해서는 "'상식 수준'으로 받았다"는 말로 대신했다.
문 후보는 이날 '음해'라는 말이 여러차례에 걸쳐 했다. 그는 "연봉 억단위가 나오고 여러가지 이야기 나오는데 음해라는 말씀 드린다. 전혀 그렇지 않다"고 강조했다.
위성곤 민주당 제주도당 위원장도,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다 음해라 생각한다"면서 "일종의 팩트가 있긴 하지만, (의혹에 대해)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비슷한 시각, 문 후보측 대변인도 "음해공작"이라고 주장하는 논평을 냈다.
그러나 무엇을 놓고 '음해공작'이라고 하는지, '음해'의 실체적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초 유리의성 논란 및 송악산 부동산 투기의혹 때에도 구체적 소명은 하지 않은채 기성 정치판에서 늘상적인 방어용 정치수사인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라는 대응으로 일관했는데, 이번에도 제기된 의혹제기에 차분한 소명이나 부적절한 처신에 대한 사과보다는 '음해공작'이라고 역공세를 펴면서 다소 의아스러움을 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각 후보진영은 문 후보의 도지사 후보로서의 적격성 문제를 제기하며 후보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 원희룡 후보측 "적폐청산 대상인 관피아 전형...후보직 사퇴해야"
원희룡 제주도지사 예비후보측 강전애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 예비후보가 부동산개발회사의 부회장으로 취업했고, '상식적'인 급여를 받았음을 직접 시인했다"면서 문 후보의 부동산 개발업체 취업을 '관피아 전형'으로 규정했다.
강 대변인은 "우리사회에서 하루빨리 청산 돼야 할 적폐 중의 적폐가 바로 관피아"라면서 "두 가지 사실, 부동산개발회사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대가를 받았다는 것은 전직 도의회 의장으로서, 우근민 도지사와 특별한 관계로서 볼 때 전형적인 관피아의 행태"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이어 "문 예비후보는 이같은 관피아 활동 의혹을 사는 것만으로도 도지사 후보자격을 내려 놓아야할 충분한 이유다"고 전제, "문 후보는 이런 경력이 각종 개발사업 인허가의 최종 권한을 지닌 제주도지사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면서 후보사퇴를 촉구했다.
강 대변인은 "문 후보는 또 상식적인 급여를 받았다고 했는데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급여를 받은 것이 상식적인지 묻고 싶다"면서 "문 후보가 재직했던 부동산개발회사가 최근 3년간 해마다 수 억 원의 적자상태에 있음에도 부회장직에 있던 문 후보의 상식적인 급여를 챙겨줬는데 상식적인 금액은 얼마인지 밝혀라"고 요구했다.
또 "문 후보가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부동산개발회사의 모회사가 시행하는 서귀포시 동홍동 C사업과 관련, 아무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도민을 속이는 명백한 허위주장으로 의심된다"면서 "문 후보가 업자의 편에 서서 공사 민원을 무마하려고 했던 정황이 제보를 통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 장성철 후보 "문대림, 민선지사로서 도덕성 완전 상실"
바른미래당 장성철 예비후보도 성명을 통해 "문 후보는 민선지사로서의 도덕성을 완전 상실했다"면서 문 후보의 후보직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장 예비후보는 "부동산개발회사에 부회장으로 공식 취업한 것은 가뜩이나 어려움에 처한 지역상권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 온 지역 상인들과 제주도민들을 정면으로 배신한 것"이라며, "문 후보는 집권여당 도지사 후보직에서 깨끗이 물러날 것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도의원으로 재직하면서 비상장 영리법인인 유리의성에 투자한 것이 정당한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도 답변하지 않고 있고, 또 도의원과 유리의성 감사 급여를 2군데서 받은 것에 대해서도 떳떳한지를 답변하지 않고 있다. 송악산 땅 거래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오늘 문 후보가 교외형 쇼핑아웃렛사업을 추진하는 회사의 부회장직에 공식 취업한 것을 스스로 인정한 이상, 더 이상의 도덕성 검증은 의미가 없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김방훈 후보측 "부동산개발업체 로비스트 활동 의혹"
앞서 최초 이 문제를 제기한 자유한국당 김방훈 예비후보측은 문 후보가 '부동산회사 로비스트'로 활동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 후보측 한광문 대변인은 "당시 문 후보는 유리의성 감사직 급여와 주주로서 배당금을 적지 않게 받고, 송악산 땅 투기로 수억원대의 차익을 벌어들이는 와중에 무엇이 부족해 부동산 개발업체에 취직해 급여까지 받고 어떤 개발이권에 얼마만큼 개입했는지 도민 앞에 소상히 밝히라"고 요구했다.
◆ 본선 등록 앞두고 문대림 후보 최대위기, 치명타 우려
이번 부동산개발회사 취업활동 논란으로 문 후보는 큰 위기를 맞고 있다.
본선 등록을 앞두고 후보로서의 적격성 문제까지 제기되면서 치명적 타격이 우려된다.
특히 이 문제는 문 후보가 도의회 의장 재직시절인 2011년 중국 녹지그룹의 제주헬스케어타운의 대단위 개발 투자를 유치한 것을 두고 '땅 팔기'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터져나와 최대 악재로 꼽히고 있다.
부회장으로 활동하면서 활동비 내지 보수를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자문역할'만 했다는 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로비스트' 내지 '브로커' 등의 공세는 더욱 거세게 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문 후보는 유리의성 논란이나 송악산 부동산 투기의혹 등 자신을 향한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기존 정치판에서 단골 정치적 수사인 '아니면 말고식 의혹제기'를 단골 어휘로 쓰며 의혹을 일축해 왔다.
또 지방선거는 도민의 알권리가 우선적으로 충족돼야 할 사안임에도 청와대에서 인사검증 받고 왔다는 방어논리로 일관하면서 비판적 시각도 적지않았다.
이번 부동산개발업체 취업 논란의 경우에도 도의회 의장이라는 공인의 신분을 지낸 위치에서 처신의 부적절함이 있지만, 선거캠프에서는 '음해공작' 프레임의 대응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갑작스럽게 돌출된 이번 중대변수에 표심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주목되고 있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