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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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장애인이라는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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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화 / 제주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여성장애인상담소

장애인 이동권 및 접근성 환경이 예전과 비교해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곳곳에 높은 벽들로 가로막혀 있습니다. 특히 휠체어에 의지하는 지체장애인들은 혼자서 바깥 나들이를 하거나, 공공시설물을 이용하는데도 많은 불편이 뒤따르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은 많습니다.

<헤드라인제주>는 장애인 이동권과 다양한 사회시설의 접근성 확보 및 권익 옹호를 위해 장애인 당사자 또는 관련 기관 종사자들이 일상에서 혹은 현장에서 겪거나 확인됐던 불편사항들에 대한 개선방안을 모색하고 공유하기 위해 <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회원들의 기고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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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춘화 사단법인 제주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상담원 ⓒ헤드라인제주
내가 근무하는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에는 여성 장애인으로 구성된 자조모임 “띠앗”이 있다. “띠앗”은 형제, 자매의 우애를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2005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에 발대하여 지금까지 13년째 꾸준히 연결 지어온 상담소의 대표적인 활동 중의 하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7년, 한 달에 한 번, 열두 달 동안 JIBS 이정민의 뉴 파워 FM 라디오 인터뷰를 회원들과 동행하면서 보고 느낀 점을 얘기하고자 한다. 비장애 여성인 나는 장애 감수성 부족으로 때론 같은 여성이지만 공감할 수 없는 다름으로 많이 깨지고, 느끼고, 아파했던 여성 장애인 한 분, 한 분과의 동행이었다.

얼마나 우리는 잘못된 선입견으로 장애인을 바라보며, 비장애인 관점으로 여성이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온 여성 장애인의 모성권을 부정하면서 살아왔는지를, 라디오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이야기에 무엇인가를 들킨 사람처럼 미안했다.

띠앗 회원의 수는 총 15명이다. 우리 회원 한 사람 한 사람 삶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보면 여성이라는 이름과 장애인이라는 이름은 같지만 살아온 삶에 대한 애환은 각자 달라서 13분의 방송시간을 넘어서 1, 2부로 나눠서 방송 나간 적이 많았다.

12명 회원의 인터뷰 중에 가장 기억 남는 이야기는 손이 불편한 지체장애인 여성이 결혼하여 자녀를 키우는 데 있어서 주변 사람들이 “아기 기저귀는 갈아집니까?”, “설거지나 빨래는 누가 해줍니까?”라고 물어보는 편견들이 힘들었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싱크대 위에서 설거지하고’, ‘아이가 도망 못 가게 허리에 끈을 묶어 키우고’, ‘한 손으로 반찬을 하고’, 이러한 모든 것들이 다름으로 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부족함으로 받아들여지는 현실에 대해 울림 있는 인터뷰였다.

이 세상에 똑같이 생긴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똑같은 성격을 가진 사람도 없다.

또한 이 세상은 여성, 남성이 함께 어울려서 산다.

이 세상은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어울려서 산다.

이 세상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서 산다.

여성 장애인 그분들에게 물었다. 나의 이야기를 털어놓게 된 계기를……. 그들은 말한다. 다음 세대에는 우리가 겪은 차별을 돌려주고 싶지 않기에 후배들을 위한 선배들의 역할이라고……. 그래서 형제․자매의 정 “띠앗”인가 보다.

다양한 다름이 인정되고, 다양한 다름이 차별되지 않고, 다양한 다름이 이 사회에 녹아들 때, 여성 장애인은 여성으로 장애인으로 경험되고, 사고한 모든 것들에 대한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정체성에 대해 인정이 될 것이다. <이춘화 / (사)제주특별자치도지체장애인협회 부설 제주여성장애인상담소 상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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