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붙은 프레임 전쟁..."현 도정 심판" vs "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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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붙은 프레임 전쟁..."현 도정 심판" vs "적폐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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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지사 선거전 본격화, 프레임 대결 후끈
"잃어버린 4년" 심판론 vs "진짜 적폐 누구인가"

24일 무소속으로 예비후보 등록을 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본격적 선거전에 돌입하면서, 후보 진영간 프레임(frame) 전쟁도 촉발됐다.

프레임은 선거의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자, 유권자들의 판단을 호소하는 내용적 대척점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다가온다.

프레임 대결은 선거에서 유권자들이 판단근거로 삼아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 어필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전은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전 청와대 비서관, 자유한국당 김방훈 전 제주도 정무부지사, 바른미래당 장성철 제주도당 위원장, 녹색당 고은영 전 제주녹색당 창당준비위원장, 무소속 원희룡 지사 등 5자 대결구도로 펼쳐지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문대림 예비후보와 원 지사 2명의 선두권으로 한 '2강 3약' 구도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문 후보와 원 지사 진영의 프레임 대결이 크게 달아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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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문대림 예비후보.ⓒ헤드라인제주

그동안 문대림 후보가 내놓은 프레임은 '잃어버린 4년', '현 도정 심판론'이었다.

문 후보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다가오는 6·13 지방선거의 시대정신은 촛불 시민혁명의 지역적 완성"이라며 "이번 6.13 지방선거는 잃어버린 4년을 되찾고 불통과 독단 독주의 4년을 끊는 희망의 횃불을 드는 날"이라고 강조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후 민주당이 도지사 선거에서 매번 패했음에도 '잃어버린 4년'을 쓴 것은 현 도정에 대한 심판론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됐다.

'잃어버린'이라는 수식어가 과거 보수정당에서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비판할 때 즐겨 써온 정치적 수사(修辭)임에도 과감하게 이번 선거전의 프레임으로 채택한 것이다.

문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비서관 출신인 점 등을 감안하면, '촛불', '적폐청산', '현 도정 심판' 등은 거의 그의 독점적 슬로건이 될 것이란 것이 지방정가의 대체적인 시각이었다.

그러나 이 예상은 빗나갔다.

24일 예비후보 등록을 하면서 선거운동의 포문을 연 원희룡 지사가 제시한 프레임은 '적폐 청산'이었다.

그는 "저는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의 적폐청산을 적극 지지한다"고 전제한 후, "누가 촛불의 청산대상이고, 누가 적폐의 청산대상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제주의 적폐세력이 도정을 장악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번 선거전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전적 도지사나 후보자의 이름은 거명하지 않았으나, 사실상 우근민 전 지사가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진 문대림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이었다.

이 발언은 전날 BBS불교방송 대담에서도 예고됐다.

원 지사는 방송 대담에서 문대림 후보의 '친문 효과' 및 판세전망을 묻는 질문에, "도지사를 맡게 될 그 인물과 그 주변의 세력들이 과연 어떠한 사람들인가 이것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후보자의 '인물론'을 강조하면서도, 후보자 주변에서 선거를 돕는 이들이 어떤 사람인가 살펴봐야 함을 지적한 것이다.

이는 문 후보측을 지원하는 사람들 중에는 지적을 받을만한 사람들이 합류해 있음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됐다.

원 지사가 언급한 '주변 세력들'이 누구인가 하는 부분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공직사회 편가르기, 줄세우기, 공직을 이용해 결탁해 이권개입하는 사람의 집합, 그 집합의 핵심이 '조배죽' 구호를 외치고 공직사회를 눈치보게 만드는 바로 이것이, 바로 '조배죽'이 제주의 적폐"라고 했다.

'조배죽'이란 말은 민선 5기 도정 당시 고위 공직자들이 참석하는 회식 자리에서 건배사로 "조직을 배신하면 죽음"이란 의미의 '조배죽' 구호를 외쳤다는데서 크게 회자됐던 용어다.

고위공직자들의 도지사에 대한 '충성 맹세'이자, 공직내부의 '줄세우기' 단면을 엿보게 한다. 때문에 이날 원 지사의 '조배죽 적폐'는 사실상 우근민 전 지사를 정조준한 것에 다름 없었다.

원 지사는 민선 6기 4년을, "이 적폐를 정리하기 위해 싸운 4년이었다"면서 "제주가 '조배죽 시대'로 돌아가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도지사 뿐만 아니라, 개발사업 등 관련한 적폐의 유형도 제시했다.

"곶자왈을 훼손하고 송악산, 주상절리 등 경관 좋은 곳 난개발 인허가 해주고, 제주의 귀중한 땅들을 중국 등 외국에 팔아넘긴 것..."이라며 주상절리 부영호텔 관련 문제를 비롯해, 송악산 개발, 곶자왈 훼손 등을 청산해야 할 적폐 대상으로 지목했다.

원 지사는 "그 중심에는 부동산 투기가 있고 일부 공직자와 사회지도층의 이권개입이 있었다"고 말했다.

곶자왈 훼손 및 부동산 투기 등은 민주당 후보경선 과정에서 불거져 나왔던 의혹제기와 관련된 것으로, 원 지사의 발언은 사실상 문 후보도 '적폐 대상'에 포함된다는 말을 애둘러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문 후보와 원 지사의 선거 프레임은 '촛불혁명 완성'과 '적폐청산'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면서도 과녁의 방향은 각각 마주하고 있었다.

문 후보는 '잃어버린 4년'이란 현 도정 심판론에 무게를 두고 있는 반면, 원 지사는 "과연 적폐세력이 누구이냐?"는 질문 속에 문 후보측 내부에 '적폐세력'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역대 제주 선거에서는 사실상 '프레임' 대결에서 승부가 갈렸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14년 민선 6기 지방선거에서는 변화와 혁신을 모토로 한 '구태 청산' 프레임이 유권자들의 절대적 지지를 얻었다.

당시 1991년 관선 시절부터 민선 5기까지 도지사를 지낸 신구범.우근민.김태환 전 지사를 일컫는 소위 '제주판 3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공직사회 오랜 병폐인 공무원 줄서기 등의 폐해가 최대 이슈로 등장했다.

압승을 거둔 원 지사가 제시한 프레임은 '구시대 청산' 및 '변화와 혁신'이었다.

'전직 도지사의 선거개입' 이슈도 시기에 따라 지방정가 반응이 달랐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는 민주당의 경우 전직 지사(신구범 전 지사)의 출마로 인해 구태 청산을 화두로 삼을 수 없었다.

반면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전직 도지사가 새누리당 후보 선거조직에 참여한 것을 두고 민주당 제주도당은 전직 지사들의 줄세우기와 편가르기를 맹렬히 비판하며 선거프레임을 '낡은 세력과의 대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원 지사는 전직 도지사를 위시한 문 후보측 '주변 사람'들을 정조준하며 '구시대 적폐청산' 공세를 시작했다.

반면 문 후보측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원 지사가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내뱉은 일성이 상대 후보 흠집 내기다"면서 "전직 지사와 엮어 부정한 집단으로 매도했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측은 "원 지사가 상황이 불리하자 제주의 모든 적폐가 (우근민 전 지사) 그에게서 비롯된 것인 양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적폐 논쟁'이 앞으로 크게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이 프레임 대결이 유권자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된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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