괸당?…'청렴'만 보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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괸당?…'청렴'만 보고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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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류성철 / 서귀포시 표선면 맞춤형복지담당부서
류성철 서귀포시 표선면 맞춤형복지담당부서주무관 ⓒ헤드라인제주
이제 막 공직에 발을 들인 필자는 지난 2월 제주도청 지하에서 진행된 공무원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았다.

"제주도의 청렴도 순위는 높지 않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필자는 속으로 '역시나 제주도 공직 면접에서 나올만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동안 제주도의 청렴도가 낮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육지 사람들조차도 '괸당'이라는 말을 알고 있을 정도로 제주도의 좁고 배타적인 지역문화는 혈연, 학연 등으로 특유의 은밀하고 끈끈한 커넥션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괸당은 혈족, 친족을 의미하는 제주의 고유어다.

육지에서 온 필자의 지인은 청탁을 들어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멱살을 잡히며 "여기 제주도야!"라는 말을 들어야 했다. 당사자에게는 나중에 사과를 받기는 했지만 아직도 그 일은 가슴깊이 충격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지역사회에서 융화되기 위해서는 '좋은게 좋은 것' 일수도 있다. 하지만 공직을 인생의 길로 선택한 이상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순간의 잘못된 선택이 나와 내 주변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지방자치단체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탁을 거절했던 친구에게 받은 협박 문자를 공개하며 "공직자가 되면 사람을 잃는다"고 밝혔다.

공직생활을 하며 가족, 친구, 친척까지 모두 잃었다는 그는 "공직자는 공사구별이 최우선이고 가족 친지를 더욱 경계해야 한다"며 "선공후사(先公後私)는 공직자 최고의 덕목이고 그게 나중에 닥칠 우리 모두의 불행을 막는 길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하위권에 머물렀던 제주도의 청렴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모양새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2017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 결과에 따르면 제주특별자치도는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서 4위의 성적을 기록했다. 지난 2014년 16위, 2015년 14위, 2016년 12위와 비교해 몰라보게 상승한 것이다.

지난 17일부터는 공무원 윤리규정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공무원 행동강령’이 시행됐다. 지난 2016년 제정된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에 이어 공무원 사회 내부에서도 청렴의 고삐를 조이고 있다.

공무원에게 '괸당'은 없다. 이제 막 공직을 시작한 필자도 '선공후사'의 정신으로 평생을 '청렴'만 바라보고 살 것을 다짐해본다. <류성철 서귀포시 표선면 맞춤형복지담당부서 주무관>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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