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항쟁 70년,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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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항쟁 70년,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 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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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언론학회 세미나 '제주 4.3과 광주 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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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4.3 당시 국가권력에 의한 양민 학살이 자행됐음을 언급하며 공식 사과해 진상규명 운동의 새로운 전환점을 맞은 가운데, 4.3 발발부터 진상규명에 이르는 기간 언론의 보도 특성을 규명하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어 주목된다.

사단법인 제주언론학회는 12일 오후 설문대여성문화센터 다목적실에서 제주4.3 70주년에 즈음해 '언론을 통해 본 제주 4.3과 광주 5.18'을 대주제로 한 봄철 정기학술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고영철 제주대 교수(언론홍보학과)의 '한국신문에 투영된 제주4.3', 정용복 박사(한양대)의 '제주4.3에 관한 신문보도 프레임 연구' 주제발표가 이어졌다.

먼저 고영철 교수는 중앙지와 지역신문들이 4.3에 대해 보도했던 내용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관심을 끌었다.

분석대상 기간은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눠, 전반기는 1947년 1월1일부터 1954년 12월31일까지 8년간, 후반기는 2007년 1월1일부터 2016년 12월 31일까지 10년으로 각각 설정됐다.

분석대상 신문은 전반기의 경우 4.3중앙위에서 발행한 '제주4.3사건 자료집 신문편(1.2.3)'에 실린 기사를 분석대상으로 삼았는데, 당시 22개 중앙지 가운데 20개 중앙지와 2개 지방지(제주신보와 광주에서 발행한 동광신문)이다.

먼저 전반기 보도에서는 최초 4.3항쟁의 도화선이 됐던 1947년 3.1절 기념일 발포사건(3.1사건)에 대한 프레임에 대한 분석이 이뤄졌다.

언론은 당시 '3.1사건'의 정의와 발단배경, 원인을 어떻게 설명했는지 살펴본 결과, 중앙지와 지역신문간 차이가 확인됐다.

우선 3.1사건에 대한 묘사에서 중앙지는 '북조선과 통모하여 일으킨 폭동', '불법시위에 대한 경찰발포는 정당방위'라는 식으로 사건을 정의하고 있었다.

반면 지방지는 '경찰의 과잉대응/진압/발포'와 '불의의 참사/불상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4.3 발발 후 전반기 동안 언론에서 나타난 4.3주체에 대한 '명칭/낙인찍기' 프레임을 분석한 결과 중앙지의 경우 주로 이들을 '폭도', '공산분자/공산당 반동분자', '무장폭도'로 묘사하고 있었다. 지방지는 '공비', '잔비/토비', '폭도'로 묘사했다. 즉, 당시 언론의 4.3 주체 묘사는 이념적 불온세력 또는 불법 무장세력으로 낙인찍은 것으로 확인됐다.

후반기에서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한겨레, 제주일보, 제주新보, 한라일보, 제민일보 등 7개 신문을 대상으로 지난 10년간 4.3관련 보도내용에 대한 분석이 진행됐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진상규명관련 사업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음으로 추모제/기념사업(31.7%), 각종 단체 활동 및 동정(9.3%), 법정소송/재판결과(7.8%), 4.3관련 쟁점(명칭/희생자범위/정의)(5.6%), 4.3관련 교육방법(5.2%), 피해보상/지원대책(2.4%) 등이 뒤를 이었다.

신문별로 보면, 한겨레는 추모제/기념사업(45.7%)과 각종 단체 활동 및 동정(14.3%)을 4개 신문 중 가장 많이 보도한 반면, 제주新보는 추모제/기념사업(37.5%)과 각종 단체 활동 및 동정(12.5%), 4.3관련 교육방법(10.9%)을 전체의 평균치보다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일보는 추모제/기념사업(36.0%), 각종 단체 활동 및 동정(11.6%), 피해보상 및 지원대책(3.5%), 제민일보는 진상규명(41.3%), 법정소송/재판결과(9.4%), 4.3관련 쟁점(명칭/희생자범위/정의)(8.0%)를 전체의 평균치보다 많이 보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영철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가 내건 슬로건이 자주이고 통일을 지향하고 있는데, 이러한 관점은 4.3사건 발발당시 4.3주체세력이 내건 슬로건과 큰 차이가 없다"면서 "앞으로 언론이 4.3진상규명을 위해 선봉에 서고 4.3에 생명을 불어넣으려고 한다면 이러한 관점을 감안하되, 우선 4.3 뒤에 붙일 어휘 찾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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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영철 제주대 교수.ⓒ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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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복 박사의 4.3보도 프레임 연구에서도 여러 의미있는 결과들이 제시됐다.

조선일보, 한겨레, 제주일보, 한라일보, 제민일보를 대상으로 2000년 제주4.3특별법 제정 전후한 시기, 2003년 4.3진상조사보고서 확정된 전후 시기, 2014년 제주4.3 국가기념일 지정 전후 시기 등 3시기로 나눠 분석했다.

분석결과 보도 프레임 유형과 관련해 신문사 이념성향에 따른 차이가 확인됐다. <한겨레>는 진상규명 프레임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일보>는 이념편향 프레임이 많았다.

등장 주체를 언론사별로 비교 분석한 결과, 조선일보는 지방정부와 보수단체를 비중 있게 다룬 반면에, 한겨레는 중앙 국회의원 및 정당과 문화예술계의 등장 비율이 높았다. 지역지는 신문마다 4·3단체 및 진보단체가 가장 많이 등장했다.

정 박사는 "이러한 분석 결과를 종합해볼 때 제주4·3에 대한 기사량, 보도유형, 보도태도, 중심주제 그리고 뉴스보도에 나타난 프레임과 주요 행위자별 프레임 유형에서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보도 텍스트 구성이 서로 다른 것으로 나타난 반면에 제주일보와 한라일보, 제민일보에서는 지역성의 반영에 따라 대체적으로 비슷한 구성을 보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4·3보도는 전국지의 무관심 속에서도 이념적 성향에 따라 보도 구성의 차이점을 보인 반면에 지역지는 지역사회의 가장 큰 사건으로 제주4·3에 대한 사실을 수집하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비슷한 시각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즉, 4.3진상규명 운동 과정에서 지역신문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관점으로 접근하며 '한 목소리'를 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날 세미나 2세션에서는 김은규 우석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가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언론 보도'라는 제목의 주제발표가 있었다.

김 교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으로부터 언론은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진실 외면, 왜곡 보도가 적지 않게 나타났음을 강조했다.

그는 "1980년 이후 시대적,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론의 5.18 보도 태도에 변화가 나타났는데, 보수정권 시기에는 보수언론이나 종편의 5.18 폄훼가 있었다"면서 "이제 5.18의 실체적 진실과 진상규명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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