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기 만연 속...'업계 이익 vs 총량제 실효성 확보' 대립
제주 도심권 교통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된 '렌터카 총량제' 시행을 앞두고 원희룡 제주도정이 긴급 대응책으로 발표했던 신규 증차 억제방침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문대림 제주도지사 예비후보 진영이 비판을 가하고 나섰다.
렌터카 업계와 소통도 부족하고, 업계 여론수렴을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그러나 렌터카 총량제가 9월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자칫 선거기간 업계의 신규증차 허용요구가 전면 수용되는 방향으로 흐를 경우 총량제 시행 법개정 취지는 무색해질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렌터카 총량제의 법적 근거는 지난 2월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서귀포시)이 제주지역 교통문제가 날로 심각해짐에 따라 렌터카 수급조절 권한을 제주도로 이양하는 내용을 담은 이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법이 통과된 직후 렌터카 업계의 '사재기'식 신규 등록요청 민원이 폭주하는 역작용이 나타났다.
법안 통과 후 지난달 2일부터 13일까지 2주간 행정기관에 접수된 증차 및 신규 등록 신청대수는 무려 3472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종전 제주도의 연평균 렌터카 증가 대수에 해당하는 수치다.
2016년과 2017년 연간 증차대수는 평균 2857대였다. 불과 10일 사이 종전 1년치 이상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증차민원이 폭주한 것은 법안이 공포된 후 6개월 후에 시행됨에 따라 렌터카 총량제가 시행되기 전에 미리 운행대수를 충분히 확보하고 보자는 업계의 계산 때문이다.
제주지역 렌터카는 2017년 말 기준으로 약 3만2000대로, 제주도가 연구용역을 통해 산출한 적정대수 2만5000대 보다 7000여대 가량이 과포화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만 하더라도 1만5516대였던 것이 5년 사이 갑절 이상 증가한 규모다.
이로 인해 제주지역에서 렌터카 교통사고도 빈발하고 있는데, 2011년 렌터카 교통사고는 237건이 발생했는데, 지난해에는 122% 증가한 526건에 달했다.
이처럼 법안 통과 후 '사재기'와 같은 이상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13일 제주도농어업인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자동차대여사업 수급조절권한 효율적 운영방안 도민공청회'에서는 이러한 문제가 집중 제기되며 법 시행 이전 특단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다.
'6개월 후 시행'이란 점을 악용해 이 기간 오히려 지난 수년간 증차해온 대수만큼 더 늘어나면서 '총량제' 시행취지를 퇴색시킬 우려가 있어 하루빨리 특단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분출됐다.
이에따라 제주도가 법 시행 이전 신규 증차를 억제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고, 지난 26일 열린 제주특별자치도는 교통위원회 소위원회 심의에서는 3472대의 증차 요구 중 91.5% 수준인 3178대에 대해 '수용 불가' 결정을 내렸다.
'사재기' 증차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러한 가운데 문대림 예비후보측은 6일 대변인 논평을 통해 이를 강력히 비판했다.
신규 등록 및 증차 요청 거부로 방치된 렌터카들이 가득 세워져 있는 현장 사진까지 공개하며, 원 도정의 업계 의견수렴 부족을 질타했다.
문 예비후보측은 "원 도정이 도내 렌터카 업계를 제주 교통문제의 '말썽꾸러기'로 낙인찍어 몰아가는 행보가 심히 우려스럽다"고 전제, "렌터카 증차 신청 10대 중 9대가 불허되며 업계의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면서 업계의 분위기를 전했다.
문 예비후보측은 "20여일 가까이 이어진 증차 거부로 도내 곳곳은 증차 대기 중인 렌터카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 제주도는 9월 총량제 시행 전까지 렌터카 증차 거부 방침을 지속할 것이라 한다"면서 "제주도의 이번 렌터카 관련 후속조치들은 업계와 소통이나 여론수렴 없이 매우 성급하게 이뤄졌다"고 비판했다.
또 "렌터카 업체들의 증차 요구가 급증한 것은 개정안 통과 이후 제주도가 총량제에 대한 충분한 숙려 없이 규제 시행 계획을 발표했기 때문"이라며 "제주도는 교통문제로 인한 도민의 불만만큼이나 총량제 시행에 따른 업계 입장도 살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업계의 반발여론을 무시한 채 일방통행식 결정을 하는 행보를 멈출 것"을 요구했다.
한마디로 업체 입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서둘러 특단대책을 마련한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 논란의 가장 큰 쟁점인 '총량제 시행 실효성'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제도 시행을 앞두고 강력한 증차 제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제도 시행의 취지는 무색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업계 여론 수렴'의 부족을 질타하면서도 대안은 제시하지 않아 결과적으로는 업계 주장만 반영한 '반쪽 시각'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도지사 후보진영에서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지방선거 이슈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존 업계 이익 보장이 우선인지, 아니면 총량제 실효성 확보가 우선인지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헤드라인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