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제주4.3추념식 엄수...문 대통령, '국가폭력'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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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주년 제주4.3추념식 엄수...문 대통령, '국가폭력'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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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념일 정부주관 봉행...유족 등 1만5천여명 운집
역대 대통령 2번째 참석...'잠들지 않는 남도' 첫 합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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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국가공권력에 의해 수만의 무고한 양민이 희생된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인 제주4.3 70주년을 맞은 3일 제주에서는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추념식이 엄수됐다.

이날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제주4.3당시 자행된 국가공권력에 의한 양민학살 부분을 언급하며, 대통령으로서 다시한번 공식 사과했다.

행정안전부가 주최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한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 위령제단에서 4.3유족과 도민, 추모객 등 1만5000여명이 운집한 가운데 봉행됐다.

2014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후 다섯번째 국가의례로 봉행되는 이날 추념식에는 정부대표로 문 대통령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4.3추념행사에 대통령의 참석은 2006년 노무현 대통령 참석 이후 두번째로, 국가기념일 지정 이후에는 처음이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민주평화당 조배숙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를 비롯해 국회의원 70여명 등 정치인들도 대거 참석했다.

'슬픔에서 기억으로, 기억에서 내일로'를 주제로 한 이날 국가기념일 추념행사는 오전 9시 종교의례 및 제주도립제주합창단과 제주도립서귀포합단의 합창, 제주도립무용단의 진혼무 공연 등의 식전행사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오전 10시 제주 전역에 묵념의 사이렌이 울림과 동시에 본 행사가 시작됐다.

추념식은 △추모글 낭독 △헌화·분향 △행사 주제 '바람의 집' 낭독 △국민의례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인사말 △유족 추모편지 낭송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 △4·3평화합창단의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 문 대통령 "4.3 학살 국가폭력, 대통령으로서 깊이 사과"

문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리고, 또한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4.3당시 있었던 국가폭력에 대해 거듭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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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문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처음으로 4.3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위령제에 참석해 희생자와 유족, 제주도민께 사과했다"면서 "저는 오늘 그 토대 위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을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또 "더 이상 4.3의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중단되거나 후퇴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3의 진실은 어떤 세력도 부정할 수 없는 분명한 역사의 사실로 자리를 잡았다는 것을 선언한다"면서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를 위해 유해 발굴 사업도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끝까지 계속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또 "유족들과 생존희생자들의 상처와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조치에 최선을 다하는 한편, 배·보상과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국회와 적극 협의하겠다"면서 "4.3의 완전한 해결이야말로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면서 일부 보수우익세력의 '4.3 흔들기'를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우리는 아픈 역사를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불행한 역사를 직시하는 것은 나라와 나라 사이에서만 필요한 일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도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면서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이날 제주4.3의 성격이 국가권력에 의한 '학살'임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면서 "이념이란 것을 알지 못해도 도둑 없고, 거지 없고, 대문도 없이 함께 행복할 수 있었던 죄 없는 양민들이 영문도 모른 채 학살을 당했다"고 밝혔다.

또 "1948년 11월 17일 제주도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중산간 마을을 중심으로 '초토화 작전'이 전개되었고, 가족 중 한 사람이라도 없으면 '도피자 가족'이라는 이유로 죽임을 당했다"면서 "중산간 마을의 95% 이상이 불타 없어졌고, 마을 주민 전체가 학살당한 곳도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1947년부터 1954년까지당시 제주 인구의 10분의1, 3만 명이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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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양조훈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추념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헤드라인제주
문 대통령은 말미에 "4.3의 진상규명은 지역을 넘어 불행한 과거를 반성하고 인류의 보편가치를 되찾는 일"이라며 "4.3의 명예회복은 화해와 상생, 평화와 인권으로 나가는 우리의 미래"라고 강조했다.

그는 "제주는 깊은 상흔 속에서도 지난 70년간 평화와 인권의 가치를 외쳐왔다"면서 "이제 그 가치는 한반도의 평화와 공존으로 이어지고, 인류 전체를 향한 평화의 메시지로 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항구적인 평화와 인권을 향한 4.3의 열망은 결코 잠들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은 대통령인 제게 주어진 역사적인 책무이기도 하다.오늘의 추념식이 4.3영령들과 희생자들에게 위안이 되고, 우리 국민들에겐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이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는 말로 추념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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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3일 김정숙 여사와 함께 제주4.3위령제단에 헌화.분향을 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양윤경 유족회장 "4.3문제 해결,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앞서 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은 인사말에서 "70년 전 이 땅 제주에 불어닥쳤던 4.3의 비극은 너무도 많은 것을 가져가 버렸다"면서 "사상과 이념의 굴레가 씌워진 채 이유없이 도민 30만명중 3만명이 국가 권력에 의해 처참하게 학살되었고, 집과 마을이 불에 타고 공동체가 완전히 파괴되었는데, 국민을 지켜주어야 할 국가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그리고 인권을 이렇게 짓밟아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을 향해, "많은 과제들 중에서도 제주 4.3을 국정 100대 과제로 채택해 주셨고, 4.3중앙 위원회가 열렸으며, 희생자와 유족 추가신고를 다시 할 수 있도록 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면서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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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엄수된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양 회장은 "문 대통령과 각 정당 모든 후보자들이 특별법 개정을 포함한 4.3해결을 약속하셨다"면서 "그래서 우리 유족들과 도민들은 오늘을 손꼽아 기다려 왔고, 제주 4.3특별법이 제정된지 18년이 되었는데, 4.3의 미결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특별법 개정이 반드시 전제돼야 하고 특별법 개정 없이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는 절박함이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것을 여러분들이 잘 알고 계시지 않느냐"면서 "국가의 입장이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 답을 찾아 주실 것을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말했다.

▲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 추념식 ⓒ헤드라인제주

◆ 10인의 애국가 선창...유족 편지글...'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

앞서 추모글 낭독에서는 4.3소설 '순이삼촌'의 현기영 선생이 '4.3 70주년에 평화를 기원하면서'라는 제목의 글을 직접 낭독했다.

4.3에 대한 역사가 기억되도록 헌신한 이들의 애국가 선창도 이어졌다.

장정언(최초 4.3피해조사 도의회 의장), 송승문(4.3 당시 임시수용소에서 태어남), 고희순(초대 4.3희생자 유족부녀회장), 강혜명(4.3 홍보대사, 제주출신 소프라노), 김은희(유해발굴 기여) 등 10명이 애국가 선창을 했다.

양윤경 유족회장의 인사말과 가수 이은미의 추모노래 공연이 끝난 후에는 유족 이숙영씨(75)가 어머님을 그리는 편지글을 낭독해 장내는 숙연해졌다.

이숙영 유족은 4.3사건 당시 아버지(교장)는 총살당하고 큰 오빠(음악교사)는 행방불명됐는데, 이런 와중에 어머니는 한을 품고 돌아가는 아픈 사연을 지니고 있다.

추념식 마지막 순서로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주4.3의 대표적 노래인 '잠들지 않는 남도' 합창이 이뤄져 감동을 더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정부측의 요구로 이 노래가 식전 합창곡에서도 제외돼 큰 논란이 있었는데, 올해에는 공식 합창곡으로 지정돼 제주4?3유족합창단의 선창으로 노래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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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족 이숙영씨(75)가 어머님을 그리는 편지글을 낭독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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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카톡-사전행사.jpg 이날 추념식에서는 국군 교향악단과 국방부 의장대가 4?3 생존희생자와 유족에 대해 예우를 갖추면서 행사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또 제주도로 이주한 가수 이효리씨가 행사 중간중간에 주제를 전달하는 '바람의 집' 내레이션을 맡아 눈길을 끌었다.

한편 올해부터 4월3일은 국가기념일에 이어, 지방공휴일로도 선포됐는데, 올해 처음으로 오전 10시 제주도 전역에 1분간 추모 묵념 사이렌이 울려퍼졌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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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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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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