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직장 내 성폭력 첫 '미투선언'...피해자, 사표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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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직장 내 성폭력 첫 '미투선언'...피해자, 사표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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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인권단체, H신협 여직원 첫 미투선언 사례 공개
성추행 하고 발뺌..."고소하면 퇴사할 상황 올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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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열린 제주 여성단체 미투운동 지지선언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제주에서 직장 내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첫 '미투(#MeToo) 선언'이 나온 가운데, 구체적 내용이 공개됐다.

공개된 내용에서는 피해 여직원의 소속 회사에서 경찰 고소를 할 경우 퇴사를 해야 할 것이라며 압박한 사실이 확인됐다.

제주여성인권상담소.시설협의회와 제주여성인권연대, 제주여민회는 19일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합동 기자회견을 열고, 직장 내 성폭력 사건 피해를 당한 피해여성 A씨의 사례를 공개했다.

상담소 관계자가 대독한 이번 첫 '미투' 사례는 제주시내 H신협에 근무하던 20대 여성 A씨의 성추행 피해 사례를 담고 있다.

이의 내용에 따르면 신협에 입사한지 3개월 차였던 A씨가 직장 상사 B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것은 직장 회식이 있었던 지난달 23일.

회사 1차 회식을 마치고, 대리 운전기사를 불러 차량을 이용해 2차 회식을 가는 과정에서 일어났다고 했다.

당시 차에는 운전석에는 대리 운전기사, 조수석에는 남직원이 탑승했고, 뒷좌석에는 A씨와 가해자인 B씨, 또다른 여직원 2명이 타고 있었다.

차량은 경차로 되게 작았고, 제 시선으로는 두 여직원을 등을 보게 되는 구도였으며, 가해 남성과 저는 꽤 가까운 거리에 앉은 상태였다.

A씨는 "이동 중 가해남성은 제 오른손을 갑자기 움켜잡았는데, 저는 내색하진 않고 손을 뿌리쳤지만, 이러한 행위가 수차례 이어졌고, 나중에 저는 손을 제 무릎 위에 올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강제로 키스를 하는 등 성추행을 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민 끝에 성추행 피해 사실을 회사에 알렸다.

그러나 직장 간부가 동석한 가운데 삼자대면이 진행됐지만 B씨는 성추행 사실을 부인했다.

이 자리에서 A씨는 동석한 간부에게 자신이 고소를 하더라도 회사에 그대로 다닐 수 있는지를 물었는데, 해당 간부는 "고소를 하는 건 네가 알아서 하는데 이 일이 외부로 유출돼 공론화가 되고, 기사화까지 된다면 조합이미지상 우리가 불편해 진다. 기사화는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고소를 할 경우 퇴사를 해야 한다는 우회적 압박이다.

결국 피해사실을 경찰에 신고하기로 결심한 A씨는 퇴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곰곰이 생각해보니 전국적으로 미투열풍이 불지만 유독 제주에서는 미투가 일어나지 않는 이유도 좁은 지역사회에 낙인찍히는 우려가 크다고 생각했다"면서 "나약한 제 울림이 '두려움'에 갇혀 제 목소리를 못 내고 있는 피해여성들이 용기를 낼 수 있는 균열의 시작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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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열린 제주 여성단체 미투운동 지지선언 기자회견. ⓒ헤드라인제주

이날 기자회견에서 여성단체들은 "#미투선언은 개인의 경험을 넘어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성폭력 근절을 위해 피해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지속할 것이며, 제주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피해자들의 용기에 무한 지지를 보낸다"고 밝혔다.

이들 단체들은 "지금 한국 사회는 '#미투선언'으로 여성들의 성폭력 피해 경험 말하기가 지속되고 있고, 제주에서도 #미투선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주지역이 갖고 있는 익명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특수성이 피해자들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한 성폭력 문제는 단순 피해자-가해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피해 이후 직장에서 문제해결을 요구하는 피해자에게 직장 관계자들로부터 이어지는 2차 가해는 결국 피해자가 퇴사를 결심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한다"면서 "피해자에게 책임을 돌리고, 가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암묵적인 침묵이 강요되는 사회는 결국 변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오늘 기자회견은 직장내 성폭력 피해 경험과 이후 이어진 2차 피해를 제주지역 사회에 알리고자 하는 피해자의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면서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을 적은 글을 통해 제주사회에서 침묵하고 있는 피해자들에게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됐으면 하는 바램을 보냈다"고 전했다.

이들 단체들은 "우리는 오늘 제주지역 '#미투선언 지지 기자회견'을 통해 제주에서도 성폭력 피해 경험이 말하기가 시작됐음을 선언한다"면서 "성폭력 피해 사례 온라인 접수창구를 개설하고, 피해자 심리지원만이 아니라 법적 대응을 요구하는 사례에 대해 함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미투선언은 개인의 말하기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향한 외침으로, 피해자의 말하기를 가로막는 사회의 변화를 요구한다"면서 "의심과 비난의 화살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향해야 한다. SNS 등을 통한 피해자에 대한 비방과 사실 왜곡 등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들은 "#미투선언은 개인의 경험을 너머 성폭력에 대한 우리 사회의 성찰과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더 이상 성폭력 피해 경험을 말하고자 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제주지방경찰청은 A씨가 지난 8일 B씨를 성폭력 혐의로 고소해 옴에 따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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