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페더러와 맞짱 정현, 한 수 배웠다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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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페더러와 맞짱 정현, 한 수 배웠다 또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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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한국 테니스의 희망' 정현(22·한국체대·세계랭킹 26위)이 '황제' 페더러(37·스위스·세계랭킹 1위)에게 졌지만 잘 싸웠다. 차세대 선두주자의 면모를 한껏 뽐냈다.

정현은 1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인디언 웰스에서 열린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BNP 파리바오픈 단식 8강에서 페더러에게 0-2(5-7 1-6)로 패했다. 세계가 주목한 경기에서 살아있는 전설인 페더러에게 주눅들지 않고 대등하게 맞섰다.

페더러는 명실공히 '테니스의 황제'다. 1998년 프로 무대를 밟은 페더러는 10년 넘게 남자 테니스계를 호령하고 있다. 메이저대회 남자 단식 최다 우승 기록(20회)을 가지고 있고, ATP 투어 대회에서도 통산 97차례 우승했다.

2016년 한 차례도 메이저대회 결승에 진출하지 못하며 부진의 늪에 빠졌던 페더러는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정상에 섰고, 개막 이후 16연승을 질주하며 '제2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

정현과의 이번 대회 8강까지 치른 16경기에서 40세트를 치르는 동안 페더러가 상대에 내준 세트는 단 3개에 불과하다.

페더러에 비하면 정현은 자라나는 새싹이다. 정현은 지난해 11월 21세 이하 선수 중 세계랭킹 상위 8명이 참가한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하며 이제 막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당시 남자 테니스를 이끌 차세대 주자로 각광받은 정현은 호주오픈 4강에 오르면서 차세대 간판 스타의 면모를 한껏 과시했다.세계랭킹이 높아 지난해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대신 'ATP 파이널스'에 출전한 알렉산드르 즈베레프(20·독일·4위)를 호주오픈 3회전에서 꺾는가 하면 16강에서는 '빅4' 중 한 명인 노박 조코비치(31·세르비아·13위)까지 잡았다.

정현이 페더러를 상대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호주오픈 4강에서 한 차례 맞대결했다. 하지만 1세트를 1-6으로 내주고 2세트 게임 스코어 2-5로 뒤진 상황에서 발바닥 부상 탓에 기권을 선언해야 했다.

발바닥 부상을 치료하고 3주 만인 지난 2월 말 델레이비치 오픈에서 복귀전을 치른 정현은 ATP 투어 대회 등급 중 4대 메이저대회 다음으로 높은 ATP 마스터스 1000시리즈에서 처음으로 8강까지 올랐고, 페더러와 재대결에 나섰다.

다시 만난 페더러 앞에서 정현은 대등한 승부를 벌였다. 여러차례 날카로운 샷을 구사하며 페더러를 애먹였다.페더러에 서브에이스에서 0-12로 밀리고 더블폴트 3개를 저지르는 등 서브 탓에 고전하는 가운데서도 시종일관 침착한 플레이를 펼치며 페더러의 약점을 파고들었다.

경기 초반에는 페더러의 압승이 예상됐다.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을 브레이크 당하면서 게임 스코어 0-3까지 밀렸다.

강한 정신력이 강점인 정현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자신의 서브게임을 지킨 정현은 페더러의 서브게임에서 코트 구석을 파고드는 포핸드샷으로 승부를 듀스로 몰고갔다. 페더러는 당황한 듯 잇따라 범실을 저지르며 정현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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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뉴시스>
정현은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듀스에 몰렸으나 그림같은 백핸드 발리샷을 선보이며 어드밴티지를 가져왔고, 강력한 서브로 게임 스코어 3-3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후에도 대등한 승부를 이어갔으나 노련한 페더러에 연신 당하며 1세트를 내주고 말았다.

2세트 첫 게임도 페더러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페더러의 서브게임으로 시작된 2세트에서 정현은 4차례나 듀스를 만들었다. 페더러는 강력한 서브를 앞세워 간신히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후 정현은 좀처럼 힘을 내지 못했다. 게임 스코어 1-4로 뒤진 채 나선 자신의 서브게임에서 두 차례 듀스 끝에 페더러에 어드밴티지를 내준 후 더블폴트를 저지르며 흔들렸다.

하지만 마지막 게임에서는 쉽사리 승리를 내주지 않았다. 매치포인트에 몰린 상황에서도 페더러의 백핸드샷 실책을 이끌어냈고, 두 차례나 듀스에 접어들었다. 페더러는 또다시 두 차례 서브에이스로 위기를 벗어난 덕에 승리를 챙겼다.

이날 페더러는 서브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했을 뿐 아니라 베테랑다운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였다. 강력한 베이스라인 공격 뿐 아니라 정현의 허를 찌르는 네트플레이를 적절하게 구사했다. 잇따라 실책이 나와 위기에 몰렸을 때에도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를 풀어나갔다.

가파르게 성장한 정현이 페더러와 맞대결에서 한 수 배운 셈이다. 큰 자양분이 될 패배였다.<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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