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석언 총장 기자회견, '성추행' 단어 왜 쏙 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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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언 총장 기자회견, '성추행' 단어 왜 쏙 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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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추행' 대신 '인권침해'...동료교수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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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자회견을 갖고 있는 송석언 제주대 총장.ⓒ헤드라인제주
제주대학교 송석언 총장이 6일 기자회견을 갖고 일부 교수들의 잇따른 성추행 의혹사건에 대한 공식 사과 및 재발방지 대책을 밝힌 가운데,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성추행' 내지 '성폭력'이라는 말을 전혀 언급하지 않아 의아스러움을 샀다.

송 총장은 이날 '성추행'이란 말은 전혀 사용하지 않았다.

2페이지 분량의 기자회견문에도 사죄 및 의혹을 받고 있는 해당교수에 대한 수업배제 등의 조치 등의 내용을 담으면서도 정작 '성(性)'이란 단어는 단 한 글자도 없었다.

대신 이 사건과 관련한 명칭을 '인권침해 의혹'으로 표현했다.

"최근 제주대학교 가족과 관련된 인권 침해 의혹이 학내를 넘어 도민사회에까지 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중략- 일련의 의혹을 학내에서 벌어진 개인의 일탈행위가 아닌 권력에 의한 중대한 인권 침해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중략- 동안 급변하는 교육환경을 핑계삼아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대처하는..."

재발방지 대책도 '성추행' 또는 '성희롱' 예방대책이 아닌 '인권침해 예방'으로 표현됐다.

"대학은 관련 규정과 조직의 전면적인 검토를 전제로한 인권침해 예방 및 대응을 위한 제도개선 특별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습니다."

기자회견문만 보면 대학 내에서 성추행 사건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이것과는 다른 유형의 '인권 침해'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인식되기에 충분했다.

송 총장은 왜 이런 표현을 썼을까.

기자회견 일문일답에서  '성추행' 대신 '인권침해 의혹'이란 표현을 한 것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송 총장은 '인권 침해'로 표현을 한 이유에 대해  "성추행, 성희롱, 성폭력 유형별로 다 나눌 수는 있지만 보는 시각에 따라 범주가 달라지기도 한다"면서 "그래서 피해자에 반하는 가해자의 행위를 표현하는 뜻으로 포괄적으로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추행이나 성폭력이나 모두 '인권 침해'의 범주에 있고, 앞으로 재발방지 대책은 성추행 사건 뿐만 아니라 인권적 문제 제반을 다루기 위한 광의적 차원에서 인권 침해 의혹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설명은 납득하기에 충분하지 않은 점이 있다.

해당 교수들이 경찰에 입건된 혐의사실은 한명은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의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고, 다른 한명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이다. 이 구체적 범죄 혐의 사실을 놔두고 포괄적 표현을 사용한 것 자체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성추행 의혹'과 '인권침해 의혹'은 그 어감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성추행은 '권리적 침해'이기 이전에, 준엄하게 단죄돼야 할 명백한 범죄행위의 사건이다.  

그렇기에 송 총장의 설명은 명쾌하지 못했다. 

마치 의혹을 받고 있는 동료 교수들을 배려해 '품격있는 표현'으로 바꿔 준듯한 느낌을 갖게 한다. 사건의 명확성을 갖게 할 단어를 놔두고, 포괄적이고 다소 추상적으로 전해질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한 것은 의구심을 받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미투(Me-Too)'가 정치권으로 확산되면서 충격파가 갈 수록 커지는 가운데, 이번 제주대의 '인권침해 의혹'이란 단어사용은 피해자 입장 보다는 가해자 입장을 고려했다는 오해를 자초하고 있다. 

왜 '성추행 의혹'이라 하지 않고, '인권침해 의혹'이라고 해야 하는가.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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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석언 제주대 총장의 성추행 사건 관련 기자회견.ⓒ헤드라인제주 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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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2018-03-06 23:26:27 | 175.***.***.173
인식의 변화, 문화의 변화가 없이는 공허한 외침에 불과할 뿐이죠. 어린 제자를 수치심과 모욕감에 떨게 해놓고 겨우 수업배제 조치한 것을 마치 대단한 벌을 준 양하는 모습이 역겹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