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의원정수 증원' 통과...누가 '안된다'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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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의원정수 증원' 통과...누가 '안된다' 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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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법안통과와 '3자 회동' 자충수 기억
'3자회동' 국회의원 눈치보기 무소신 행정의 실책

지난해 7월 이후 계속돼 온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선거구획정 관련 논쟁과 혼란상황은 결국 '의원정수 2명 증원' 확정으로 수습국면을 맞게 됐다.

국회는 6.13 지방선거 광역의원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된 후 3일만인 5일 공직선거법과 제주특별법 개정안 등 선거구획정 관련 법안들을 모두 가결처리했다.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현행 41명인 제주도의원 정수는 43명으로 늘게 됐다.

2명이 증원되면서, 당초 계획대로 2개 선거구는 분구(分區)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다른 4개 선거구를 대상으로 추진되던 통폐합은 '없던 일'이 됐다.

헌법재판소가 제시한 인구편차 상한을 초과한 제6선거구(삼도1동.삼도2동.오라동)는 '삼도1.2동'과 '오라동'으로, 제9선거구(삼양동.봉개동.아라동)는 '삼양.봉개'와 '아라동'으로 각각 분구된다.

나머지 선거구는 모두 통폐합 조정 없이 현행대로 유지돼 선거가 치러진다.

어쨌든 천만다행의 결과다.

다양한 도민의 관점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의원정수 증원이 절대적 선이 될 수는 없겠지만, 최소 '차선'의 결과물을 얻은 셈이기 때문이다.

사실 당초 위성곤 의원이 대표발의한 제주특별법 개정안에 포함됐던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 포함됐더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하지만 이 부분은 심사과정에서 제외됐다.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제주도와 세종시에 한해 이번 선거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것을 촉구했으나 반영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의원정수 증원의 결과물은 여러 의미를 갖게 한다.

무엇보다 일부 정치인과 제주도정의 그릇된 판단으로 자칫 왜곡될 뻔한 '민의'를 바로 잡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2월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제주도지사에 제출한 '의원정수 2명 증원'의 권고안은 획정위의 의견서 차원은 아니었다. 수개월에 걸쳐 도민사회 토론회, 공청회, 여론조사 등을 거쳐 마련한 것인 만큼, 이 권고안 자체가 사실상 '민의'에 다름 없었다.

그러나 이 권고안이 제출된 후 5개월이 넘도록 지역출신 국회의원들과 제주도정은 이렇다할 움직임 전혀 없다가 지난해 7월 강창일 의원을 비롯한 지역 국회의원과 제주도지사, 도의회 의장 등이 참여한 소위 '3자 회동'을 통해 이 권고안을 백지화시키는 일이 벌어졌다.

도민사회에 사전에 양해를 구함도 없이 선거구획정 의원정수 조정방안을 묻기 위한 여론조사를 재실시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법률과 조례에 의해 구성된 법정기구인 선거구획정위를 무력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졌다. 

'3자 회동'을 통해 발표된 합의사항은 도민 위에 군림하는 '최고 의결기구' 흉내를 내는 전횡에 가까웠다. 민의를 무시한 처사이자, 심각한 절차적 민주성 훼손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분출됐다.

그들만의 합의로 강행된 여론조사에서 '비례대표 축소'라는 결과가 나왔고, '3자 회동'을 주도했던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은 의원발의를 포기하고 슬쩍 뒤로 빠졌다.  비겁하고 염치없는 행보였다.

시민사회 거센 반발에 부딪혀 정면 돌파할 자신이 없자, 의원발의안에 서명할 동료의원들이 없다는 것을 핑계삼아 '의원발의 포기' 선언을 한 것이다. 

의원 증원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다른 지역에서 의원정수 증원을 추진하는 곳이 있다고 하자, 그곳과 제주도는 상황이 다르다면서 불가론을 폈다. 

이 과정에 제주도정 담당부서의 '무능 행정'은 극에 달한다.

제주도정의 가장 큰 실책은 지난해 7월 본연의 영역을 어겨가면서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을 무위로 만든 '3자 회동'에 참여한 것이었다. 두번째 실책은 지역 국회의원 눈치 보기를 하며 '경우의 수'에 의원발의를 통한 의원정수 2명 증원은 아예 제외시킨 일이다.

실제 지난해 8월 당시 제주도 자치행정부서는 브리핑에서 의원발의 의원증원은 어려운 것으로 판단됐다면서 이 방안은 경우의 수에서 제외시켰다. 

3자 회동 이전에도 지역 국회의원들이 난색을 보였고, 지역 국회의원이 '비례대표 축소' 중단선언을 하면서 의원발의는 안하겠다고 선언했다는 것이 이유였다.

의원발의 추진이 현실적으로 가장 타당하고 손 쉬운 길이었음에도, 지역국회의원 한 마디에 경우의 수에서 제외시키는 이해못할 일이 벌어졌다.

남은 경우의 수 두가지, 즉 정부입법 의원증원과 현행 법률 테두리 안 선거구 조정안에서 정부입법은 시간적 촉박함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했다. 선거구를 통폐합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는 방안만 남게 된 것이다.

참으로 한심하고, 무소신 행정의 극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이 전원 사퇴서를 제출하는 초유의 상황이 나타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자칫 시도조차 못해보고 물 건너갈 뻔한 '의원 증원' 입법 추진은 초선인 위성곤 국회의원에 의해 늦깎이 시동이 걸렸고, 결국 결실을 맺게 됐다.

패배주의적 관점에 사로잡혀 '3자 회동'의 자충수를 뒀던 3선 의원이 포함된 지역국회의원이나 제주도정은 지금의 상황이 다소 겸연쩍고 부끄럽게 다가올 수밖에 없을 듯 하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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