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들불축제 유래비 '제주시장 우상화' 논란...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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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유래비 '제주시장 우상화' 논란...무슨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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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문에 고경실 시장 이름 새겼다가 뒤늦게 삭제
공직내부 "우상화도 아니고..." 비판 쇄도

제주들불축제 행사장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건립될 예정인 '제주들불축제 유래비'와 관련해 공직내부에서 '우상화' 논란이 일고 있다.

유래비 건립 취지에는 공감하나, 비문에 새겨진 글귀가 현직 고경실 제주시장의 업적 홍보용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데 따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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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제주들불축제가 열리는 새별오름에서 유래비 설치를 위한 비석 다듬질 작업이 한창이다.ⓒ헤드라인제주
최초 이 유래비는 지난 1997년 고(故)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창안한 들불축제의 뿌리를 찾고, 그 역사와 뿌리를 널리 알리며 문화관광자원으로 활용하자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에 따라 준비돼 왔다.

논란은 제주시가 제주들불축제 기획홍보안을 발표한 지난 22일 유래비에 새겨질 비문의 내용 전문을 공개하면서 촉발됐다.

공개된 내용의 비문에는 제주에서 들불을 넣는 역사적 유래, 신철주 북제주군수가 1997년 처음 축제를 개최하고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았던 과정 등을 기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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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2일 발표했던 유래비 비문. 이 문구에서 논란이 된 '고경실 제주시장은'은 뒤늦게 '제주시는'으로 수정됐다.ⓒ헤드라인제주
논란이 된 부분은 말미에 고경실 제주시장의 실명이 거론된 부분이다.

"2018년에 이르러 고경실 제주시장은 그 전통의 맥을 이어 명실공히 제주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 세계인의 사랑받는 글로벌 축제로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제주들불축제에 제주다움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얼핏 보기에도 고 시장의 업적 홍보용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는데, 공직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제주특별자치도 공직자들의 내부 커뮤니티 통신망에서는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한 공무원은 "들불축제 유래비 건립 고유제 및 제막식 행사에 사용되는 '제주들불축제 유래비문' 내용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져야 한다"면서 "내용 중에서 현직에 계신 고경실 제주시장의 치적이 포함하는 것은 옥의 티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 공무원은 "객관성이 없는 추상적인 치적을 내세우면서 고경실 시장의 이름을 비문에 기록한 부분은 마땅히 삭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공직자는 "맞는 말 같다. 현직 공무원 이름이 어떻게 올라 갈 수 있는지, 누구의 생각인지, 우상화도 아니고..."라고 힐난했다.

공직내부에서도 좋지 않은 여론이 일자, 제주시는 유래비 내용 전문을 공개한 다음날인 23일 고경실 제주시장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해당 문장의 내용은 그대로 기술하되, '고경실 제주시장은'을 '제주시는'으로 수정했다는 것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26일 <헤드라인제주>와의 전화통화에서 "이 유래비 비문의 내용은 공보부서와 협의해 실무라인에서 초안을 만든 것"이라며 고경실 시장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공직 내부 일각에서는 "유래비 제작을 처음 지시한 고 시장이 유래비 전문의 내용을 검토하지 않았을리 만무하다"면서 "자신의 이름을 올려놓고, 뒤늦게 공직내부에서 여론이 좋지 않자 마지못해 삭제 하도록 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편 이 유래비 제막식은 제22회 제주들불축제 둘째날인 3월2일 오전 10시 열릴 예정이다. <헤드라인제주>

 제주들불축제 유래비 비문 전문(2월22일 발표안)

제주들불축제는 화산섬 제주 생성의 근원인 불에서 유래한다. 화산섬 제주의 불은 한라산을 낳고 삼백예순여덟 오름을 길러 냈으며 탐라 천년의 역사와 제주 선인들의 삶의 동력이 되어 왔다.

'방애불(들불)’은 제주 선인들이 거친 환경을 극복하며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자연과 호흡을 같이 해 온 역사의 산물이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소와 말의 방목지에 불을 놓아 진드기 등 해충을 없애 가축에게 먹이기 좋은 풀을 얻고, 불에 탄 재는 비옥한 땅을 만들어 농사를 일구는 등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이어왔다.

제주들불축제는 1997년 시작되었다. 당시 신철주 북제주군수는 수복강녕과 풍요, 액운 타파 등을 기원하는 의미로 애월읍 어음, 구좌읍 덕천을 거쳐 4회부터 이곳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에 들불을 놓았다. 새봄이 찾아올 무렵 제주 중산간을 붉게 물들이며 피어난 들불은 제주관광의 꽃이 되었다.

먼동이 트는 아침, 찬란히 빛나는 샛별의 기운을 머금은 이곳 새별오름에 매해 경칩절이면 탐라개국의 성지 삼성혈에서 채화한 불씨를 가져와 들불을 놓는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온갖 궂은 액을 다 태워 없애고 한 해 동안의 무사안녕과 소원이 하늘에 닿기를 기원한다.

2018년에 이르러 고경실 제주시장은 그 전통의 맥을 이어 명실공히 제주를 대표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축제, 세계인의 사랑받는 글로벌 축제로 만들어 나아가기 위해 제주들불축제에 제주다움의 정체성을 오롯이 담아냈다.

축제를 개최한 역사가 어느덧 성년에 이르러 생명, 평화, 만사형통을 기원하고 그 기운이 온 누리로 번져 나가길 바라는 제주 시민 모두의 뜻을 모아 제주들불축제의 유래를 여기에 밝혀둔다.

2018년 3월 2일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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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 2018-02-27 15:57:45 | 112.***.***.95
부끄럽다. 공직자가 뭘 하고 있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들불 2018-02-26 16:54:27 | 211.***.***.228
부끄럼이 없는 세상, 자기 자신의 글에, 자신의 이름을 떡허니... 쯔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