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협의 추자도 이야기] 추자도 산비탈의 '황경한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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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협의 추자도 이야기] 추자도 산비탈의 '황경한 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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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성협 추자면사무소 건설담당 ⓒ헤드라인제주
추자도에 황경한이라는 인물이 살다 죽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절경의 산비탈에 그의 무덤인 “황경한 묘”가 있다.

그의 묘를 천주교에서는 성자순례지로 지정하고 매해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하고 있다.

추자면은 내년까지 방문자들의 편의를 위해 묘역 주변을 정비 할 계획이다,

설계사와 현장을 둘러보는데 멀리 앞에 보이는 섬의 끝자락 절벽에 십자가가 있었다. 설계사 본인이 예전에 추자면 의뢰로 설치하였다고 했다.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설치한 십자가를 보고 싶다 해서 같이 절벽을 타서 십자가에 올랐다.

아스라한 위치에 가로 3미터, 높이 5.5미터의 십자가는 일명 “눈물의 십자가”라 불리는데, 故황경한의 어머니 정난주 마리아의 눈물이 십자가에 맺혀 하늘로 오르는 모습을 표현 했다고 했다. 그 옆에는 황경한을 형상화한 갓난아이가 누워있었다.

아마 황경한의 어머니 정난주가 제주로 유배오면서 두 살난 아이를 추자도에 놓고 간 상황을 재현해 넣은 듯하다.

역사적으로 보면 1801년 천주교 박해사건의 하나인 신유박해로 황경한의 부친인 황사영은 능지처참되고 정약용의 큰형인 정약현의 딸 정난주는 제주로 유배오면서 관노가 될 자신의 운명을 걱정하여 눈물로 아들과의 생이별을 결심한 듯하다.

암울했던 그때의 상황들이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에서 무겁게 다가왔다.

또한, 당시 나라에서 천주교를 금지했음에도 종교에 대한 그들의 믿음이 목숨보다 더 가치 있었을까 하는 상념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태어남과 죽음은 우리의 뜻은 아니지만 죽음의 문이 열리기 전까지 우리는 영원한 존재로 착각하며 내일의 희망을 품고 희노애락의 삶을 살다가 한순간 연기처럼 사라진다.

그러나, 자신의 생명은 온 우주보다 더 가치가 있으며,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것이다.

어떤 철학자는 인간만이 유일한 목적이라 했다. 다른 모든 것은 인간을 위한 수단일 뿐 어떤 것도 아니라는 뜻으로, 예를 들자면 의자는 앉기 위해서, 동물은 먹거나 노동을 공급받기 위해서 존재할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는 뜻으로 극단적인 주장일수 있으나, 나 자신 안에서의 나의 가치는 유일무이한 존재라는 입장에서 보면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어떤 이는 죽음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다 죽는다.

과연 자신의 목숨보다 가치있는 신념이란 무엇일까..

신념은 영혼속의 관념이다. 정신적 믿음이다.

그런 신념이 인간의 생명, 육체적 살아 있음을 버릴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신념이란 울타리인 영혼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육체안에 있는 것인가 아님 허공에 떠다니는 것인가.

아님 육체안에 있으나 어떤 경계도 없이 자유로운 것인가.

간혹 몸은 이곳에 있으나 자신의 생각이 과거, 미래, 꿈속, 우주, 다른 사람의 마음에도 있지 않은가..

신념으로 육체를 버린 이들은 어쩌면 영혼의 존재를 생각했을 것이다.

자유로운 관념의 세계인 영혼의 무한함을 느꼈을 것이다.

숨쉬는 육체의 가치보다 숭고한 영혼의 가치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현재의 우리에게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한다.

육체의 안락, 사회적 지위, 물질적 욕심에 기꺼이 영혼을 팔고 있지는 않은지,

다른 이의 영혼을 짓밟고 올라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 가치를 간과하여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지..

“황경한 묘”를 보고 돌아온 오늘 죽음 앞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의연하게 죽음을 선택했던 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영혼없는 욕망에 집착하는 나의 삶의 모습에 한없는 부끄러움과 회한을 느끼게 하는 하루였다. <고성협 추자면사무소 건설담당>

*이 글은 헤드라인제주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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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유미야 2018-03-06 21:17:50 | 211.***.***.85
외도에 성당이름이 정난주 성당인데...황경한 어머니 이름을 딴 걸까?
내가 천주교 신자여서 더 공감 되어지네....눈물의 십자가 앞에 가서 기도 드리고 싶어지네...^^


또또맘 2018-02-22 14:56:42 | 14.***.***.125
앞만보고 돌진하다
신호등 빨간불앞에
잠시 선 기분입니다.
빨간불덕분에 주변을 살피는거죠.
역사도 돌아보면서...
눈물의 십자가가 많은 이에게
위안과 희망이 되어줄것같습니다.


보급형박보검 2018-02-22 12:35:23 | 39.***.***.50
꼭 한번 가보고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