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업계 저항은 '적반하장'...악취관리구역, 예정대로 지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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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돈업계 저항은 '적반하장'...악취관리구역, 예정대로 지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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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양돈업계의 '반성없는' 조직적 저항
'악취 진동' 방치 안돼...'주민 고통' 해소가 우선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는 말이 딱 맞다.

막대한 양의 축산분뇨를 지하수 함양통로인 숨골에 무단 방류하는 충격적이고 엽기적인 행각으로 공분을 샀던 양돈업계가 최근 집단적 행동에 나선 것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제주양돈농협과 제주양돈산업발전협의회,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의회를 비롯해, 제주축협, 서귀포시축협, 양돈업자 등은 제주특별자치도가 추진하는 '악취관리구역 지정계획'에 조직적 반기를 들었다.

제주도가 지난달 5일 '제주도 악취관리지역 지정계획(안)'을 발표하고 주민설명회와 별개로 서면 의견수렴을 받은 결과, 제출된 479건의 의견 중 99%인 477건이 이들 양돈업계에서 조직적으로 제출한 의견을 확인됐다.

그것도 의견수렴 기간 중 단 3일에 걸쳐 집중적으로 제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여러 단체가 모여 하나의 공동입장을 발표하는 형식이 아니라 '477건'으로 분리시켜 제출한 것 자체가 '다수 의견'으로 포장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들 업계는 의견제출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제주도가 악취관리지역을 지정할 경우 행정소송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집단적 행동이 단순한 의견개진 차원이 아니라 이 계획 자체를 저지하기 위한 '조직적 저항'의 성격임을 보여준다.

이들의 주장은 제주도가 예고한 96개 양돈장에 대한 악취관리구역 지정을 유예해 달라는 것이다.

농가 생존권이 걸려있는 문제인 만큼 스스로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계도 및 개선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줘야 하고, 관리지역을 지정할 경우 양돈산업 및 사료 등 연관산업이 위축돼 지역경제에 안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를 들고 있다.

요구사항의 내용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염치(廉恥)가 없어도 너무 없다.

지난해 9월, 도민들에게 충격을 안겨줬던 축산분뇨 무단방류 사태 때 머리를 조아리며 사죄한다고 밝혔던 장본인들이 지금 적반하장격으로 '악취관리구역'이 잘못된 정책인 마냥 반대하고 나서고 있기에 그렇다.

양돈협회 등은 사죄 기자회견을 하면서 도민들에게 약속했던 사항을 벌써 잊은 것인가. 스스로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 위법농가 제재, 낡은 분뇨처리시설 개선 등을 약속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시간을 달라고 하고, 악취관리구역 지정의 부당성을 성토하는 것은 '시행 유보'가 아니라 계획 자체를 폐기하라는 요구에 다름없다.

잘못은 자신들이 해 놓고, 어떤 불이익도 받을 수 없다면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4개월 전 '사죄'는 위기만 모면하고 보자는 식 '위선적' 내지 '기만적' 사죄였는가.

작금의 상황이 왜 벌어진 것인지 아직도 사태 파악이 안된 것인지, 아니면 '잇속'만 생각하며 염치를 버린 것인지 참으로 의아스럽다.

축산폐수 문제는 법의 테두리 속에서 분명한 원칙과 기준으로 논할 문제이지, 업계의 집단적 압력으로 결판을 볼 문제가 아니다.

지난 6일 개회한 제주도의회 임시회에서 자유한국당 유진의 의원은 축산분뇨 문제를 1차산업의 대표적 '적폐'로 규정하며 단호한 대응을 주문했다. 옳은 지적이다.

축산분뇨 무단방류 내지 비정상적 처리는 제주의 청정환경을 저해하는 것은 물론 지하수 오염 등으로 도민 건강을 위협하고, 심각한 악취 발생으로 인해 지역주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문제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반(反) 사회적' 범죄라 할 수 있다.

이번에 제주도가 지정하고자 하는 악취관리구역은 양돈업계가 스스로 자초한 '자업자득(自業自得)'의 규제 틀이다.

그동안 지역주민들은 심각한 악취에 따른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도, 그 고통을 인내해야 했다.

냄새가 전혀 없도록 할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법에서 정한 테두리에서 가축분뇨 처리는 이뤄지도록 하고 냄새저감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그러나 양돈장은 지역주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축산분뇨를 무단 또는 편법으로 배출하다 적발되는 일이 이어지는가 하면, 악취발생의 경우 상당수가 법정기준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에 악취관리구역 지정대상으로 예고됐던 96개 양돈장은 악취발생 정도가 법정 기준치를 크게 초과한 곳을 선별한 것이다. 악취방지법에서 저한 기준치보다 무려 300배나 초과한 곳도 있었다.

"냄새 때문에 못살겠다"는 양돈장 주변 주민들의 호소가 모두 이유가 있었던 사실로 드러났다. 악취 배출 허용기준을 초과한 양돈장에 대한 특별관리는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악취관리구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양돈장은 고시일로부터 1년 이내 악취방지 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배출허용기준은 더욱 엄격하게 적용된다.

결국 악취관리구역 지정은 양돈업계로 하여금 앞으로 냄새저감을 위해 강력한 조치를 하라는 주문이다. 이의 지정을 거부하는 것은 냄새저감을 위한 노력을 다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지역경제 안좋은 영향'이란 그럴듯한 상투적 이유 포장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통렬한 자기 반성이 먼저다.

양돈업계의 이번 조직적 저항은 명분도 없고, 설득력도 약하다. 축산분뇨의 오염으로, 진동하는 악취 때문에 고통받는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양돈업계도 '확실한 조치' 약속이 먼저여야 한다.

이제 제주특별자치도의 조속한 결단만 남아 있다. 악취를 진동시키는 양돈장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안될 일이다. 업자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받고 있는 고통을 해소시키는 것이 우선이다.

명분없는 양돈업계의 집단적 의견 검토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원칙과 기준에 따라 하루속히 악취관리지역 지정을 고시해야 한다. 그것이 순리이다. <헤드라인제주>

▲ 지난해 9월 큰 파문을 불러일으킨 축산분뇨 숨골 무단방류사건과 관련한, 상명석산 가축분뇨 유출 현장.<사진=제주자치경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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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숲아이 2018-02-10 15:33:18 | 218.***.***.42
무단증축 돼지사육수늘리고 똥물은 숨골로 보내는 양돈시설...
철저히 조사 해주세요.

돼지꿀꿀 2018-02-10 05:28:18 | 58.***.***.140
제주도정에서 원칙적으로 대응할겁니다. 원희룡 지사한텐 이런 식은 안 통할걸요!
양돈업자들...이런 식이니 양돈사업자나 양돈기업가라고 안부르고 ‘업자’라고 부르는거지?

우주천4 2018-02-09 14:13:07 | 14.***.***.124
양돈장 악취는 관광 제주에서 있어서는 안되는 이야기이다. 1년에 제주도예산으로 양돈장에 지원되는 경비가 얼마나 많은데도 아직도 양돈장에서는 자신들 밥그릇만을 위하여 그 주변 사람들의 고통을 당연시하고 있다. 제주도청에서 가장 먼저 청산해야할 적폐 "제1호"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