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골화되는 '4.3 흔들기', 정치권 왜 침묵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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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화되는 '4.3 흔들기', 정치권 왜 침묵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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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보수단체의 입장발표와, 정치권 침묵
"남로당 폭동" 주장에도...전직 도지사 때문?

제주4.3 70주년을 맞아 '제주방문의 해'가 선포되고, 평화와 인권 가치 구현, 국민통합을 주제로 한 다양한 기념행사들이 준비되고 있는 가운데, 이에 찬물을 끼얹기라도 하려는 듯 보수우익세력의 '4.3 흔들기'가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

지난 17일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열린 보수우익인사들로 구성된 단체인 '제주4.3진실규명을 위한 도민연대'의 기자회견이 그것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제주4.3특별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의견을 밝히기 위한 기자회견이라고 하지만, 회견문의 내용을 보면 단순한 입법사항에 대한 의견개진 차원은 아니었다.

제주4.3특별법에 의해 4.3진상조사 보고서가 발간되고, 4.3추념식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되는 일련의 과정에서 끊임없이 행해졌던 보수우익세력의 '역사 되돌리기' 내지 '4.3 흔들기'의 행태와 다를 바 없었다.

약칭 '4.3진실연대'로 칭한 이 단체는 "4.3특별법 개악에 항의하고, 4.3사건의 진실규명이라는 목표 아래, 제주도에서 범 보수적 성향을 대변하자는 취지 하에 단체 창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12월 발의된 제주4.3특별법 개정안 조문에 대한 반대의견을 발표했다.

개정안의 내용 중 "4.3폭동 주동자들을 단죄했던 군사재판을 무효로 돌리고, 4.3위원회의 결정을 부정하고 증오를 고취하거나 명예를 훼손한 사람은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는 위헌적 조항이 있다"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법률 개정안에 4.3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국가 배상 근거를 명문화하는 한편, 4.3당시 행해진 불법적 군사재판을 무효화하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을 겨냥한 것이다.

"4.3사건의 진실을 부정.왜곡해 희생자와 유족들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할 수 있다"는 조항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고 한 지적은 '정중한 문제제기' 정도로 보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와 관련한 주장은 사안의 본질을 도외시한 채 논점을 엉뚱한 방향으로 돌리고 있다.

불법 군사재판의 무효화 조항의 쟁점은 '주동자 처벌'의 적법성이 아니다.

영문도 모른채 경찰서로 끌려간 후 제대로 된 재판 한번 받지도 않은채 강제구금돼 감옥생활을 해야 했던 4.3수형인들의 억울한 한(恨)을 풀어주고 뒤늦게나마 명예회복 조치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에서 출발하는 조항이다.

당시 수많은 양민들이 불법재판을 통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고, 7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이들에 대한 명예회복 조치는 시급한 과제이다.

그럼에도 이 단체는 이러한 불법재판에 의한 4.3수형인 문제는 언급하지 않은채, 이 조항이 마치 '주동자 처벌의 무효'를 목적으로 하는 조항인 것처럼 귀결시키며 왜곡된 주장을 하고 있다.

또한 이 단체는 "4.3사건의 성격이나 역사적 평가가 보류된 상태에서, 4.3 성격 규명을 제쳐두고 4.3특별법을 개정하는 것은 허상의 바탕 위에 탑을 건설하는 것"이라면서 4.3의 성격과 정의를 논의하는 토론회를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그러나 말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 배경이나 목적에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4.3은 '대한민국 건국을 반대해 일으킨 남로당 공산주의자들의 폭동'이라는 진실을 묻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과거 제주사회의 공분을 샀던 보수우익세력의 '공산주의 폭동' 주장과 전혀 다를 바 없는 왜곡된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4.3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규정하면서 '4.3의 성격과 정의'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하자고 제안하는 것 자체가 역사의 흐름을 20년 전으로 되돌리려는 시도에 다름 없다.

제주4.3특별법 제정을 통해 어렵게 일군 제주4.3진상조사 보고서, 그리고 대통령의 사과, 제주4.3추념식의 국가기념일 제정, 추가적 4.3진상조사 및 명예회복 운동, 일련의 역사적 성과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4.3 70주년 추념식을 앞둔 시점에서 제주지역에서 보수단체를 만들어 해묵은 이념논쟁에 다시 불 지피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4.3 흔들기'의 중심에 민선 제주도지사를 지낸 신구범 전 지사가 있어 놀라울 따름이다.

도민사회 분출되는 다양한 의견을 아우르며 화합과 통합의 길로 나아가도록 지역원로의 역할을 해야 할 전직 도지사가 4.3 보수단체에 참여하며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이다.

문제는 4.3 70주년을 맞은 2018년 들어 제주도에서 보수우익세력의 '4.3 흔들기'가 시작됐는데도, 정치권에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 내 정당에서는 국민의당 제주도당만 논평을 통해 "4.3진실규명 도민연대가 4.3을 '남로당의 폭동'이라고 주장한 것은 제주4·3의 진상규명및 명예회복 성과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제주도당은 아직까지 논평 하나 없다. 예전 각종 보수우익세력이나 보수정당 인사에서 '폭동' 발언이 나오면 그 즉시 '4.3흔들기' 내지 '역사 되돌리기' 비판을 가했던 민주당인데, 이번에는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그동안 민주당은 보수우익세력의 입장발표나 법원 소송 제기 등이 있을 때는 물론, 정부의 4.3희생자 재심사 추진이 있을때에도 제주도당 차원과 국회의원 명의로 입장을 발표했다.

국정교과서 '4.3 기술'에 대해서도 역사왜곡이라며 강력히 대처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가까운 곳에서 '4.3은 공산주의 폭동' 발언이 나왔고, 민주당 소속 오영훈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4.3특별법을 화두로 삼아 공세를 취하고 있는데도, 묵묵부답이다.

그 이유가 사뭇 궁금하다. 민주당 뿐만 아니라 그 어느 정당에서도 전직 도지사의 '처신'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워낙 '중량감' 있는 전직 민선 도지사의 발언이어서 주눅든 것일까, 아니면 지방선거 이해득실을 계산하며 모른척하고 있는 것일까.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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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니얼 2018-02-01 10:14:32 | 112.***.***.218
사실 규명과 가치 판단 미래 비젼 등이 역사를 보는 중요한 프레임이 되지 않을까? 진상 규명에는 한 가지 요인으로만 해석할 수는 없는 일? 여러 요인들이 교착하는 복잡다기한 시대상황에서 과거사를 일원론적으로만 몰아가면 황당한 일...지금까지 노력해 온 당사자들의 입장, 연구보고서, 제도적으로 절차를 밟아 이루어진 모든 결과물들을 통섭적으로 이해, 조정, 미래 비젼을 제시하면서 결단을 내리는 역사적 소명이 주어졌다고 봅니다.

도민 2018-01-22 08:18:43 | 119.***.***.220
민주당은 반성해야 한다. 정략적으로 4.3을 이용해서는 안된다. 역사의 진실 앞에서 억울한 영령들을 위하여 제대로된 도민 여론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지금처럼 어영부영 선거를 의식하여 눈치만 보고 있는 태도는 비판받아야 한다. 그리고 지난번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신구범을 내세웠던 과거 전력에 대해서도 도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4.3을 흔들고 있는 보수세력들에게 확실한 모습을 보여줘라...더이상 실망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