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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눌음' 정신 실현하는 로컬 뮤지션 '제주갑부훈' 눈길

쓰레기 살리는 '업사이클링' 패션브랜드 수익금 기부
"아이 같이 키우는 제주 수눌음정신이 펼쳐나가요"

서한솔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승인 2018.01.01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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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갑부훈' 염정훈씨. ⓒ헤드라인제주

제주에 버려지는 쓰레기를 디자인 제품으로 만들어 소아암 환우, 발달장애인 입양아를 도와주는 한 뮤지션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그 주인공은 제주의 자연을 소재로 노래를 만들고 부르는 '제주갑부훈' 염정훈씨(32).

그는 지난 2011년 입도 후 7년동안 제주생활을 이어온 이주민으로, 구좌읍 행원리 작은 마을에서 옛 건물에 터를 잡고 여유로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모든 걸 버리고 제주에 왔다는 이유로 당초 '제주거지 훈'으로 활동했으나 마음에 풍요로움을 찾으면서 최근 '제주갑부 훈'으로 이름을 바꾼 그는 소아암환우에게 가발을 선물하기 위해 기르고 있는 머리를 질끈 묶은 채 캔뚜껑과 폐전선을 하나하나 엮어가면서 키홀더를 만드는데 열중하고 있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업사이클링 디자인 제품을 판매해 그 수익금으로 발달장애인과 소아암환후, 버마 난민들에게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쳐온 제주갑부훈은 과거 25살이라는 젊다못해 어린 나이에 대구에서 소위 잘나가던 잡지사 기자였다.

학창시절, 그는 첫사랑과 안정적인 결혼을 이루고 싶은 마음에 공무원 시험에 힘을 쏟았다. 비록 이별이 찾아오면서 공무원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동안 공부해온 영어 능력을 살려 외국인 전용 바에 바텐더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줄곧 남들과는 다른 일, 특별한 일을 찾아온 그가 바를 찾은 대구소재 한 잡지사 편집장의 눈에 띈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잡지사에서 일을 하게되면서 그의 삶은 한층 나아졌만 이내 회의감이 들었고, 그는 '진짜'자신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잡지사에서 만났던 멋진 큐레이터 안애경씨의 영향이었다. 안애경씨를 따라다니면서 만나게 된 북유럽 아티스트들은 그에게 많은 영감과 감동을 줬다.

제주갑부훈이 '이렇게 살아보고 싶다'고 생각한 그들의 삶에는 자연친화적인 태도, 삶의균형 등 '자연'이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우연찮은 기회에 제주를 찾게됐다.

제주갑부훈은 당시를 "제주의 자연에 크게 압도당했다"며 "언어로써 자연이 아닌 온도로써 자연을 처음 느껴보니 강렬하고 뜨거웠다"고 표현했다.

그는 '진짜'를 찾을 수 있는 보물지도를 발견이라도 한 듯 제주에 머물게 됐다.

훌훌 털어버리고 온 제주에서 그는 자신의 '터무니'에 집중했다. 터무니는 터와 무늬를 합친말로, 터를 잡은 자취를 뜻한다. 이 단어는 제주갑부훈에게 곧 오롯이 자신이 갖고 있는 특성을 뜻했다.

터무니를 찾기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생각에 지인을 따라 소아암환우들에게 가발을 만들어주기 위해 머리를 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주의 환경 보호를 위해 쓰레기들 주워 업사이클링을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거친 캔뚜껑과 폐전선은 멋들어진 키홀더가 되기도하고, 버려지는 털실들은 작은 구슬에 담겨 목걸이와 반지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제주도, 이곳에 버리고 가는 것은 당신의 지친 마음 뿐이었으면 좋겠습니다'를 주제로 한 그의 제품들은 손으로 하나하나 만들어 무엇하나 같은게 없었다.

처음에는 쓰레기로 쓰레기를 만드는 수준이었지만 혼자만 보람을 느끼는 업사이클링이 아닌 사람들과 함께 공감하는 업사이클링을 하고 싶어서 다양한 디자인을 적용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어엿한 '작품'이라 불릴만한 것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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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갑부훈' 염정훈씨.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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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뚜껑과 폐전선으로 만든 키홀더.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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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자원으로 만든 엽서. ⓒ헤드라인제주

그는 머리가 어느정도 기르면 2박3일 동안 제주여행을 하면서 지역주민 및 관광객들을 만나 자신의 머리카락을 자를 수 있도록 내어주는 대신 이발비를 받았고, 그 잘려진 머리카락은 소아암센터로, 받은 이발비는 제주도내 소아암 환우에게 보냈다.

제주갑부훈은 "자연에 대해 얻은 게 많았다"며 "그 자연을 선사한 제주에 어떤 형태로든 환원하고 싶었다"면서 기부를 하게된 동기에 대해 설명했다.

어떻게 보면 이상하기까지한 이 이발여행은 '다같이 달리는 소통나눔기부' 이른바 '달리는 소나기'에 전신이 됐다.

'달리는 소나기'는 자전거, 도보, 카약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제주를 돌면서 움직인 거리만큼 기부금을 내는 행사로, '삶의 위로가 필요한 우리 모두에게 시원한 소나기가 내리길'을 캐치프라이즈로 삼고 있다.

그는 "혼자 여행을 하니 외로워서 다른 뮤지션들을 찾게됐다"며 "여행비를 받아 모아진 돈을 기부하기도 하고, 버스킹을 하면서 기부금을 받아 전달하기도 하면서 5차례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진짜'와 '균형'을 찾는 여정. 스스로를 돌아보며 자신이 걸어가는 이 방향이 잘못되진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들 때 가장 큰 힘이 돼줬던 것은 그와 함께 공감하고 함께하는 이들이었다.

그는 "소아암을 앓고있는 한 친구가 급작스레 상태가 나빠져 SNS에 수혈증이 필요하다는 공지를 띄웠는데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줬다"며 "주변사람들이 나랑 온도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달리는 소나기에 동조해주고 참여해준 뮤지션들도 큰 힘이 돼줬다"며 "내가 가는 방향이 틀리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때문"이라며 함께 해주는 이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음악을 하게 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그는 이렇게 '진짜'와 '균형'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그리고 자연이 주는 메시지에서 느낀 바를 표현하다보니 어느샌가 앨범을 2집까지낸 뮤지션이 돼있었다.

제주갑부훈은 "글밥이 아닌 진짜로 표현하고 싶다는 욕구들이 생겼다"며 "그 수단이 음악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친누나가 집에서 갖고 놀던 우쿠렐레를 받고 띵까 띵까 돌아다니다가 우연하게 마을잔치에서 첫무대를 가지고 음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지금은 다양한 경험을 겪어가며 의미가 깊어졌다"며 누군가에 어떻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인가는 물음. 그것을 완성시켜준 키워드는 '진짜'였고 '진짜'에 대한 숙제는 잘 풀어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 그는 '도와준다'는 말 대신 '공동육아'라는 단어를 한사코 고집했다. "그들은 소외받은 이들이 아닌 사랑받고 있는 이들"이라는 것.

마지막으로 제주갑부훈은 "내가 한 기부 활동들이 아닌 아이들을 같이 키워야 한다는 제주도의 수눌음 정신이 부각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편,제주갑부훈은 디자이너 이보쇼와 함께 휴먼브랜드 '이보쇼제주갑부'를 운영하고 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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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한솔 기자 headlinejeju@headlineje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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