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12) 먼발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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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12) 먼발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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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윤미 객원필진

일 년 전.

흐드러지게 무더운 여름의 끝자락을 밟고 선 자리에서 숨을 다한 친구의 일주기가 며칠 전에 있었다.

녀석은
내게 그다지 큰 의미로 다가오진 않았다.
그래서 늘 먼발치에서 그저 바라보는 시선으로만 나는 있곤 했다.

어떤 날은
화통한 듯
조용한 모습으로

또 어떤 날에는
냉랭한 듯
따뜻한 시선으로

또, 어느 날 아침엔
무심한 듯
뜨거운 열정으로

그렇지만
울듯
차마 울지 못하는
물기 가득한 눈과 앙 다문 입술을 한 채

장애라는 재어지지 않은
무게의 너울을 쓴 채
하루하루를 사느라 지는 짐에 많이도 지쳐만 보이던 녀석.

많은 이들과 언제나 함께이면서도
외로움에 절여진 채
결국엔
늘 혼자이던 녀석.

그런 녀석이 홀연히 가버린 지 일 년이 돌아
녀석을 다시 보내야 했던 날.

녀석은
무엇이 그리 안타까웠는지
무엇이 그리 서러웠는지
하루 종일 눈물을 흘려댔다.

녀석은 늘 독한 모습 이었다.
늘 입 끝에 ‘씨발...’이라는 귀여운 욕설을 담고 살던 녀석은 정말 어떤 날은 밉살스럽기까지 했지만 오늘은 그런 모습조차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 섭섭했다.

사람이 그리워 술자리를 즐기고 따뜻한 온기가 그리워 강아지를 키우며 살던 녀석은 흐드러지게 쏟아져 내리는 8월의 뙤약볕에 앉아 헉헉 숨이 차오르면서도 어린 아이마냥 즐거운 하루를 즐기기 위해 용을 쓰며 살아 나를 고개 들지 못하게 했었다.

온 시내를 휘어잡을 것처럼
전동휠체어를 타고 쌩쌩 날듯이

거리를 활보하고 다니며
하하거리던 천방지축의 녀석

그런 녀석이 간
드넓은 그 곳은 어떨까?

야!

썬!

그 곳은 어때?
휠체어가 쌩쌩 다닐 수 있게 그곳은 막힌 곳 없지?

그 곳은 따뜻하냐?
너도 나처럼 추위를 못 견뎠는데...

혹, 덥지 않아?
너는 여름이면 초죽음 이었는데
그 곳은 냉난방시설이 빵빵하겠지...

그리고

그 곳에서
너는 이제 더 이상은 외롭지 않겠지
그 곳에서
너는
너를 안아 줄 따듯한 온기 얻었겠지...

너는
너의 찬 듯 뜨거운 가슴 줄

사랑
얻었겠지...

이제
그 곳
천국에서

이제
다만
행복만 하기를...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다 휴학 중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항상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아랏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이게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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