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모습 담는 사람들 "마을문화 찾아 댕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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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모습 담는 사람들 "마을문화 찾아 댕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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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곳곳의 모습 기록하는 시민모임 '마실감져' 눈길
"제주는 관광 대상이 아닌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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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탐방모임 '마실감져' 고성환 대표. ⓒ헤드라인제주

개발바람이 한창 불고있는 제주, 그 속에서 고유의 색이 옅어지고 있는 도내 마을 곳곳의 모습을 남기고자 하는 시민 모임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그 모임은 마을컨설턴트이자 제주의 야생차를 연구하고있는 고성환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마을탐방 모임 '마실감져'.

'마실감져'는 고성환씨가 약 2년전 문득 제주의 모습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에 페이스북에 참여자를 모집하는 글을 게시하면서 설립된 모임이다

예닐곱명 정도를 예상했던 고성환씨의 예상과는 달리 뜻을 함께하고자 하는 시민은 무려 20명에 달했고, 곧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됐다.

2년동안 활동하면서 8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참여했고, 얼마전 15일 그 결실을 보여주는 전시 '역불강 초지멍 댕겸서 전'이 열렸다. '역불강 초지멍 댕겸서'은 일부러 찾아다니고 있다는 의미의 제주어다,

전시에서는 '마실감져'가 마을 35곳을 돌아다니면서 정리한 기록물 150 여점이 선보여졌다.

이 날 참석자들은 천천히 작품들을 둘러보며 '마실감져'의 설명을 듣기도 하고, 그들의 취지에 공감하면서 제주를 보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특히 '마실감져'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그야말로 순수히 자발적으로 모인 단체라는 것.

일체 지원금 없이 회원들이 십시일반 꺼내놓은 소정의 회비로 운영되는 마실감져는 촛불집회 등 중대사가 없을 경우에는 한 달에 2번씩 비가오나 눈이오나 마을을 탐방다녔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20여명의 사람들이 꾸준히 관계 맺기가 어려울법도 한데, 맴버들은 고성환 대표를 '대장'이라고 부르면서 여전히 끈끈한 모습을 자랑했다.

무려 10년 동안 행정리 172개 마을, 자연부락 550개 마을을 다 돌아볼 것이라는 약간 터무니 없어보일 수 있는 계획에 회원들은 기꺼이 참여하고자 하는 의사를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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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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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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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이날 한원리 이장이자 마실감져의 핵심멤버중 한명인 고광호씨는 "진짜 제주를 알수 있는 곳이 마실감쪄 탐방이다"며 "제주의 문화는 가는 곳곳 마다 색깔이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마을탐방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를 나타냈다.

또 "결과물을 하나하나씩 마을을 정해서 문서화시키고 책으로 엮어서 결과물을 도출시켜야한다"며 "우리가 느껴서 끝난게 아닌 공유할 수 있도록 도출시키는 것도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다"면서 포부를 드러냈다.

그는 "일본 진지를 탐방하면서도 자학상, 비상한 전술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며 탐방하면서 우리 선조들이 이런 고통을 갖고 이땅을 지키져왔구나는 생각이 들면서 자연을 어떻게 보존을 해서 전승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게되는 계기가 됐다"고 덧붙였다.

마찬가지로 마을탐방의 단골멤버이자 제주대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이길주 교수는 "내가 살고있는 유수암은 개발이 숱하개 이뤄지고 있는데 다른 마을은 얼만큼 개발이 됐는가 궁금해 참여하게됐다"면서 '마실감져'에 참여하게된 동기를 설명했다.

이어 "마을탐방을 해보니 모르는 모습들도 많이 보았는데, 전경이 좋은 마을은 사유화되면서 이주민들과 지역주민이 갈등을 이루고 있어 안타까웠다"며 "특히 바다를 좋아하는데 예쁜 바다를 카페가 가리거나 하는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고 소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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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탐방모임 '마실감져' 고성환 대표. ⓒ헤드라인제주

'마실감져'의 대장 고성환 대표는 "제주도가 관광을 시작한지 40년이 지나가고 있는데, 3~4년 사이에 제주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며 "마을 곳곳도 개발 바람이 불어서 날이 다르게 건물이 들어서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런 제주가 더 바뀌지 전에 지금 제주도 마을의 골목길, 공동체, 문화, 풍광 등을 전체적으로 남기고 싶었다"며 "마을을 천천히 돌아보면서 사진을 남기고, 글로 쓰고, 체험하고 있다"면서 '마실감져'를 설립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또 "생생한 제주의 모습을 남겨놓기 위해 탐방을 다니며 쌓아온 모든 기록은 책으로 만들 예정"이라며 "본격적인 책을 만들게 되면 편집회의를 실시해 2차, 3차에 걸쳐 재조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을탐방을 위해 사전답사를 다니면서 인터뷰할 체크하고, 코스도 체크한다"며 "마을탐방이 시작되면 오전에는 인터뷰, 마을 한바퀴, 오후에는 마을에 풍광 좋은 곳을 돌아보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정 인물인터뷰가 오히려 시야를 좁힐 수 있다는 생각에 지나다니다가 어르신들 만나면 인터뷰를 하곤 한다"며 어르신들은 이야기를 하기 좋아해 한번 말을 걸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서 웃음을 지어보였다.

"노인회관 가면 말을 중간에 끊으면서 오셔서 인터뷰를 도리어 못한다"면서 고민아닌 고민을 털어놓던 그는 "자유 인터뷰를 통해 좀 더 살아있는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데 곧 잘 성과가 생긴다"면서 내심 기쁜마음을 드러냈다.

품이 많이 들어가는 마을탐방에 가끔씩은 힘들 법도 한데도 불구하고 고 대표는 "보는 문화도 중요하지만 향유하는 문화도 중요하다는 생각에 어르신들과 함께 민요 한자락 하는데 모두 즐기곤 한다"며 "오히려 농번기때는 바쁜데 놀러다니니 죄송스러울 정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슬슬 놀러다니는 건데 뭐가 지겹겠나, 10년동안 놀거리를 찾은 건데 뭐가 힘들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가장 즐거웠던 탐방을 묻는 질문에는 한포리, 월령리, 복호동 등을 다녀온 탐방을 들었다.

그는 "월령리 갔을때 한 어르신을 만났는데 일제징용, 6.25때 갔다가 전쟁기록이 없어져 다시금 징집되신 분이었다"며 "즉 "군대 3번갔다오신 현대사를 관통하시는 어르신이었는데 말씀을 듣는게 즐거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귀덕리 선주하시는 분들이 조그만 돛단배로 시작해서 15톤짜리 배를 만드는 이야기를 듣는 것과 호랑이가 엎드려있다는 뜻을 갖고 있는 복호동을 탐방하는 것도 즐거웠다"면서 "이런 곳들은 아직 제주의 모습이 많이 남아있는 곳인데 앞으로도 유지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드러냈다.

이어 그는 제주의 신을 모시는 해신당, 일룃당을 비롯해 옛모습이 남은 건축물 틀, 마을이 형성되는데 가장 큰역할을 했던 연못 등을 들며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고성환 대표는 마지막으로 "끊이지 않고 열심히 마을 돌아다니면서 잘 놀겠다"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묘한 중독성이 있는 마을 골목길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제주를 관광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지켜야할 소중한 자산으로 보는 접근방식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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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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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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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W스테이지에서 열린 '역불강 초지멍 댐경서 전'.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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