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10)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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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윤미의 사는 이야기] (10)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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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면서 ‘yes or not’에 대해 하루도 고민을 하지 않고, 한 시간도 그냥 넘겨보질 못하고 산다.

왜 그런지는 나 자신도 아직 알 수 없다.
그래서 늘 질질 시간을 흘리고 다니면서 지쳐 죽지 않을 만큼 산다.
그런 내 태도에 힘겨운 건 아마 내 가족들, 내가 아는 많지 않은 지인 서넛...

그리고 제일 힘든 건...

나.

언제나 우물쭈물 거리다 힘이 붙지 않아 멀리 손을 뻗어 뭔가를 얻을 수 없는 장애를 가진 것을 큰 자랑이라도 되는 듯이 항상 먼저 손 내밀어 잡지 못하고 그저 코앞에 다가온 것들에 의지해 사는 나는 yes 혹은 no 라고 해야만 하는 게 버겁다.

그렇게 어눌하게 나를 거리 한복판에 두고 땡볕을 쪼이며 미적거리던 나.
다가오는 손 밀어내지 못하고 앉아 있다가 오늘은 기어이 지나가는 손에 긁혀 버려지기 위해 함지박에 쓸어 담긴 상품 가치 없는 못난이가 되어버린다.

왜?
나는 그럴까?

지나가는 손에 긁힌 상처가 아프다...
곪아터지면....
내 무릎이 젖게 눈물을 흘려도 누렇게 썩어 고인 피고름은
그 어떤 소독약을 들이부어 닦고 씻어도 씻어질 것 같지가 않다.
 
어린 시절.
나는 눈물도 흘리는 게 용납할 수 없던 시간이 있었지만...

어떤 유혹에도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다는 불혹에도...

하루에 한번
나는 목 놓아 울고 싶다.

다가오는 손
물건을 실어 나르는 컨베이어벨트 앞에
나란히 앉아
불량상품을 골라내는 노동자의 눈처럼, 손처럼

눈을 부릅뜨고,
마음을 부릅뜨고 앉아

암수병아리 감별하듯
생식기를 까뒤집으며 적나라한 시선으로
잘 별러진 칼끝처럼 마음을 갈아세우고

나에게 이로운 지...

혹은
나에게 해로운 지...

그렇게 골라내야 하는 게 고달프다.

옳음은...
혹은, 그름은...
도대체 뭘까?

다시는
다가오는 그 어떤 온기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처럼

서러운 내가
싫다.

나는...
보통의 어느 집 딸자식이고...
나는 어느 동네에 사는 학생이며...
나는 동네 어느 집에 사는 여자인...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과 낯붉히지 않고,

▲ 강윤미 객원필진


착한 사람이지도,
나쁜 사람이지도 않은,
그저 평범한 삶을 원할 뿐인...

2007년 9월의 하루를 사는
장애를 가진
여자일 뿐이다...

<강윤미 / 헤드라인제주 객원필진> 

* 필자인 강윤미 님은 현재 제주대학교 국어국문학과 1학년에 다니다 휴학 중입니다. 전동휠체어를 타고 힘겹게 강의실을 오가는, 그러나 항상 밝은 얼굴을 하는 강윤미 님의 모습은 아랏벌을 항상 훈훈하게 하였습니다. 여러가지 사정으로 이번 학기에 휴학을 하게 돼, 아랏벌의 빈자리는 더욱 커 보이게 합니다.
그의 나이, 이제 마흔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늦깍이로 대학에 입문해 국문학에 남다른 애정을 보이는 분입니다. 휠체어에 의존해야 하는 어려움이 항상 직면해 있지만, 그는 365일 하루하루를 매우 의미있고 소중하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이 글의 1차적 저작권은 강윤미 객원필진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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