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에 대해,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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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에 대해,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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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 김진희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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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희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헤드라인제주

장애와 인권에 대해 생각할 일이 없었다. 학창시절에도, 직장을 다니면서도 인권을 유린당한다고 느껴본 일이 없으며, 사람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했을 때 비장애인에 속하는 나는 장애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장애와 인권에 관한 여러 교육과 강의를 받게 되면서 그 동안 내가 인권을 유린당한 적이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당한 것이 인권유린이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며, 내가 장애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없었고 주위에서 장애인들을 많이 볼 수 없었던 것이 비장애인들이 장애인들을 ‘보호와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이라는 미명하에 ‘시설’이라는 제한된 공간에 고립시키거나(최초 의도가 장애인을 위한 것일지라도 과정이나 결과가 그렇지 못하다면 그것은 시정되어야 하며 실패한 정책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사회구성원인 장애인을 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가족에게 책임을 전부 전가시킴으로써 집 밖으로 나오기 힘들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무지와 무관심 속에 나의 권리가 침해당하고 장애인을 차별하는 비인권적 행위를 나 스스로가 해 온 격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마음이 복잡해졌다.

직접적으로 와 닿지 않기 때문에 또는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인권보장과 장애인 차별철폐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별도의 노력을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노력의 필요성을 못 느끼는 사람이 대부분일 거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느라 바쁘고 살아가는 데 큰 불편함을 못 느끼는 대부분의 대한민국 국민은 비장애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알아야 한다. 바쁘다는 핑계가, 불편하지 않다는 안일함이 우리의 인권을 야금야금 삼키고 있다는 것을, 더 나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는 길목을 막아서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아주 쉬운 예를 들어보자. 우리는 어려서부터 남자는 남자답기를, 여자는 여자답기를 강요받아 왔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이 강요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오히려 대부분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다. 남자다운 것이 무엇이며, 여자다운 것이 무엇인가? 세상 그 다양한 인간양상을 그 누가 선을 그어 반으로 나눌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개성을 인정받지 못한 사람, 다시 말해 남자답지 못한 남자와 여자답지 못한 여자는 왜 그 누군가가 정한 테두리 안에 들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난 아닌 비난을 받아야 하며 테두리 안에 들지 않음으로 인해 벌어진 일에 대해 오롯이 혼자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가?(남자보다 사회적 약자인 여자를 예로 들면, 여자가 범행대상인 범죄에서 단정치 못한 옷차림이나 밤늦게 집밖에 있었다는 원인 제공을 함으로써 범죄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그리고 많이 바뀌고는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의 상대적인 말로 일반인이나 정상인이라는 말이 통용되고 있어 장애인이 마치 일반적이지 않다거나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인 네이버에는 비장애인이라는 단어 풀이도 되어 있지 않으며 정상인을 ‘상태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장애인은 제대로 되지 않은 사람으로 풀이될 수 있어 인권침해를 야기하므로 일반인과 정상인을 장애인의 상대어로 사용하는 일은 이제 없어져야 할 것이다.

이쯤에서 왜 필자가 인권과 장애인을 계속 연결해서 얘기하는지 궁금해 할 분도 있을 듯하다. 그것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는 인간이며 인권이란 법률에서 ‘인간으로서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라고 명시하고 있으므로 장애인을 부정하고서는 인권을 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 차별철폐가 인권을 지키는 일이며 장애인을 부정하고 차별하는 사람은 본인의 인권도 주장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주민, 성소수자 등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의 인권을 존중하고 지킬 의무도 우리에겐 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종과 성, 부류가 존재한다. 범위를 좁혀 우리나라만 들여다보자. 붕괴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신분제가 폐지되면서 양반에게 핍박받던 상민들이 자유를 누리게 되었고, 1980년대 후반부터 장애인의 복지 및 여성들의 인권이 향상되었고,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와 농민들의 권익이 보호되는 등 우리의 힘으로 우리의 권리를 찾아 나갔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었을까? 필자는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알지 못하면 바꿀 수 없고 바뀌지 않으면 머물게 되며 멈춘 것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며,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요 절대 옳지도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스스로 배움을 좇아 노력한다면 인종과 성, 부류를 뛰어 넘어 모두가 인간다운 권리를 누리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김진희 / 제주장애인인권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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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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