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천수 콘크리트로 '뚝딱' 밀봉...제주도청, 왜 이런 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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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천수 콘크리트로 '뚝딱' 밀봉...제주도청, 왜 이런 조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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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도 없이 사라진 용천수, '복원' 말로만?
악취민원에 폐쇄..."도청 담당부서도 몰랐다"

"이렇게 제주의 용천수 한 곳이 사라져 버립니다. "

1970년대만 하더라도 제주의 생명수로 활용돼 온 용천수.

개발의 회오리 속에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해 지금은 절반 정도만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나 체계적인 보전관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대대적인 복원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제주특별자치도가 콘크리트 밀봉 공사를 통해 용천수를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한 어처구니 없는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제주도청 내부에서도 수자원관련 부서에서 '밀봉공사'를 강행하고, 용천수 관리보전계획을 담당하는 환경부서에서는 이러한 폐쇄조치 사실조차 몰랐던 것으로 나타나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논란이 된 용천수는 제주시 화북포구 큰짓물 인근의 한 용천수.

이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중부락물'이라고 불리는 이곳 용천수는 물이 귀했던 시절에는 이곳의 물을 길어다 식수로 사용했다고 한다.

해안가의 큰짓물은 밀물 때에는 바닷물과 식수 사용에 어려움이 있었으나, 이 '중부락물'은 단물이 그대로 유지돼 이 지역의 중요 식수원으로 꼽혔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이 중부락물 용천수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블로거 등으로 활동하는 김시영씨가 온라인 페이스북에 2016년 9월 촬영한 큰짓물 원천인 중부락물 용천수 모습, 그리고 이달에 촬영한 시멘트로 덮여버린 모습의 사진을 올리면서 이 일은 크게 회자됐다.

김시영씨는 페이스북 게재글을 통해 "이렇게 제주의 용천수 한 곳이 사라져 버립니다. 원천수 자체가 썩어 악취가 나더니 (행정당국은) 살릴 생각은 안하고 시멘트로 덮어 버렸네요"라면서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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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북 큰짓물 원천인 중부락물이 시멘트로 매립되기 전인 지난해 9월 모습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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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북 큰짓물 원천인 중부락물이 시멘트로 매립된 모습. <사진=김시영씨 페이스북>
◆ 환경부서도 모르는 '용천수' 폐쇄사건(?)...어떻게 된 일?

<헤드라인제주>가 실제 20일과 21일 이곳을 찾았지만, 용천수의 맑은 물이 솟구쳐 올랐던 그 자리 터에는 널찍한 콘크리트 바닥이 자리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간간이 차량들이 세워져 있었다.

콘크리트 바닥공사를 새롭게 한 자국만이 예전 용천수의 자리였다는 것을 말해주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이 용천수가 언제, 왜 사라진 것인지를 확인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처음 취재가 시작될 즈음, 행정당국의 여러 부서에 문의했으나 폐쇄된 사실을 알고 있는 부서의 공무원을 찾는 일 조차 어려웠다.

제주시 환경관리과 관계자는 "마을 용천수를 관리하는 것은 우리부서 소관은 맞지만, 그곳의 용천수를 메우는 조치를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멸실.고갈 위험에 처한 용천수 복원 및 보전사업을 추진하는 담당부서인 제주도청 환경자산물관리과 관계자도 뒤늦게 용천수의 콘크리트 폐쇄 사실을 전해 들은 후, "보통은 용천수를 어떻게든 이용하려 하지 없애려고 하는 경우는 없다. 이런(콘크리트로 덮어버리는) 경우는 처음본다"고 말했다.

용천수 담당부서에서 조차 폐쇄조치를 한 부분은 의아스러워 했다.

물론 이 부서에서는 해당 용천수가 현재 사유지로 돼 있어 행정당국에서 직접적으로 관리하는 용천수는 아니라고 전제했다.

용천수가 있던 인근 지역 일대가 과거 공유수면이었으나 매립이 이뤄졌고, 이후 '사유지'로 됐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부서 관계자는 "해당 용천수를 행정에서 관리하기 위해 소유주와도 이야기해 봤지만,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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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일 현장확인 결과 중부락물이 시멘트로 매립돼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헤드라인제주
◆ 용천수, 누가 왜 폐쇄했나?

그럼, 이 용천수의 콘크리트 밀봉조치는 누가 한 것일까.

마을 사람들을 만나 지난해 10월에서 11월 사이 있었던 공사에 대한 얘기를 듣던 중, 콘크리트 밀봉조치 부서는 다름 아닌 제주특별자치도 상하수도본부였음이 확인됐다.

상하수도본부에 전화를 걸어 사실을 확인했다.

공사를 시행했던 상하수도본부 관계자는 "2년 전 화북동 하수관로 공사를 했는데, 그 때부터 용천수의 물길이 바뀌었는지 물이 고이면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발생했다"면서 "주민들이 (용천수를) 메워달라고 해서 지난해 말 메웠다"고 말했다.

하수관로 공사 과정에서 용천수 물이 고이면서 악취가 발생했고, 이 때문에 민원이 생기자 주민들의 요청에 의해 콘크리트로 메웠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매립과 관련해 (용천수 관계부서인 제주도 환경자산물관리과와) 협의한 적은 없다"면서도 "공유수면이기 때문에 매립할 수 있는지 (공유수면관리법)조항을 찾아봤는데, 소규모의 경우 가능하다고 해서 작업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환경부서에서 '사유지'로 설명했던 것과 달리, 상하수도본부에서는 '공유수면'으로 설명했다.

용천수 폐쇄라는 사안을 놓고 부서간 협의를 하지 않은 것도 문제이지만, 해당 구역이 사유지인지, 공유수면인지조차 공직내부에서 조차 혼란스럽게 인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 주민들 "악취원인 파악해서 살릴 생각을 해야지..."

마을 주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어릴적부터 화북에서 지내오셨다는 한 어르신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하수관로 공사를 시작하면서부터 어느 날엔가 물이 썩었다. 원인은 안잡아주는데 악취는 진동을 하니까 매립을 요청하긴 했다"면서도 "용천수가 매립되면서 삶의 터전이었던 장소가 사라져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도 "왜 사라진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사유지였더라도 우리 주민들의 삶의 보고이자 제주도의 유산인데 그렇게 매꿔버리는 것은 도의적으로 문제가 있다. 정말 안좋은 일이고 성토해야 될 일이다"면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원인을 파악해서 살릴 생각을 해야지 덮어버린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결정으로 이렇게 됐는지 궁금할 따름이다"면서 탄식했다.

이번 용천수 '콘크리트 밀봉' 조치는 원희룡 제주도정이 많은 용역비를 들여 수년간 조사하고 계획한 용천수 체계적 보전.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한편 제주자치도가 제주연구원에 의뢰해 용천수 보전실태 조사 결과 제주도내 개발 붐으로 인해 이미 멸실되거나 고갈된 용천수가 절반 가까이 이르고 있고, 현재 남아있는 용천수의 경우에도 개발의 위험에 처해 있는 상황으로 파악됐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제주도에 분포하고 있는 용천수 조사를 실시한 결과 제주 용천수는 총 1023개가 있었으나 절반에 가까운 443곳(43%)이 멸실되거나 고갈 등의 이유로 사라진 것으로 조사됐다.

용천수가 남아있는 곳은 580곳(57%)으로 파악됐는데, 이중에서도 양호한 것으로 판정된 용천수는 383곳에 불과하다. 나머지 용천수의 경우 수량측정 불가 15곳, 수량부족 43곳으로 위태한 실정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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