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교육권, '기계적 평등'은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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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교육권, '기계적 평등'은 차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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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이야기] 임은지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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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은지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헤드라인제주

현재 우리나라 대부분의 학교는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운영되어 장애인특성을 고려한 전문적인 교육과정이 없어 평생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기 어렵다.

장애인이 교육권을 갖고 있음에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여 학교에서 조차 외면 받아 제도권에서 이탈된 제주도 내 장애학생을 지원하고자, 동등한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제주장애인야간학교가 설립되었다. 

내가 속해 있는 제주장애인야간학교에서는 학업을 중단한 성인중증장애인뿐만 아니라 고령의 비장애인에게도 평생교육 및 학력을 취득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내의 삶의 질 향상과 배움에 대한 욕구를 해소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교육기본법」 제 3조에 따르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제 4조 모든 국민은 성별, 종교, 신념, 인종, 사회적 신분, 경제적 지위 또는 신체적 조건 등을 이유로 교육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제정되어있다. 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교육적인 측면에 있어 장애인은 직접적으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문제점으로는 현재 검정고시 시험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비장애인의 경우 1,2,3교시는 40분, 나머지 과목은 30분의 시험시간이 주어진다. 매 과목이 끝날 때마다 20분의 휴식시간과 12시 30분에 4교시 시험이 끝나면 60분의 점심시간이 주어진다. 반면에 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비장애인보다 시험시간이 10분 연장되어 5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는 반면 휴식시간은 10분, 점심시간은 50분으로 축소된 시간이 주어진다.

어느 누군가는 왜 문제가 되는지에 대해 의문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장애인은 시험을 보는 데는 보조 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서 시험시간을 10분 연장하는데 연장시킨 만큼 휴식시간, 점심시간은 10분 축소시켰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장애인이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하기에는 매우 짧은 시간이다. 예를 들어 이동성 장애인의 경우만 해도 화장실로 이동을 하는 데만 많은 시간이 투자되어 비장애인보다 10분 적은 휴식시간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 뇌병변 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이동의 문제뿐 아니라 화장실 내에서도 활동보조의 도움의 필요한 경우가 있어서 비장애인에 비해 시간이 더 걸린다. 장애인 화장실이 한 두 개뿐일 경우가 대다수인 현실에서, 10분이라는 휴식시간이 과연 합리적인 시간이 될 수 있을까?

따라서 시험시간을 연장했다하여 휴식시간, 점심시간을 축소시킨다는 것은 또 하나의 차별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기계적 평등으로 포장된 행정편의주의를 극복하고 장애학생이 좀 더 나은 환경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행정적 차원에서 시급하게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고 본다. 장애인 학생들의 배우고자하는 의지와 열정에 부합하며 평등하게 기회를 보장 받는 현실을 기대해본다.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로 교육에서 배제되는 것은 부당하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 맞춰나가다 보니 비록 느리고 서툴지라도 노력하는 장애인들을 외면하지 말았으면 한다. 평생교육을 통해 차별받는 사회를 바꾸고 모든 국민이 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노력과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할 것이다. <임은지 제주장애인야간학교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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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인권 이야기는...

우리 사회는 장애인을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장애인의 문제를 대신 해결해 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은 치료받아야 할 환자도, 보호받아야 할 어린이도, 그렇다고 우대받아야할 벼슬도 아니다.

장애인은 장애 그 자체보다도 사회적 편견의 희생자이며, 따라서 장애의 문제는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사)제주장애인인권포럼의 <장애인인권 이야기>에서는 장애인당사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새로운 시선으로 다양하게 풀어나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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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200프로 2017-09-22 23:28:45 | 125.***.***.74
공감합니다.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 행정적 편의가 아닌 당사자 입장으로 변화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에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