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스러운 제주도정 현실인식...아직도 사태파악 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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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아스러운 제주도정 현실인식...아직도 사태파악 안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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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선거구획정 파문, 원희룡 도정 실망스러운 이유
진솔한 사과 없고, '조건없는 수용' 언어도단적 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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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0일 제주도의원 선거구획정위원회 위원 전원 사퇴 파문과 관련해, 선거구획정위의 정상화를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으나 오히려 실망감만 더 크게 하고 있다.

이유는 크게 두가지 측면이다.

하나는 파국을 초래한 것에 대해 도민들에 대한 진솔한 사과조차 없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획정안 조건없는 수용'을 공개적으로 약속했으나 불과 한 시간도 없어 이의 말 자체가 그럴듯하게 포장된 미사여구로 판명됐기 때문이다.

원 지사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입장은 제주도지사와 도의회 의장, 지역 국회의원이 참여하는 소위 '3자 회동'에서 촉발된 논란 상황을 조속히 매듭짓기 위해 선거구획정위원회의 정상화를 촉구한 것이 핵심이다.

그는 현재 상태에서 최대한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내년 지방선거 파행만은 막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사퇴서를 제출한 선거구획정위 위원 열한 분께 정중하게 복귀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선거구획정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누군가는 힘든 짐을 져야 한다. 도지사인 저도 그 짐을 나누고 더 크게 무게를 질 각오"라면서 "획정위원들이 제출한 획정안에 대해서는 조건없이 수용을 하겠다"고도 밝혔다.

이 부분은 선거구획정위의 파국 사태를 조속히 수습하기 위해 제시된 파격적인 약속처럼 전해졌다.

그러나 전체적 내용을 찬찬히 보면, 과연 제주도정이 이번 선거구획정위 파문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고 있는지, 민심은 제대로 읽고 있는지 매우 의아스럽게 다가온다.

첫째, 파국의 원인을 초래한데 대한 진솔한 사과 한마디 없다.

물론 원 지사의 입장발표 서두에는 '사과'라는 말이 들어있기는 했다. 그러나 차원이 달랐다.

원 지사는 "선거구획정위원회 관리.운영 사무의 책임이 있는 도지사로서, 최근 선거구획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 도민들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선거구획정 위원들의 전원 사퇴라는 파국, 그리고 도민사회 갈등논란을 빚게 한 원인 초래 당사자로서의 사과가 아니었다. 사과를 하는 이유는 '선거구획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로 범주를 한정시켰다.

일련의 파국과 혼란을 빚은데 대한 자기반성을 전제로 한 진정성 있는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위원 11명 전원이 일괄사퇴하면서 선거구획정위원회 자체가 중도 해체되는 사상 초유의 상황이 초래된 현재의 파국은 분명 제주도정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소신도 없고 대책도 없고, 지역국회의원 눈치보기로 일관하며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다 맞딱드린 무능행정의 참담한 결과였다.

무엇보다 제주도정이 법률과 조례에 의해 구성된 법정기구인 선거구획정위원회를 구성해 놓고 이를 무력화시켰다는 점은 용인하기 힘든 부분이다. 도민사회 논의를 거쳐 '의원정수 2명 증원'이란 제주특별법 개정 권고안을 지난 2월 제시했으나 5개월여간 그대로 방치하다가 뒤늦게 '3자회동'을 통해 이를 백지화시키는 등 철저히 무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선거구획정위의 무력화 차원을 넘어 도민 무시에 다름없었다. 그런데도 기자회견을 하면서 사태원인에 대한 부분은 쏙 뺀채 유체이탈 화법으로 '선거구획정이 늦어지고 있는데 대해서만' 사과를 했다.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더구나 원 지사는 "지난 선거구획정안과 선거구획정위원 전원사퇴에 대해 어느 특정주체의 책임으로 돌려서 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각 주체는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하며, 이번 파국의 공동책임이 있는 지역출신 국회의원 등 소위 '3자 회동' 주체들에 대해서는 적극적 방어 및 옹호를 했다.

둘째, 선거구획정위 위원들이 사퇴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묘하게 설명한 부분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헌법재판소 인구수 기준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선거구획정위를 조기에 구성해 가동했고, '의원정수 2명 증원' 권고안을 받은 후 의원입법으로 추진하려고 했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이 정확한 도민여론을 확인한 뒤 특별법 개정을 하자는 입장이어서 7월에 재차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이라고 했다.

다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비례대표 축소로 나타났고, 오히려 다수 도민은 도의원 증원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사방법에 논란의 여지가 많았으나 거두절미 하고 도민여론은 '의원정수 증원'에 부정적이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례대표 축소라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의원 입법발의가 되지 않은 가운데 선거구획정위원들이 전원 사퇴서를 제출하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마치 여론조사 결과대로 의원발의가 되지 않자 획정위원들이 전원 사퇴를 한 것처럼 묘사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선거구획정위원들은 원 지사와 도정 관계관에 선거구획정위를 무력화시키고 권고안을 무위로 만든 것에 대해 강하게 항의했으나 사퇴서 제출 배경 설명에 이 부분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도정의 '실책' 부분은 쏙 감추고 있는 것이다.

셋째, 선거구획정 논란을 매듭짓기 위한 논의의 방안으로 여전히 왜곡된 '경우의 수'를 설파하려 한다는 것이다.

원 지사가 이날 획정위원들의 복귀를 요청하면서 제시한 '획정안 조건없는 수용'은 전혀 의미가 없는 '언어도단'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기자회견문이 낭독될 당시, 이 말은 선거구획정위가 여러가지 안을 갖고 논의한 후 권고안 내지 획정안을 제시하면 무조건 수용하겠다는 의미로 전해졌다.

그러나 기자회견문 낭독이 끝난 후 이어진 담당부서 국장과의 질의응답 과정에서 '조건없는 수용' 천명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감언'에 지나지 않은 언술인 것으로 확인됐다.

담당부서 국장은 선거구획정과 관련한 '경우의 수'와 관련해, 현행 법 체제 내에서 선거구획정을 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특별법을 개정하지 않고 현행 법체계에서 선거구획정을 할 수 있는 방법은 현행 29개 선거구의 설정지역을 재조정 방법 밖에 없다.

사실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원 지사가 말한 '조건없는 수용'은 여러가지 경우의 수 중 하나로 선택하면 그대로 수용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29개 선거구 재조정 작업에 대한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선거구 획정안은 도지사가 '수용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대로 조례 개정안에 반영해 도의회에 제출하도록 돼 있다.

'조건 없는 수용'이란 말은 이날 연설문에 놓아야 이유도 없었고 적절하지도 못했다. 화려한 언변에 다이나믹함을 주기 위한 '미사여구' 내지 '감언'용으로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제주도정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자꾸만 '경우의 수'에 대해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구획정위의 당초 권고안을 중심으로 해 '경우의 수'를 상정한다면, '의원정수 2명 증원'의 제주특별법 개정을 위한 정부입법 또는 의원입법 발의 △현행 법 체제 내에서의 29개 선거구 전면 재조정 3개로 설정 가능하다. 이중 제주도당국의 설명처럼 '정부입법'은 시간적 촉박함 속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따라서 연내 가능한 것은 의원발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담당국장도 의원발의 얘기만 나오면 명쾌하게 왜 못하는지 설명도 안하면서 경우의 수에서 빼고 있다.

재차 거듭된 질문에 "저희가 이렇다 저렇다 요청할 수는 없고, 의원입법으로 하면 행정적인 지원을 해 나가는.."이라는 소극적 역할론만 폈다.

선거구획정위의 권고안인 '의원정수 증원'의 반영을 위해 의원입법 추진을 하다가, 막바지 불가피하면 도민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현행 법 체제 내에서 29개 선거구 재조정 작업을 해야 하는게 순리가 아니냐는 지적도 비등한데도, 도정은 이에 귀를 막고 있다.

지역출신 국회의원들의 '눈치보기'가 너무 지나친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결론적으로 이날 제주도정의 입장은 '사과'도 솔직하지 못했고, 어떤 소신이나 대책도 엿볼 수 없었다. 아직도 사태파악이나 현실 직시,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듯 한 모습이다. <헤드라인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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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9-21 23:33:29 | 175.***.***.76
참 믿음이 안가는 도정이네
무능 무지한건지. 잔꾀가 지나친건지 돔 그렇네요